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이미 1991년에 민주당과 진보정당 구분
"민중당과 통합? 보수정당에 들어올 필요 없어"
"사회민주당 간판, 사민주의 정책? 가능성 없다"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 위한 중도‧중도우파 표방
문재인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정당"
이해찬 "개혁 세력이지만 진보 아니고 중도우파"
권영길 "신자유주의 민주, 절대 진보 될 수 없어"
학자들 지적도 마찬가지…"서구 기준 보수 정당"
이재명 역시 오랜 지론…차기 대선용 급조 아냐
2017년 저서 "진짜 보수가 가짜 보수 몰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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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명계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진보인데 왜 이 대표 마음대로 노선을 바꾸느냐는 취지로 펄쩍 뛰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의원 생활을 하며 "실패와 부패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 심판"을 외쳤던 김부겸 전 총리마저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고 반발하는 등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해 소위 친문(親文) 인사들의 분노가 쏟아지더니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21일 가세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들은 자신들이 종전에 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취급한 적이 없었음에도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돌연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라고 잣대를 바꿔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혼자서 불쑥 선언할 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화 이후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계열로 사실상 양당제로 유지돼온 한국에서 민주당은 진보 쪽으로 폭을 넓혀왔다. 이런 전통을 이재명 대표가 하루아침에 흩뜨릴 수 있나.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의 오랜 정체성을 내던지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질책했고, 경향신문도 사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재명, 정책 우회전 예고인가>에서 "이 대표가 당 정체성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은 느닷없고, 적절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보수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이 대표가 '위장전입'을 하려 한다고 비난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두 길 보기 정치 사기"(권성동 원내대표) "한마디로 위장전입"(김상훈 정책위의장)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보수 정당 국민의힘에 입당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김기현 의원) "이재명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면 파리도 새"(안철수 의원) 등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이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도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점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오래된 개념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점을 명확하게 밝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들 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오른팔 역할을 했으며 현재도 민주당을 대표하는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 또한 "민주당은 중도우파"라고 규정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실제 진보 정당들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 학자들의 분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착시라는 얘기다. 이 기사는 분량상 이재명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꺼낸 의미나 배경은 생략하고 민주당을 둘러싼 중도보수 담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만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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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 정치사의 거인이자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당이 '중도' '중도보수'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누차 공언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했던 관련 발언이 언론에 일부 소개되기도 했는데, 시민언론 민들레는 김 전 대통령이 그보다 훨씬 전인 1992년 제14대 총선 및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의 정체성을 진보와 뚜렷이 구별해 설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저서로 1994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나의 길 나의 사상>에는 <나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말한다>는 장문의 글이 실려 있다. 앞서 월간 <사회평론> 1992년 1월호에 게재됐던 정운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의 대담을 전재한 것으로(대담은 1991년 12월 진행),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우재‧장기표‧이재오‧김문수 등이 이끌던 민중당과의 통합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민중당은 진보인 반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기 때문에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취지다.
"민중당과 우리 당이 통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당은 중도 정당이고 보수성을 띤 사람들도 많고, 반면에 민중당은 진보 정당이 아닙니까? 진보 정당이 보수 정당으로 들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진보 정당은 진보 정당대로 대표할 세력이 있지요. 진보 정당이 조급하면 안 돼요. 조급하다가는 전부 실패합니다. 진보 정당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적으로 확고하게 뭉친 중심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나는 진보 정당을 하시는 분들에게 솔직히 얘기합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은 우선 민주당을 정권 잡게 하는 것이다.' (…) 우리가 승리하면 그날로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이 자유롭게 풀리게 되어 민중당이 노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진보 정당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정운영 논설위원이 "사회민주당이라는 간판과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겠느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렇게 답했다.
"우리 당이요? 그럴 가능성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은 자본주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150년 동안 서로 대결해 오다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 가보더라도 과거 보수 정당이나 사회민주 정당들이 전부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사민당도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하지 혁신 정당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도 그렇고 말이지요. 심지어 기독민주당이 자기들을 중도좌파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정당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대중 참여의 개방경제, 사회적으로는 복지사회,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중도 통합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중도 정당의 길이 정당한 길이고 앞으로 여기도 통합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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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삼인 출판사에서 낸 <김대중 자서전>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정계 은퇴 뒤 복귀해 1995년 9월 5일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의 과정이 소개돼 있다. 여기서도 그는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의 정체성을 진보가 아니라 중도에 두고 있다.
"여의도에 새 당사를 얻었다. 1995년 7월 20일, 여의도 대하 빌딩에서 신창 당사 입주식이 있었다. 나는 신당 창당 준비위 상임고문을 맡았다. (…) 새 당이 탄생했다. 이름은 '새정치국민회의'였다. 국민회의란 당명은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끈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그가 몸담고 있던 '국민회의파'에서 영감을 얻었다. (…)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 선언문과 강령에서 국민의 참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중도 정당을 표방하였다."
"당시 우리는 자민련과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재야 민주화 운동 출신들의 반발과 비판이 있었다. 당내에서는 김근태 씨 등 재야 출신 소장 의원들이, 당 밖에서는 종교계 인사들이 반발했다. (…) 과거에 대립했던 세력과의 연합에 거부감이 있겠지만 현실 정치에서 소신과 명분 못지않게 현실적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라고 역설했다. (…) 그때까지도 DJP 연합에 대해 일부에서 야합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사민당이 기민당과 연합하고, 기민당이 기사당과도 연합한다. 나는 공동 정부를 운영해서도 충분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이 밖에도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7월 1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중도보수로 변한 게 아니다. 우리 당(새정치국민회의)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를 표방했다"고 말했고, 같은 해 11월 13일 금융실명제 관련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만큼 명확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전에 회고록 성격으로 쓰다 미완에 그친 <성공과 좌절>에서 '제3의 길'과 관련한 서술을 했다. 참여정부의 국가 미래전략인 '비전 2030'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채 묻혔다고 안타까워하며 "2020년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년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제3의 길
-클린턴과 진보정책 연구소, 로버트 라이시의 노동 전략,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의 바람은 대처 못지않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책들. 기든스의 책과 『영국 개혁 이렇게 한다』, 아태 연구소의 번역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 2030
-비전 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진보 언론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전 2030
논리와 구조, 내용의 소개
-목표는 2020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 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는 이번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 보니, 진보 대통령이 진보 정책을 다 할 수가 없고, 보수 대통령이 보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결국, 중도를 기초로 진보·보수 정책을 가져다 쓰는 길, 결국 중간으로 가더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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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상으로 당의 정체성에 대한 시각이 확고하고 냉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7월 29일 동아일보 논설위원들과 자유토론 형식의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다음 달 4일 보도된 해당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 정당">이었다. 중도보수도 아닌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보수라고 말한 것 맞나?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다."
-이념으로 보면 진보 아닌가.
"상대적으로 그냥 당이 조금 더 개혁적이라거나, 미국 폴 크루그먼의 책 '미래를 말하다'의 분류로 미국식 공화당‧민주당을 각각 보수당‧진보당이라고 할 때 우리를 그렇게 (진보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유럽식을 기준으로 하면 보수다."
-당내에는 진보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유럽에선 극우에서부터 우파, 중도좌파, 온건좌파, 좌파, 극좌 등등 여러 단계가 있지만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갔다. 정의당이나 사회당 이런 데서는 우리를 보고 보수라면서 '사이비 진보'라고도 하지 않느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개혁 정책이 약간 우파적인 것으로 오도가 돼서 우리가 초청해서 저도 축사를 했는데 2003년 당시 사민당의 노선이 다 우리 당보다 왼쪽에 있었다. 복지 지출은 우리가 몇십 년을 쫓아가도 모자랄 정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고 친노‧친문 그룹의 좌장이기도 한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6월 15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진보 아닙니다. 민주당을 개혁 세력이라고는 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정강‧정책을 보면 유럽에 있는 진보당, 진보 세력, 노동당이라든가 거기보다 훨씬 정책이 보수적이잖아요. 자꾸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데 우리 당이 제가 보기에는 중도우파 정도 되는 겁니다. (…) 지금 보수는 수구 세력이거든요. 말하자면 냉전체제와 분단을 이용해서 내려온 수구 세력 아닙니까. (…)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이제 좀 더 서민적인 복지라든가 교육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더 강화시키는 것을 가치로 삼는 새로운 건전한 보수가 나와야죠."
이어진 진행자와의 문답에서도 이해찬 전 대표는 민주당이 중도우파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만약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나는 이런 정당을 만들고 싶다면요?
"적어도 우리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수준까지 가야 된다고 봐요."
-그럼 한국 민주당이 어느 수준이라고 보세요?
"아까 제가 중도우파라고 그랬잖아요. 진보 세력이 아니라니까요."
-근데 사회적 잣대는 민주당이 진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아니 이쪽(당시 자유한국당)이 하도 극우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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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렇게 개념 규정을 해왔는데 실제 진보 정당 측의 민주당에 대한 분류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말대로 '사이비 진보'라는 관점이 오랜 세월 견지돼왔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17·18대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까지 지내면서 진보 정치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권영길은 2022년 9월 연합뉴스, 2024년 1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한국 정치의 비극'에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은 그간의 궤적을 볼 때 중도우파 정도가 맞다는 요지다.
"민주당이 대표적인 진보 정당으로 돼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이고 모순이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강령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중도를 표방하는 것이 맞다.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민주당은 절대 진보 정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강령 기준이 없다. 지금 현시점, 새 시대로의 대전환기인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풀어갈 가장 핵심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느냐, 수용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게 가장 기본적 기준인데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구조 바탕을 옹호하고 나아가고 있지 않나. 민주당을 위해서도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이 중도우파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몸에 맞지도 않고 거북스러운 진보 정치 딱지를 떼어버리라고 하고 싶다."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본부장도 2022년 6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강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연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 '진보'라는 말이 너무 오염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보수인 민주당이 이미 진보 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니까"라고 탄식했고,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대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맞다. 역대 어떤 민주당 정권이 '진보'의 정체성을 표방했었나?"라며 "김대중 정권은 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했고, 노무현 정권은 굴욕적 한미FTA 협상과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등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으며, 문재인 정권은 촛불 광장의 사회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서구의 기준으로 진보는커녕 보수 정당에 가깝다는 학자들의 지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가령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2015년 10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편향'으로 왜곡된 정치 지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구가 현대사를 지배해온 결과 한국의 정치 지형은 연쇄적으로 왜곡되었다. 수구가 '보수'를 자처하고 나서자, 보수가 '진보'라고 불리게 되었고, 또 진보는 '급진'이라고 불려온 것이다.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 정당들은 모두 한 발짝씩 더 왼쪽으로 명명된 좌칭(左稱) 정당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역사와 민족 문제에 있어서나, 경제, 노동, 복지 정책에 있어서나 그들은 서구의 보수 정당에 가깝다. 정의당도 서구 정당과 비교하면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다. 독일과 비교해보면 한국 국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의당이 독일 연방의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보다 보수적이다. 이처럼 한국의 정치 지형은 극도로 우편향되어 있다. (…) 역사의 퇴물인 수구는 무덤에 묻고, 보수는 보수답게, 진보는 진보답게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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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비명계의 주장과는 달리 진보가 아니라 중도‧중도보수‧중도우파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이재명 대표 개인적으로도 중도보수론은 차기 대선용으로 '느닷없이' 급조한 게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표명해온 '진짜 보수' 지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저서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되찾을 시간>이라는 글을 실었다. 최근 정치 유튜브 채널 '새날', MBC '100분 토론' 등에서 했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친일파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쓴 채 우파를 자처했고, 그들의 정치 책략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진보 좌파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란 것 자체가 잘못된 설정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수임을 내세우는 그 세력들 대다수가 가짜 보수이기 때문이다. (…)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보수와 진보가 힘을 모아 마침내 가짜 보수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는 싸움이어야 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유린해왔던 가짜 보수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혹자는 입만 열면 복지를 외친다는 이유로 나를 진보좌파 정치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수도 되지 못하는 반민주세력이 보수의 자리를 차지한 대한민국에서 나는 진보가 맞지만, 법과 상식 원칙을 중시하는 나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진보에 속하기 어렵다.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정도는 돼야 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정치권으로 국한해서 볼 때 새누리당은 대부분 보수라고 할 수조차 없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다. 다수의 서민보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펴왔던 가짜 보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마침내 역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 나는 좌파의 정책이든 우파의 정책이든 다 가져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임을 자부한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의 중심에는 보수 진보로 강제 분류 당할 이유가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있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정치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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