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 폴리시 "트럼프, 윤 구원할 가능성 없다"


윤 진영 '지속적으로 트럼프 도움 호소
"복음주의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중국 침투' 가짜뉴스로 동병상련 유도

 

"한국의 보수가 트럼프의 구원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 변호사인 미셸 김이 3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팬들은 워싱턴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는 부제가 달렸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 연합
 

법원 폭동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

"트럼프, 윤석열을 구원해달라"

 

이 글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의 정당인 국민의힘의 보수 정치인들이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이들은 윤석열 극우 지지자의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2021년 트럼프 극렬 지지자의 1·6 의회 폭동의 유사성에 착안해 트럼프의 동정을 끌어 내려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견해다.

 

그러면서 국힘의 다수 의원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법원 폭동을 저지른 윤의 극렬 지지자들과 결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의 극렬 지지자에 대해 그는 "대체로 나이 든, 확고한 반공 정서를 지닌 복음주의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상징하는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가 들었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팻말과 미국의 성조기까지 흔들면서 "나라를 넘어선 '대안 우파(극우)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계엄군, 국힘, 한남동 요새 등 윤석열의 힘을 지탱하는 모든 기둥이 무너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공격해 그들을 구할 것이란 희망에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인즉, 트럼프가 어떻게든 야권이 압승한 작년 4·10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조사할 것이고 마침내는 "복음주의적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을 물리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들이 선전해온 허구적 주장들임은 물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있다. 2025.2.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극우, 복음주의 열정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미셸 김은 "분명히 하건대, 미국 대통령에겐 한국의 민주주의를 뒤엎을 힘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영구 독재를 꿈꿨다가 실패한 친위쿠데타를 필사적으로 되살리고자 '공산주의 중국'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정치적 공작에 착수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윤은 자신의 독재 시도를 중국의 한국 내정 침투에 대한 성공적인 방어로 프레임을 바꾸고, 그렇게 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공산주의 전복에 맞선 민주주의적 구세주라는 기억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직전 TV 연설에서 계엄령 선포 근거로 중국의 안보 위협 거론한 것이나, 1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손 편지를 통해 중국과 민주당의 '부정선거 공모'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했다.

 

냉전 유산, 중국과의 동북공정 관련 역사 논쟁, 미국의 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 보복 등에서 비롯된 한국 내의 중국 혐오증에 편승해 윤석열은 총선 참패와 자신의 국정운영 실패의 배후에 "비밀 지휘자"인 중국이 있다는 거짓말을 지어냈다고 김 변호사는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사우스론에 도착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2. 02 [로이터=연합]
 

"윤 극우 지지자들, 탄핵 반대를

미중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 전환"

 

그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런 극단적 주장을 반중 십자군 전사이자, 선거 음모론의 대변자인 트럼프에게로 집결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그들 대부분이 옹호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언어를 빌어 트럼프가 '중국 해체'라는 메시아적 임무를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다는 '허위 주장'도 퍼뜨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힘 의원들이 이런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인 김흥규 교수(정치학)는 "윤의 극우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를 미중 간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을 바꿔 대중에게 더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정치 위기를 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전환은 그들이 확고한 반중 플랫폼인 트럼프와의 동맹을 구축하고 워싱턴에 윤을 지지해달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윤석열 '구원' 가능성을 김 변호사는 '없다'고 봤다. 그는 "국민의힘의 집단적 아우성에도 트럼프는 그들을 구하러 가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논평했다. 김 변호사는 취임 이후 트럼프가 윤석열과의 회동과 관련해 "그들이 그에 대한 탄핵을 멈춘다면.."이라고 농담을 던진 사실을 거론한 뒤 "그의 취임식 참석차 (워싱턴에) 날아갔던 보수 의원들에겐 실망스럽게도 한국 내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 2025.2.3 연합
 

"이재명은 국익 우선 실용주의자,

윤석열의 선동적 외교와 대조적"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외교 기조도 조명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동정론자란 부당한 묘사를 털어내고자 이재명은 워싱턴과의 동맹을 확인하고, 무역에 집중된 중국과의 실용주의적 파트너십을 증진하는 쪽으로 외교 기조를 다듬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의 후임 가능성이 큰 이재명은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통치술을 잘 헤쳐 나갈 준비가 된 적응력 있는 리더로 자신의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트럼프 취임 이후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 대리와의 만남에서 이 대표가 "새로운 미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에 발맞추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최근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을 때 트럼프의 대북 외교 접근 용의를 환영했던 점을 들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의 '리버럴들'(진보세력)의 특징도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 유산의 뿌리를 190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에 두고 있다"면서 "미국의 패권으로부터 더 독립적이고, 북한에 덜 강경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열려있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런 물려받은 외교적 가치들을 존중하면서도 당파적 원리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트럼프에 더 가까운 실용주의자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의 대중 선동적인 외교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촛불행동은 20일 '내란 선동, 폭동 주도 전광훈을 구속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1.20. 사진 이호 작가
 

"트럼프, 윤석열 구원할 가능성 없다"

"더 나은 협력자, 윤석열 아닌 이재명"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극우의 간절한 호소에도 트럼프가 윤석열 구원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뭣보다 트럼프의 한국 정쟁 개입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를 다룰 때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에 입각해 가치와 동맹을 제거하고 노골적인 거래적 접근을 통해 미 국익을 챙기는 게 트럼프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는 이념적 우려엔 냉정한 채 한국의 정치 위기를 동북아에서 한국을 미국 주도 동맹의 핵심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거래적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흥규 교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는 윤석열 편에 서서 추가적 혼란과 분쟁을 부추겨 중증 장애 상태의 한국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동북아를 책임지라고 권한을 내주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패배자를 싫어하는 트럼프는 "정치적 합법성을 부여받은 새로운 한국 행정부와 거래할 때를 기다릴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결국 트럼프에게 더 나은 협력자는 윤석열이 아니라, 아마도 이재명이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정치적 가치를 품은 채 서로 경쟁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마침내 놀라운 지전략적 파트너십(geostrategic partnership)을 구축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