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과 언론 '거두절미‧아전인수‧침소봉대' 선동

실제론 '폭력으로 민주 파괴한 외로운 늑대' 지목
"소수 세력으로 고립시켜야 순화‧해체할 수 있어"
앞뒤 맥락 없이 '말라비틀어지게' 표현에 꼬투리

오히려 "신앙고백식 정치 담론 안 돼" 독선 경계
"나만 100% 옳다? 그러면 파시즘 테러 못 막아"

민주당도 보호 안 해 결국 교육연수원장직 사퇴
"계속 싸우려 했지만…폭도 얼버무리면 내란 계속"

 

박구용 교수의 파시즘 및 폭도 비판 발언을 '청년 비하'로 몰아간 언론 보도들

 

민주진보 인사들을 상대로 발언의 원문이나 맥락을 멋대로 왜곡해 마녀사냥을 벌이는 건 수구세력과 언론의 오랜 수법이다. 흔히 '거두절미‧아전인수‧침소봉대'의 방식을 통해 막무가내로 인신공격을 가함으로써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상투적인 선동술을 집요하게 구사해왔다. 그로 인해 명예가 짓밟히거나 급기야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그 희생자가 됐다.

 

박 교수가 지난 8일 시사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의 파시즘적 배경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했던 발언은 단순한 보수‧우파 지지층이 아닌 극우 폭도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상당수 언론과 국민의힘은 앞뒤 발언을 거두절미해서 '2030 청년 비하'로 둔갑시켰다.

 

그 시작은 뉴데일리의 <[단독] 민주당 교육원장 "의식 지체된 2030, 고립시켜 말라비틀어지게 해야" 발언 파문> 기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는 10일 낮 12시쯤 출고한 해당 기사에 <與 지지 2030에 "올바름이 포섭돼 사유 못 해"> <野 지지층에는 "예민하게 차이 존중한다"> 등의 부제를 달았다. 정상적인 보수‧우파라면 극우 폭도는 배격하겠지만 이 기사는 박 교수가 '여야 지지층'을 대립시키면서 여당을 지지하는 2030 전반을 비난한 듯이 몰아갔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한술 더 떠 <2030세대 비하 발언은 민주당 고질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민주당 교육연수원 박구용 원장(전남대 철학과 교수, 68년생)이 2030 세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면서 박 교수의 출생연도까지 굳이 적시하고 "박구용 원장의 발언은 운동권 586세대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030 대 586'이라는 세대 갈라치기로 프레임을 짠 것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 겸 진짜뉴스 발굴단장은 데일리안 대표 출신인 이상휘 의원이 맡고 있다.

 

박구용 교수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뉴데일리의 '단독' 기사. 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의힘은 박구용 교수가 2030세대를 비하했다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을 만들어 적극 배포했다.

 

이후 박 교수가 2030세대 일반, 또는 보수‧우파 지지 남성들을 싸잡아 매도했다는 아전인수식 제목의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2030 세대를 "고립시키자"는 민주당>이라는 제목으로 사설까지 냈다. "2030세대가 고민이나 생각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긴다는 말이다"라며 역시 2030세대 전체를 끌어들인 뒤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동안 해온 방탄과 연쇄 탄핵 등 폭주 행태에 젊은 층이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 뒤에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에 대한 거부감도 더해졌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586세대가 민주당에 대해 '묻지 마 지지'를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2030세대를 '고립시키자'거나 탄핵 반대 단체를 극우·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워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박 교수의 파시즘과 폭도 비판 등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2030세대' 전반에 대한 배제인 것처럼 터무니없이 확대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간 '폭주'를 하고 '점령군 행세'를 했다고 전제하며 2030세대의 반감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려 한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탄핵을 어떻게든 뒤집으려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쏟아낸 성토의 목소리 또한 비논리와 적반하장으로 점철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명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우리 2030 청년들에 대해서 망언을 늘어놓았다."(권성동 원내대표) "민주당의 '막가파 내란몰이'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국민을 싸잡아 비난했다. 20·30세대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비뚤어진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박민영 대변인) "국민을 분열시키고 특정 집단을 배척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보수의 가치를 믿으면 사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냐."(김채수 중앙대학생위원장) "민주당은 2030 청년세대에게 석고대죄하라."(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다. 2025.2.12. 연합

 

그러나 박 교수가 <정치오락실>에서 실제 했던 발언의 취지나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은커녕 그와 정반대다. 방송 앞부분에서 그는 우선 '키세스 시위대'가 출현하게 된 의미와 함께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적 자유주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진행자가 "진짜 충격을 느낀 게 최근 법원 폭동 사태 때 불 지르려고 했던 사람 있었잖아요"라며 10대 나이인 '투블럭남'(구속)을 언급한 뒤 이들의 신념의 위험성에 관해 묻자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소 길지만 전후 맥락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요지를 정리했다.

 

"(…) 강대국이 되면 항상 등장하는 게 있어요. 그게 파시즘이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독재가 나타나요. 그런데 파시즘은 다른 거예요. 파시즘은 대개 한 사회가 발전을 하고 주도를 하면서 기존 시스템은 작동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니까 기존 시스템과 현실 상황이 안 맞아요. 잘 충돌한단 말이죠. 그럴 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서 좀 더 예민하게 차이를 존중하자, 차이에 예민하자, 이게 아까 키세스 혁명단이에요. 그런데 이 흐름을 못 따라가는 사람이 반드시 생겨요.

 

(…) 10대부터 70대까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되고 지체된 사람들, 차이에 대한 존중 의식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 민주주의 훈련이라는 건 매 순간 매 상황에 맞게 서로 타협하고 협상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거든요. (…) 타협하고 협상하고 존중하고, 그래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게 일상화된 친구들이 문화를 이끌어가요. 그러면 이때 어떤 성향에서 지체된 모나키(monarchy, 군주)들, 이 친구들은 강력하게 뭐에 빨리느냐. 어 이게 뭔가 잘못됐다, 문제가 있다. (진행자 '근데 저기서 부정선거 얘기하고.') 그렇지. 그러면 쏙 빨려 들어가. 개개인으로는 '외로운 늑대'들인데 순간 조직화가 쉬워요. 이게 전체주의의 탄생이에요.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가 말했던. 그래서 지금 우리는 1990년대생 이후가 가장 앞서 있는 문화적 자유주의, 차이가 희망이라고 말하는 일군의 청년들이 있고 그 상황을 못 따라간,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된 지체된 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예요. 사실은 자유가 아닌 거죠.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건데 자기들은 자유라고 생각해.

 

외로운 늑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항상 누군가를 추종하고 싶어 해요. 절대적인 힘이 있는 사람을 좋아해. 그래서 쉽게 조직화가 돼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선동가가 있고 돈이 있으면 돼요. '신남성연대'가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 10대예요. 이게 심각한 거예요. 최근에 광주의 남자고등학교에서 축제를 하는데 신남성연대 축하 메시지를 틀어줬어요. 충격적이죠. 그러니까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번 2차 내란,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지금 우리가 정신 차리고 문제를 정확히 보지 않으면 반복해서 나타난다. 제2의 윤석열, 제3의 윤석열이 나타난다. 그래서 아주 심각하게 우리가 이해를 해야 된다.

 

(진행자 '그러면 그들이 신념화가 돼 있는 상태에서 윤석열 같은 인간들이 부정선거 얘기하니까 확 빨려 들어간 거잖아요. 그럼 그들은 대화로 설득이 가능한가요? 민주당이?')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윤석열이 이들을 설득했다고 보면 안 돼요. 이미 자양분이 있고 윤석열이라는 선동가와 결합한 거지. 히틀러 같은. 그러니까 윤석열이 없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진행자 '그래서 아까 얘기하신 대로 폭동 이 사태를 통해서 제2, 제3의 인물이 나올 걸 조심해야 된다.') 조심해야 되고, 저들을 어떻게 민주당에 끌어들일 것이냐 고민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거예요. 왜 잘못됐냐. 아직 이 사태를 정확히 못 보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민주당을 지지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지금 저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무서워해요. 그러니까 저 친구들과 같이 하라는 말 자체를 자기들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 꼰대들의 얘기로 보는 거예요. 어떻게 민주당으로 끌어올까, 이런 말 하면 안 돼.

 

중요한 건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 나름대로 죽을 때까지 갑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사유를 안 해요. 계산만 하지. 머리는 누구보다 많이 굴려요. 그런데 이 뇌를 굴릴 때 두 개의 내가 싸워야 되거든요. 하나는 자기 이익을 도모한다. 하나는 올바른 게 뭔지를 막 얘기한다. 이 두 개가 충돌을 해 사유가 일어나거든요. 근데 올바른 게 뭐냐(고 얘기하는 내가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얘에 의해서 완전히 포섭돼 버렸어요. 그러니까 사유는 없고 계산만 있는 거죠. 하나의 자아만 있는 거예요. 충돌하는 자아가 있어야 건강한 자아인데. 이건 고쳐지지 않습니다. 희망 갖지 마세요. 그러니까 그들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이냐가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해야 돼요. 정치적인 거예요. 제가 아무리 철학하고 대학 교수라고 그래도 펑퍼짐한 상태의 교육학적 제시를 하면 안 돼요. 지금은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지, (진행자 '오히려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그렇죠. 고립시켜야지, 그래야 그들도 순화돼요. (진행자 '아, 우리가 왜 이렇게 고립됐을까? 고통받고 스스로 약간 자책하게 되고.') 그러면서 흩어지게 되는 거예요.

 

(…) 파시즘이 우리 사회에 싹텄다 하는 얘기는 일상적으로 누구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그걸 제일 먼저 많이 느낀 것은 지금 2030 여성들이에요. 우리는 남성이니까 못 느끼지만. 지금 점점 우리 사회 전역에서 누구나 그런 피해의 대상자가 될 수 있어요. 이 파시즘에. 그래서 첫째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치 이야기를 하더라도,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신앙 고백을 유도하지 마라. 신앙 고백식의 정치 담론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빨리 너 누구 지지해, 너는 어느 당이야' 이런 식으로 가지 마라. 뚜렷하게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그건 자연스럽게 아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니까 정치 담론을 조금 수준을 높여보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습성을 들여야 돼. 이재명이냐 아니냐,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 이런 거 말고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예를 들어) 지역화폐. 지역화폐에 대해서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작용과 부작용을 함께 검토해 보는 이런 식의 정치 담론을 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정치 얘기를 하더라도. 그러니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100이 옳고, 상대방 것은 100이 틀리다고 생각하면 파시즘적인 테러 현상을 줄일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시사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해 파시즘과 극우 폭도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오락실' 화면 갈무리

 

보다시피 박 교수는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되고 지체된 외로운 늑대'들이 조직화해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며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2‧제3의 윤석열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신념화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유'를 하지 못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까지 포섭된 이들을 억지로 민주당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소수 세력으로 고립시켜야 스스로 순화되고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도들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한 정도가 과격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2030 청년들을 배척했다고까지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무조건 꼬투리를 잡자는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오히려 지지 정당을 가르거나 강요하는 '신앙 고백 식 정치 담론'을 경계하며 나는 100% 옳고 상대방은 100% 틀렸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파시즘적 테러 현상을 줄일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박 교수가 실제 했던 발언은 헌정사 초유의 친위 쿠데타 발생 이후에도 내란 수괴와 극우 세력의 끊임없는 준동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대다수 국민이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그럼에도 박 교수의 정치철학적 사유와 엄정한 현실 진단은 엉뚱하게 '청년 비하'로 몰려 언론과 여권으로부터 돌팔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주지 않았고, 결국 박 교수는 12일 교육연수원장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박 교수는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씁쓸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고립시켜야 된다, 이런 말을 했어요. 다른 데서도 많이 했는데 최근에 저를 공격하는 게 뭐냐면, 제가 '폭도'라고 말하면 '2030'을 공격했다고 그래요. '외로운 늑대'가 된 이들과 함께 할 수 없다 그러면 '2030 청년'이라고 얘기해요. (…)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당 민주주의 체제가 돼 있나? 우리 정치 체계에 그런 기초가 다져져 있나? 다져져 있으면 제가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으로서 계속 이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지금 현 상황에서, 객관적인 상황을 봤을 때, 나는 폭도를 폭도라고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근데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으로서는 폭도를 폭도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 폭도를 폭도라고 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더 나아가서 범헌법수호세력이 다음에 저들로부터 권력을 뺏어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는 거예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고 내란을 종결하는 선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거예요. 내란이 종결되더라도 이들은 끝나지가 않아요. 그래서 만약 지금 민주당이, 더군다나 헌법을 수호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폭민, 폭도, 파시즘 동원 세력들까지 얼버무리게 되면 내란은 계속됩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