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어리숙한 변론 태도에 “엑스맨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속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며 “재판정에서 자꾸 변호인들끼리도 누가 얘기하려고 하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금 정돈이 하나도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재판 2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쪽의 변론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내린 평가다.
실제로 윤 대통령 쪽은 헌재 재판관의 질문에 더듬거리며 제대로 답을 못하는 미숙한 모습을 여러번 노출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무회의록 등 관련 증거를 왜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을 때도 6초간 정적만 흘렀다. 뒤늦게 질문을 인지한 윤 대통령 쪽은 횡설수설하다가 행정안전부에 사실조회(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기관에 필요한 문서사본을 요청하는 절차)를 신청하겠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선 헌재 변론준비기일에서도 국무회의록을 제출하란 헌재 요구에 사실조회를 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회의록 작성 주체인 행안부는 당시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쪽은 자신들이 작성한 서면 답변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자신 없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위헌적 포고령 1호와 관련해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그 반국가적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정 재판관 질문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 쪽이 서면상으로 제출한 내용이라면서 재차 “반국가적 활동이란 게 무엇이냐 밝혀달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 쪽은 답변하지 못했다. 정 재판관은 결국 서면으로 관련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포고령 작성에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묻는 재판관 질문에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증인신문을 통해서만 밝히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대통령 쪽 변호인단이 어버버했다. 서면으로 정리해서 내라는 것 자체가 답을 못한다는 취지”라며 “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이 변론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는 황당한 상황도 펼쳐졌다. 윤 대통령 쪽은 계엄이 경고성이었다는 취지에서 “드라마 볼 시간에 대통령 계엄 선포한다는 건 국회의원들 계엄 해제하라고 통보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정작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는 “계엄이 적어도 며칠간 이어질 거로 예상했다”고 기재했다. 이는 계엄이 경고용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천 의원은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이) 정리가 안 돼 있고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말에 머뭇거리던 윤 대통령 쪽은 부정선거와 같은 거짓 왜곡 주장에는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한 대리인은 가짜뉴스로 판명된 극우 매체의 뉴스를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누리집을 통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고지한 보도였다. 답변이 길어지자 재판관이 윤 대통령 쪽 발언을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쪽 대리인단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들끼리는 ‘(윤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엑스맨 아닌가’라는 얘기도 했다”며 “극우, 태극기 집회에서나 할 연설들에 나오는 내용이었고, 재판관들한테 전혀 어필이 되지 못하는 잘못된 변론이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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