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계엄 해제? 두 번, 세 번 선포하면 되니 계속해"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여러 번 전화해 다그쳐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도 "문짝 도끼로 부숴라"

총선 앞둔 3월부터 김용현‧여인형 등과 계엄 논의
동원된 군·경 4700여 명…명백한 국헌문란‧폭동

이재명 "계엄 성공했더라면…광주 5·18 떠올라"
박찬대 "국민 사살 명령한 윤 옹호, 국힘 미쳤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부에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명령하면서 "총을 쏴서라도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사실상 발포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된다"고 말해 '2차 계엄'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경찰은 4700여 명에 달했다.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의 수사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오후 7시쯤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두 청장은 3일 오후 11시 37분쯤 국회 출입을 금지하고 28개 기동대, 경찰버스 168대, 지휘 차량 56대 등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또 포고령이 발령된 밤 11시 25분부터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 전 청장에게 여러 번 전화해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반복해 명령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국회 내부로 들어가자 윤 대통령은 현장에 출동한 군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계엄 해제 의결을 반드시 저지하라고 했다. 특히 국회로 출동한 계엄군을 지휘하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느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등 구체적 지시를 담아 다그쳤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2024.12.10. 연합
 

국회로 출동 중이던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는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도 전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물 10명에 대한 체포 및 구금을 지시하면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했다. 당시 방첩사 출동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현장 작전부대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인수받아 수방사로 구금 바랍니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인 4일 새벽 1시 3분쯤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국회의원이 190명이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라며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명령했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총선이 임박했던 올해 3월쯤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용현 국방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과 만나 여러 차례 논의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날까지 계엄 관련 발언과 논의를 한 횟수는 최소 9차례다. 이 과정에서 삼청동 안가 모임을 통해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 연합
 

10월 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마친 뒤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모인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계엄 관련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이 당시 음식을 직접 준비해 함께 식사하면서 정치인과 언론·방송계 및 노동계에 있는 좌익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상대권'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비상대권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국정 전반에 걸쳐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뜻한다.

11월부터는 실질적인 계엄 준비를 진행했다. 김용현 장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작성된 계엄령 문건과 과거에 발령된 비상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등의 초안을 작성하며 본격적인 계엄 준비에 착수한 시점은 윤 대통령을 관저에서 따로 만난 11월 24일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11월 30일 윤 대통령은 김 장관과 여 사령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거를 할 수밖에 없다"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 병력 동원 규모를 언급하며 포고령 수정을 지시한 것은 12월 1일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이에 김 장관은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미리 준비해둔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보고했다. 이를 본 윤 대통령은 포고령 중 '야간 통행금지' 부분만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계엄 하루 전인 2일 김 장관은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 포고령을 완성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아 검토한 뒤 승인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일 김 장관과 그간 검토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경찰과 군 수뇌부 등에 직접 하달했다.

 

12월 3일 밤 국회 앞에서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부리를 붙잡고 항의하는 모습.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12·3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망치와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포승줄, 안대, 송곳, 펜치 등이 보인다. 2024.12.27. [검찰 특별수사본부 제공] 연합
 

계엄 선포 전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동원된 군·경 규모는 4749명 안팎이다. 대략 경찰 3144명, 군 1605명으로 파악됐다. 부대별로는 육군특수전사령부 1109명, 수도방위사령부 282명, 방첩사령부 164명, 정보사령부 약 40명, 국방부 조사본부 10명 등이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내용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에 근거해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함으로써 서울 여의도(국회와 민주당사), 서대문구(여론조사꽃), 관악구와 경기도 과천·수원(이상 선관위) 등 일대의 평온을 해쳤으며,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회의원 등의 신체 및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하려고 해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2·3 비상계엄 사태는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며, 이를 지시한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잇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어떠한 위헌‧위법 행위도, 폭동도 없었다며 '경고성 계엄'이자 '통치행위'라고 강변해왔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사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새빨간 거짓임이 새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가결한 뒤 윤석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2024.12.27.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당시가 갑자기 떠올랐다"면서 "발포 명령자를 지금도 못 찾았는데, 아마 이 사건(비상계엄)도 성공했으면 누군가 수없이 죽고 다쳤겠지만 드러나지 않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국민의 힘으로 저지했기에 누가 그런 사살 명령을 했는지 지금은 드러났지만, 아찔한 순간"이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규탄대회'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이 군에 직접 발포를 지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국회의사당 안에 있던 국회의원, 보좌진, 언론인, 국회사무처 직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을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옹호하고 있다. 제정신인가? 미친 것 아닌가?"라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이 발표한 공소 내용은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국회의원, 국회에 있던 국민들에게 사격 명령을 내린 것이고, 특수부대가 보유한 첨단 소총의 화력을 감안하면 국민을 사살하라는 살인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에도 2번, 3번 계엄령을 선포하겠다고 함으로서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무시한 내란이고 폭동임을 똑똑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는 직무 정지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직무 해제, 파면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은 더욱 수사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특히 공수처는 국민을 향해 발포 지시를 내린 내란수괴를 하루속히 체포해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