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신호 뒤 방향 바꿨지만…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단 10분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타이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29일(현지시각) 새벽 1시30분 타이(태국) 방콕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여객기(7C 2216)는 방콕 수완나품공항을 출발해 아침 8시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이 여객기는 도착 시간이 지연돼 착륙 시간은 아침 8시50분으로 미뤄졌다. 비행기에는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이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정상 착륙 방향인 01번 방향(남쪽에서 북쪽)으로 착륙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착륙 때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영상을 보면 기체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 유족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탑승객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해당 탑승객은 오전 9시 “방금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분 뒤 “유언해야 하나”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사고 기체는 착륙 당시 랜딩기어(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주로 중간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는 활주로 남쪽 끝에 있는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에 부딪힌 뒤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 기체는 꼬리 부분만 남기고 완파됐고 화염에 휩싸였다. 같은 시각 신고를 접수한 소방청은 오전 9시14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대응 3단계(광역지방자치단체 소방력 총동원)를 발령했다. 오후 3시 기준 구조·수습 인력은 소방 490명, 경찰 455명 등 1562명이다.

오전 9시23분과 9시50분 기체 꼬리 쪽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번째로 구조된 생존자는 구조대 쪽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전했다.

오후 1시께까지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구조당국은 더는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주검 수습 작업으로 전환했다. 오후 1시20분 구조대원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사고 현장 주변으로 가방 등 유류품 수거에 나섰다. 주검이 있던 자리에는 노란색 깃발, 유류품이 있던 자리에는 빨간색 깃발로 위치를 표시했다.

이날 소방청은 오전부터 사망자와 생존자가 몇명인지를 발표했다. 오전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어 밤 9시께 전남소방본부는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179명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원 확인은 밤 10시 현재 88명에 그쳐 유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 작동이 불발된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은 다음달 1일 새벽 5시까지 활주로를 폐쇄할 예정이다.  < 김용희 박수지 기자 >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독자제공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새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지 2분 만에 조난신호를 보냈고, 이어 동체착륙을 감행했다. 새떼와 충돌한 뒤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 났고, 랜딩기어(기체에 달린 바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사고 수습 뒤 이어질 조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무안공항 관제탑이 제주항공 7C 2216편(방콕→무안)에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크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1번 활주로로 착륙하려 했으나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 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한 2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랜딩기어 왜 작동 안했나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를 키운 ‘랜딩기어의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운항학과)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하나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는 작동되고, 수동으로도 조작된다. 랜딩기어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동 시스템이 메인 랜딩기어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동체착륙 감행 후 감속이 안 돼 사고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동 세한대 교수(항공정비학)도 “유압 계통이 동시에 다 망가져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쪽은 “정기 점검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 점검해왔으며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의 영향이 랜딩기어 제어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등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류 충돌 방지, 적극적으로 했는지도

동체착륙을 할 경우, 통상 관제탑과 교신 등을 통해 공항당국이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활주로에 소화액을 뿌려놓는 등 화재에 대비한다. 항공기도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기내에 있는 연료를 최대한 배출한다.

그러나 이날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소방청이 현장에 출동한 것도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다. 충분한 사전 조처 없이 동체착륙이 감행된 정황이다. 새떼 충돌부터 외벽 충돌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급하게 상황이 돌아간 탓이 커 보인다. 향후 엔진 화재 등으로 인해 기체 내부에 어떤 비상상황이 벌어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제와 사고기 기장이 동체착륙 시작점을 제대로 확보했는지도 조사 쟁점이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퇴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 조류 충돌 예방 관련 인력은 4명에 그친다. 김포국제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등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무안공항은 인근에 몸집이 큰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과 호수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공항으로 꼽혀왔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류 충돌 예방) 기준에 맞춰서 인력 및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수지 임재희  정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