부대변인이 대통령실 입장 일부 외신에 전달,
조태열 장관 “알지도 못했고 동의도 않아”
외교부 공보를 맡는 부대변인이 12·3 내란 사태 이틀 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문(PG·Press Guidance)을 외신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5일 일부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대통령실 PG를 공개했다.
한글 문답지 형식의 PG에는 지난 3일 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고 적혀 있다. ‘위헌 친위 쿠데타’라 비판 받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PG는 계엄 선포가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며 “국정 자체를 마비시킬 지경”이고,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PG를 대통령실 비서관실로부터 받았다면서도 전달한 이가 누군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유 부대변인은 계엄 선포에 대해 기자들 질의가 있었다며 이에 자료를 받아 외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보냈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외신에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대변인은 이튿날 이와 비슷한 내용의 PG를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대변인은 지난달 본부로 발령나기 전까지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조태열 장관은 ‘해당 PG 내용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라며 “외교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이자 “또 다른 쿠데타”라며 “직무배제하고 감찰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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