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오마이티브이(TV) 갈무리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어리숙한 변론 태도에 “엑스맨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속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며 “재판정에서 자꾸 변호인들끼리도 누가 얘기하려고 하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금 정돈이 하나도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재판 2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쪽의 변론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내린 평가다.

 

실제로 윤 대통령 쪽은 헌재 재판관의 질문에 더듬거리며 제대로 답을 못하는 미숙한 모습을 여러번 노출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무회의록 등 관련 증거를 왜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을 때도 6초간 정적만 흘렀다. 뒤늦게 질문을 인지한 윤 대통령 쪽은 횡설수설하다가 행정안전부에 사실조회(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기관에 필요한 문서사본을 요청하는 절차)를 신청하겠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선 헌재 변론준비기일에서도 국무회의록을 제출하란 헌재 요구에 사실조회를 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회의록 작성 주체인 행안부는 당시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 쪽은 자신들이 작성한 서면 답변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자신 없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위헌적 포고령 1호와 관련해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그 반국가적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정 재판관 질문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 쪽이 서면상으로 제출한 내용이라면서 재차 “반국가적 활동이란 게 무엇이냐 밝혀달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 쪽은 답변하지 못했다. 정 재판관은 결국 서면으로 관련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포고령 작성에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묻는 재판관 질문에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증인신문을 통해서만 밝히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대통령 쪽 변호인단이 어버버했다. 서면으로 정리해서 내라는 것 자체가 답을 못한다는 취지”라며 “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이 변론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는 황당한 상황도 펼쳐졌다. 윤 대통령 쪽은 계엄이 경고성이었다는 취지에서 “드라마 볼 시간에 대통령 계엄 선포한다는 건 국회의원들 계엄 해제하라고 통보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정작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는 “계엄이 적어도 며칠간 이어질 거로 예상했다”고 기재했다. 이는 계엄이 경고용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천 의원은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이) 정리가 안 돼 있고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말에 머뭇거리던 윤 대통령 쪽은 부정선거와 같은 거짓 왜곡 주장에는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한 대리인은 가짜뉴스로 판명된 극우 매체의 뉴스를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누리집을 통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고지한 보도였다. 답변이 길어지자 재판관이 윤 대통령 쪽 발언을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쪽 대리인단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들끼리는 ‘(윤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엑스맨 아닌가’라는 얘기도 했다”며 “극우, 태극기 집회에서나 할 연설들에 나오는 내용이었고, 재판관들한테 전혀 어필이 되지 못하는 잘못된 변론이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