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주도세력과 공범자 비판 피하는 미국


CRS, 한미일 준동맹 지속가능성에 의문
VOA “한국 위기사태는 야당의 방해 탓”

캠벨 화낸 건 쿠데타보다 그로 인한 정권교체?
미국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 아니길

 

윤석열은 2023년 8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은 이 한국 지도자에게 많은 투자를 했고,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뒤에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 12월 26일
 

12월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애하고 키운(cultivated) 동맹국의 지도자(윤석열)가 수십년 만에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바이든 정부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보수주의자 윤 씨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뒤에도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버틴 트럼프와 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그에 대한 비난을 자제(refrain)했다.”

12월 26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바이든과 그의 보좌관들, 미국의 목표를 훼손한 동맹국들에 구애(court)’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란 주도세력과 공범자 비판 피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이스라엘 같은 파트너들이 미국의 이익과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자 깜짝 놀랐다’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윤 씨는 2023년 워싱턴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 씨는 이 한국 지도자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뒤 그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자제’가 아니라 그들이 윤 씨와 그의 추종자들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비난한 적이 아예 없다. 그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 중 다수가 비판하고 경계해 마지 않는 상대는 오히려 그런 윤 씨와 그 추종자들을 헌법과 법률 규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야당들이다. 이는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이 지금의 한국 위기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태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가려 하는지를 헤아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옹하고 있다. 바이든은 그때 네타냐후에게 일부 행동을 완화하도록 설득하려고 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  뉴욕 타임스 12월 26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위선적이거나 순진한 것”

뉴욕타임스는 그런 나라로 한국, 이스라엘 외에 아프가니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꼽았다. 이들 나라가 미국이 맡긴 역할 수행에 실패하거나 미국의 정책 제안과 외교적 노력을 거부했을 때에도,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종종 러시아, 이란, 북한,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를 소외시킬 수 없다며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2021년 꼭두각시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 뒷일을 맡기고 황급히 철수한 뒤 벌어진 아프간 정권 붕괴 뒤의 혼란과 유혈사태가 그러했다.

신문은 바이든 정부가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민주주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하고 윤 씨에게 ‘민주주의 정상회의’ 세 번째 회의를 서울에서 열어 주재하게 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위선적이거나 순진한 것”(hypocritical or naïve)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미국의 많은 동맹국이나 파트너가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매우 논란이 많은 문제였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강조하면 위선적이거나 순진해 보일 뿐이다.”(엠마 애시포드 스팀슨 센터 수석 연구원)

위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팔레스타인 주민 4만 5000명 이상을 죽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한결같은 지지와 지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애시포드는 미국 정부의 위선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한쪽(러시아의 침공)은 용납할 수 없는 전쟁범죄”라 비난하면서 “다른 쪽(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은 (정당한) 자기방어”라고 옹호하는 데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심하다”

버몬트 주의 독립적인 국제정책센터 수석 부사장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맷 더스는 “그(바이든)는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한 것과 똑같은 일을 자행했을 때도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했다”며 바이든이 강조해 온 “규칙 기반의 질서”가 정작 바이든 정부의 그런 위선적인 개입 때문에 입은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며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국제법의 기초에 더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수십년 간의 그의 정치활동 내내 미국이 세계질서 옹호의 챔피언, 즉 “교회의 대제사장”인 양 처신해 왔기 때문에 그런 위선적인 행위는 더욱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 미국 상원 초당파 그룹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전투원들에게 무기를 제공해 파괴적인 전쟁을 부추긴 또 다른 미국의 파트너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다른 외부 개입세력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바이든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UAE가 전쟁 내내 “인도적 기여”를 했다면서, 그들(UAE 등 개입세력)이 더는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그들을 옹호했다.

논란이 됐던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파병 움직임도 UAE를 통해 수단 내전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바이든 정부의 기획과 유사한 맥락에서 추진됐다면, 유럽과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작 자신들은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고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아무 관련도 없는 8천 km나 떨어진 그들의 아시아 ‘파트너’에게 그 짐을 떠넘기려 한 셈이 된다.

불발로 끝난 비상계엄 이후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자료와 증언들을 보면, 윤 씨 등 친위 쿠데타 주도세력은 서방의 그런 구상에 자발적으로 적극 호응하고 가담해 자신들의 계엄령 발동을 정당화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CRS, 한미일 준동맹 지속가능성에 의문

지난 22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한국의 계엄 및 탄핵 사태로 한미일 삼국공조(준동맹) 등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 정책이 지속되지 않을지 모른다며,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가 윤 씨가 주한 미군 지휘관들에게 통보도 없이 한국군을 계엄령 시행에 투입한 것과, (야당을 비롯한)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대북 대결자세를 강화해 온 윤 씨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대화정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회조사국은 특히 윤 씨가 과거 한국 대통령들보다 더 자발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준동맹관계 확장을 외교정책의 중심에 둔 데에 반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 씨의 그런 접근을 비판해 왔다며,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여당인 국힘당의 2배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윤 씨를 앞세워 추진해 온 한일관계 강화 및 한미일 삼국 준동맹체제 구축 노력이 지속 가능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 윤석열 대통령. 윤 씨는 지난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했으나 국회는 이를 해제하고 윤 씨를 탄핵했다.  뉴욕타임스 12월 26일
 

VOA “한국의 위기사태는 야당의 방해 탓”

그 이틀 전인 12월 22일 ‘미국의 소리’(VOA)에 출연한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지역 안보담당 부차관은 한국 야당 등 ‘진보’세력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미국의 한반도 정책, 동아시아 정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계엄 사태 이후의 민주당 등 야당의 대응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경계했다.

국무부 직속이었다가 지금은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국제방송처(USAGM, 옛 BBG)에서 운영하는 VOA 출연자들은 한국에서 진보정부가 출범하면 진보적 대북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을 희생할 것이라며, 과거에 주한 미군을 ‘점령군’이라 했던 진보정당이 최근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보고 있고, 반일정서에 기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롤리스는 “지금의 정책 결정자들뿐만 아니라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도 향후의 ‘두 시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당장 몇 달간 지속될 혼란의 시기”를 걱정했다. 또 한 시기는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뒤의 ‘진보세력’ 집권 기간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현 정부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최대한 방해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당장 겪게 될 혼란 시기를 “동맹으로서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연합뉴스> 12월 22일)

롤리스는 위기의 한국사태를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이 정해진 헌법적 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과 집권당 주류가 아니라, 그런 그들을 비판하면서 법대로 하자는 야당과 ‘진보세력’이라고 완전히 뒤집어 주장한다.

롤리스에게 한국사태의 '정상화'는 한국 민주주의 체제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고 미일동맹이 끌어온 한일 유착, 한미일 3국 준동맹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거기에 방해가 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버려도 좋다.

윤석열은 그런 그들의 전략에 자발적으로 호응했다. 그들은 그런 윤의 등장에 열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떠나고 있다. 2024.12.27. 연합
 

캠벨이 화낸 건 쿠데타보다 그로 인한 정권교체?

미국 전현직 관리들 다수가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야기한 한국의 최근 위기상황을 이런 관점에서 파악, 대처하고 있다면, 12.3 비상계엄 선언 직후 이를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 비판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얘기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좌우하는 국무부 제2인자의 그 발언은 윤 씨의 뜬금없는 친위 쿠데타 시도와 실패로 바이든 정부가 집중 투자를 해 온 한일 유착 및 한미일 준군사동맹 체제 구축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지도 모를 우행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미국이 콘트롤하기 쉽지 않은 한국 야당과 진보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가게 만들 문을 열어제쳤다는 것에 대한 화풀이일 수 있다.

캠벨을 비롯한 미국 고위관리들이 이번 사태로 재확인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과 저력을 칭찬하면서 합헌적, 합법적 절차에 따른 위기상황 해소를 강조하면서도 위기사태를 만든 장본인 윤 씨와 그의 동조자, 공모자들에 대한 합헌적, 합법적 처벌 절차를 방해하면서 ‘시간 벌기’를 하고 있는 집권 국힘당 주류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비판을 피하는 것은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위선’일 수 있다. 캠벨이 “심한 오판”이라며 화를 낸 것도 비영리단체 아스펜 전략포럼이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였다.

캠벨 등은 비상계엄 발동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실패 이후 윤석열은 정치적으로 이미 회생불능인 상태에서, 미국이 집착해 온 한미일 준동맹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를 배제한 친미 보수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지 않을까. 한국 민주주의 파괴자들인 쿠데타 세력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진보세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CRS 보고서나 VOA 출연자들 발언도 그것을 암시한다. 국힘당과 한덕수 등 일부 관료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미국 내의 그런 기류변화를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 아니길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국힘당의 최근 행보는 지난 23일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캠벨 부장관의 회담 및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한미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 ‘완전 재개’ 이후 더 도드라져 보인다.

미국이 주창해 온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이 위선적이라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미국에 대한 세계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태들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극우 정권 지지와 지원이다. 극우 네타냐후 정권 유지와 이스라엘군의 야만적인 ‘제노사이드’는 미국의 재정 및 군사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최근 ‘사태’가 미국의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지 않기를.     < 한승동 기자 >

‘내란 사태’ 2년 반 더 끌어가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국힘, 대선지연∙수사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가 26일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끝내 거부했다.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이 아닌 형식적 절차일 뿐임에도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한덕수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가 됐지만, 권한대행의 바통을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도 미리부터 한덕수 탄핵에 반대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 부총리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설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초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 사태가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질 현실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27년 5월 9일까지 이 정국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재판관들 6명 중 2명의 임기가 4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대혼란 정국이 향후 2년 반 동안 이어지는 것, 이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현실적으로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4.12.2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법재판관들 중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4월 18일에 임기가 종료된다. 두 재판관은 2019년 4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명과 임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으므로 2025년 4월에 5년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이다. 앞으로 3개월 반 남짓 남았다.

이미 신임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에 이어 최 부총리도 임명 거부 입장을 내세울 경우, 4월에 두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고 나면 헌법재판소에는 규정된 재판관 인원 9명 중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이번 3명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상황에서 다음 2명의 재판관이라고 임명할 리는 당연히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를 할 수 있고 탄핵 결정과 위헌 결정, 정당해산 결정에는 6명 이상의 재판관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중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할 수 있다’ 부분은 지난 10월 1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당장 윤석열 탄핵심판 심리는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과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만약 탄핵심판이 4월 전에 결정을 내지 못하고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는 탄핵, 위헌, 정당해산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탄핵심판을 포함해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기능들 중 가장 핵심 부분들이 모두 마비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7인 이상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부분도 또다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7명 이상 심리’ 부분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몇 명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변경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문구의 효력 전체를 정지시켰으므로, 4인 체제가 된다 해도 심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외견상, 명목상으로만 그렇다.

‘4인 체제’는 원래 9명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헌법재판관 구성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4인 체제에서 심리를 강행하려 해도 그에 대한 이의제기를 헌법재판소가 견뎌낼 가능성은 없다. 윤석열은 미리부터 헌재 심리 불복을 선언할 것이 뻔하고 그로 인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최악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헌재가 이런 부담까지 감수하며 4인 체제에서 심리와 결정을 강행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조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6인 체제에서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인 체제인 지금도 선고를 망설이고 있는 마당에, 4인 체제로까지 추락하게 되면 선고는 커녕 최소한의 심리 진행도 전면 정지될 것이 분명하다.

거꾸로 말하면,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재판관 3명 임명 무산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최대한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어떻게든 4월 18일만 넘기는 것이 최선이 된다.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헌법재판소 기능의 마비를 가장 반길 것은 당연히 윤석열 본인이다.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윤석열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권한정지 상태에서라도 2027년까지의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윤석열이 온갖 치사한 방법까지 다 동원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통보서 수령을 회피했던 것도 당연히 이 목적 때문이다. 그리고 수령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심판 절차에 응하기 시작했다. 탄핵심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2024.12.27 연합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에서부터 윤석열 측은 그런 의도를 여지 없이 드러났다. 시작부터 기일연기 신청서부터 내고 국회의 탄핵소추 적법성과 송달 과정의 적법성도 다투겠다고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바로 ‘적법하게 송달됐다’면서 기일연기 신청도 거절하기는 했지만, 어떤 작은 틈만 보여도 파고들고 붙잡고 늘어져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언제까지? 4월에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할 때까지다. 어떻게든 그때까지만 지연시키면 탄핵심판은 정지된다. 그 시점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전히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만 있으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권한정지 상태와 파면 상태는 당연히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이 임명한 장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수장들도 윤석열이 임명한 사람들이며, 일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차관들도 윤석열이 임명했다.

27일 탄핵소추된 한덕수 총리와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어도 파면 전에는 윤석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탄핵 심리가 장기화될 전망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윤석열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국힘, 대선 지연과 수사 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당연히 국민의힘에게도 이 시나라오가 최선이다. 이미 벌어진 비상계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현재의 정국에선 패배할 것이 너무나 당연한 대선은 무조건 뒤로 미뤄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당장 마땅한 대선 후보도 없다. 당내 확고한 1위였던 한동훈은 국힘 스스로가 힘을 모아 몰아냈고, 홍준표나 오세훈 등의 후보군은 어떤 관점에서 돌아보더라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시시각각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선을 미루자면 탄핵심판 결정 자체를 최대한 미루는 방법 뿐이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명태균 게이트’를 비롯해 윤석열을 주범으로 하는 온갖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여기에 연루된 국힘 정치인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명태균과 윤석열의 공천 비리에 직접 관여된 윤상현 의원은 가장 먼저, 가장 앞장서서 윤석열 비호에 나섰다. 국힘에 넘쳐나는 윤석열과 명운을 함께하는 의원들로선 탄핵 결정 지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신임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극렬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탄핵된 한덕수가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도 본인 의사가 아닌 여당 압박에 등 떠밀린 결과로 봐야 한다. 물론 윤석열의 의사도 어떤 식으로든 전달됐을 것이다.

27일 한덕수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수용하겠다 선언했지만, 의결 직후 당사자도 아닌 국민의힘이 나서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국힘 의원들이 한덕수와 대단한 친분이 있다거나 한덕수의 국정 수행 능력이 객관적으로 대단해서가 아니다. 오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국힘의 명운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에게도, 다른 모든 시급한 당면 사안들을 제쳐놓고서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라는 요구부터 내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또 다른 누구든, 누가 권한대행이 되든 국힘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 4월까지 시간을 끌어 헌법재판소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2024.12.17 연합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물론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애타게 바라는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당장 헌법재판소부터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또 윤석열과 국민의힘, 소수의 극우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이 대혼란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결되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탄핵 직후 시점에 비하면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얼마라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았던 불씨를 윤석열과 국힘이 사력을 다해 입김을 불어 키우고 있다. 한덕수가 그 노력에 부응해 재판관 임명 거부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직무정지된 윤석열이 여전히 대통령이고 그가 임명한 자들이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이며 권력기관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들로서는 어떻게 잘 하면 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을 일어나게 만들려 할 때 동원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법의 적용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법의 정신과 취지임에도 현실 재판에서는 법기술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재판 결과가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구사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윤석열로 상징되는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대표적인 법기술 전문가들이다. 실질적 사실관계와 사회적 상식까지 왜곡시키며 침소봉대와 지록위마, 삼인성호를 끝없이 반복한 끝에 검찰을 개혁하려던 장관과 그 가족을 끝내 도륙해버리고도 그걸 대단한 성과로 포장까지 해낸 법기술 달인들이 바로 특수부 검사들, 특히 윤석열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들에게 훗날의 역사적 평가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다. 그런 걸 두려워할 사람들이라면 이 정권의 끝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헌재의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들은 어떤 상상초월 파렴치한 법기술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매우 낮은 가능성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살아남고 다시 집권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소한 절차를 문제삼고 사문화되거나 전례도 없는 조문들, 판례들을 발굴해 헌법재판관들 앞에 쳐들 것이며 사사건건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이들은 심판 절차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최대한 지연만 시키면 된다. 어떻게든 탄핵심판을 4월 18일까지만 지연시키고 나면, 그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마비되고 윤석열은 권한정지 상태에서 임기를 채우게 되며 그로써 자동으로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소멸된다. 탄핵 대상인 윤석열이 임기를 마쳤으니 심판으로 다툴 이익이 없어져 각하되는 것이다.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에게 유일한 그 희망은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재앙이자 지옥이자 고통이다. 윤석열 지지자, 국민의힘 지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라. 지금과 같은 대혼란과 날이 갈수록 시시각각 악화되는 모든 것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지는 것이다. 그 사이 경제부터 시작해 모든 사회 분야가 줄줄이 다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다.

이미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환율부터 반응하고 있다. 26일 한덕수가 임명 거부 발표를 한 오후 1시 30분경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어 27일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해 오전 11시경 1,480원을 돌파했고 다시 30분 정도만에 1,486원까지 뚫었다.

하지만 탄핵안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를 앞두고 1,470원까지 급락했고, 본회의 진행 중에 약간 상승했지만 탄핵안 가결 후엔 안정을 찾기 시작해 28일 0시 시점까지 급등락 없이 1,475원 선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인해 현 정국이 기약없이 길어질 가능성이 대두되자 당장 환율부터 들썩이며 급등했다가 한덕수를 탄핵하고 나서야 다소 안정을 찾은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7 연합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당장 헌법재판소가 지금처럼 재판관 구성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된다는 것이고, 이 상황이 4월까지만 이어지면 헌법재판소의 기능 대부분이 정지되면서 탄핵심판이 정지된다. 그 상황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대한민국 전체의 ‘외통수’다. 이 대혼란 상황이 앞으로 2년 반 더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가 한시라도 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권한대행이 탄핵되어 부총리까지 권한대행 자리가 넘어간 것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와 비교도 되지 않게 훨씬 심각한 상황은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로 대통령 탄핵 상황이 앞으로 2년 반이나 더 이어지는 것이다.

탄핵심판이 정지되어 2년 반 동안 지금의 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오직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 뿐이다. 나머지 모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에 너무도 절박한 문제여서 이런 초유의 비상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총리도 부총리도 장관도, 필요하다면 줄줄이 탄핵할 수밖에 없다. 내각의 장관들 전부를 다 탄핵하고 그 아래의 차관들까지 순서가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총리나 장관 몇 탄핵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줄탄핵은 헌정사상 최초 어쩌구 하는 소리도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못한 한가한 소리다. 윤석열 탄핵심판의 결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4월 18일 전에 선고가 나와야 한다. 그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파국이 다가온다.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국민의힘이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은 안된다’ 구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국민들에게는 숨긴 중요 부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나라가 망해도’다.

물론 정말 나라가 망한다 해도 이재명만은 안된다고 핏대를 세울 초극우파도 아주 소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 막연하게 ‘이재명’이란 이름에 부정적 어감이 각인된 다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되는가. 그 망하는 나라에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족과 지인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나라가 망해도 이재명만 막아내면 대한민국의 성공인가. 이재명만 아니면 나라와 가족이 파탄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파멸의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이지 그들을 지지했던 보수 국민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살겠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국가적 파멸로 몰아가는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벼랑 끝에서 지지자들을 붙잡고 늘어진 그 더러운 손, 이젠 뿌리쳐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 박지훈 기자 >

촛불행동 "미국은 한국민 편인가? 내란범 편인가?

미 의회조사국, 윤석열 불법 계엄 비판 없어
"부패 총본산" 김건희 놔두고 이재명에 '낙인'
촛불행동 "미의회, 윤석열과 검찰 논리 수용"

 

"미국에게 엄중히 묻는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편인가? 내란범의 편인가?"

윤석열 퇴진과 탄핵 시위를 주도해온 '촛불승리전환행동'(상임대표 김민웅, 약칭 촛불행동)은 28일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국의 정치 위기: 계엄과 탄핵보고서가 현 계엄 및 탄핵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따져 물었다.

 

28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의 8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28 연합
 

미 의회조사국, 윤석열 불법 계엄 비판 없어

촛불행동은 '미국은 내란범들의 편인가?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란 제하의 성명에서 미 의회조사국이 '내란 수괴' 윤석열과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윤의 불법 계엄령 선포와 한국 민주주의 파괴와 "부패의 총본산"인 김건희 문제에 대한 비판 없이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부패 인물'로 낙인찍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촛불행동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문제 삼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도리어 문제 삼고 있다"며 "미국에 우리가 경고하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최근 미국이 내란 대행 한덕수를 공개 지지하더니, 이제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치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국제 망신 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라고 지적했다.

촛불행동은 "이 문건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미국의 한미일 공조 체제 전략을 반대했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수치스럽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기를 들 인물로 찍어 공개적인 거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8 연합
 

"부패 총본산" 김건희 놔두고 이재명에 '낙인'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의 군작전 지휘권을 갖고 있다. 1980년 5.18광주항쟁 당시에도 전두환 군부독재의 광주진압을 승인했던 미국이 이번 윤석열의 내란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면서 불법 군 동원을 통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23일 미 의회조사국은 특히 윤석열이 과거 한국 대통령들보다 더 자발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공개 비판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준동맹 관계 확장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둔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그런 접근을 비판해 왔다고 소개했다. 또한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2배가 넘는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윤석열을 앞세워 추진해 온 한일관계 강화와 한미일 3국 준동맹체제 구축 노력이 지속가능 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쿠데타 세력의 몰상식 버티기…미국 믿고 저러나?'. 12월 27일)                                     < 민들레 이유 기자 >

 

12월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연합
 

[촛불행동 성명 전문]

미국은 내란범들의 편인가? -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

지난 23일 미국 의회 공식 싱크 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계엄·탄핵 정국을 맞은 한국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유력 후보가 될 이재명 대표에 대해 '부패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북한에 대한 불법 자금 송금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적어 놓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조사 기구의 보고서 내용과 논리가 윤석열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던 논리를 그대로 베꼈다. 한국에서 대표적 부패의 총본산인 김건희 얘기는 쏙 빼고 이재명 대표를 부패 혐의로 낙인찍는다는 것은 미국이 윤석열, 검찰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게다가 이 문건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미국의 한미일 공조 체제 전략을 반대했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수치스럽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기를 들 인물로 찍어 공개적인 거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문건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문제 삼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도리어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게 우리가 경고하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이 내란대행 한덕수를 공개 지지하더니, 이제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한국 정치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국제망신주기가 도를 넘어섰다.

미국에게 엄중히 묻는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편인가? 내란범의 편인가?

미국은 한국의 군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다. 1980년 5.18광주항쟁 당시에도 전두환 군부독재의 광주진압을 승인했던 미국이 이번 윤석열의 내란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윤석열 파면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와 뜻은 확고하다.

우리 국민들의 뜻에 맞서는 자들은 모조리 탄핵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내정에 간섭할 생각을 버리고 향후 행보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

2024년 12월 28일                촛불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