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구금 벙커’ 답사한 군인 “여인형도 지시받고 전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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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수도방위사령부 벙커를 확인했던 국군방첩사령부 장교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어디로부터 지시받고 그대로 저한테 전달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장교는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벙커를 정치인 등 유력인사 체포 및 구금시설로 사용하려 했다는 걸 계엄 해제 뒤 알게 됐다고 했다.
노아무개 방첩사 군사기밀수사실장(대령)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상식적으로 수방사 벙커를 구금시설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다 알고 있다”며 여 전 사령관 또한 수방사 비(B)1 벙커에 구금하란 지시를 제3자로부터 받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체포 지시가 없었다”는 여 전 사령관 쪽의 주장과는 달리, 여 전 사령관이 육군 수방사 관할 지휘통제 시설인 ‘비1벙커’ 상황을 모를리 없으면서도 구금장소로 답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다.
노 대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뒤 밤 11시50분께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금 수방사 벙커로 가서 한 50명 정도 구금 가능한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4일 0시30∼40분께 벙커(문서고) 시설에 도착한 노 대령은 침구류나 구금 인력, 방안 화장실도 없어 구금시설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후 이경민 참모장에게 “수방사 군사경찰대대 미결수용소가 있는데 방 6개 30명 정도 수용가능하다”며 “(현재 미결수용소에) 3명이 입감돼있다”고 보고했고, 새벽 1시께 육군교도소에 있던 미결수용자 3명을 이감시키는 것을 기다리던 중 계엄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영관급 장교도 “여 사령관이 노 대령에게 ‘혹시 (벙커 수용시설이) 잠겨있으면 그냥 들어가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걸 들었다”며 “물리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의미로 추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시설을 알아보던 노 대령은 벙커 답사 목적이 ‘정치인 구금’이라는 사실을 계엄 해제 뒤 알게됐다고 한다. 그는 “전아무개 중령으로부터 ‘출동한 부대원들이 국회의원 세 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계엄이 해제되고 군인들이 철수하는 걸 보니 ‘미친 짓거리들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 배지현 기자 >
“계엄군 1팀 선관위, 2팀 체포조”…이재명·우원식 전담 조까지
방첩사 간부 검찰서 진술
여인형, 가짜뉴스정보팀·불법정치활동팀 구상
“이재명·우원식·한동훈 체포 집중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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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이 발표된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요원들을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팀’ ‘불법정치활동팀’ 두 팀으로 나눠 각각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정치인 체포조를 맡기는 식으로 운영하려 했다는 방첩사 간부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방첩사 간부를 조사하면서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3일 포고령이 선포된 이후 ‘1팀은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팀’ 2팀은 ‘불법정치활동팀’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비상계엄 당시 12·3 비상계엄 포고령(제1호)의 국회와 정당 등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1항과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2항 내용을 기준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두 팀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 전 사령관은 1팀인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팀’은 과천·관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꽃 등에 투입해 서버실을 확보해 인계하고, 2팀인 ‘불법정치활동팀’은 주요 인사들의 체포 역할을 전담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방첩사는 주요 인사 14명의 체포를 위해 여러 조를 짜고 각각 구금시킬 사람을 1명씩 지정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가령 ‘ㄱ조는 한동훈’ ‘ㄴ조는 이재명’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총 14개 조까지 편성할 인원이 되지 않았고, 10개 조를 편성해 총 49명이 국회로 출동했다.
선발대 5개 조가 출동한 뒤 12월4일 새벽 1시쯤 여 전 사령관은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에 전화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에 집중하라”고 전했다. 이때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했던 시기로, 여 전 사령관이 의결을 막기 위해 각 당 대표와 의장 등을 우선 체포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 전 사령관의 수정 지시를 받은 김 전 단장은 출동한 인원을 포함해 전 수사관에게 3명을 집중해 체포하라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김 전 단장은 ‘체포 및 구금’은 명확하게 여 전 사령관의 지시였다고 했다. 김 전 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위치추적만 요청했을 뿐 체포나 구금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검찰의 말에 “사실이 아니다. 당연히 여 전 사령관이 구금 지시를 했다. 위치추적만 하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다”고 진술했다.
여인형 “계엄, SNS 때문에 안돼” 김용현 “그만하라” 버럭
여 전 방첩사령관, 검찰 특수본 조사서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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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조처 사흘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조치권’을 강하게 언급하자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군대가 ‘충정훈련’도 받지 않았고 휴대폰 SNS 등 때문에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만 좀 하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 조사에서 “지난해 11월30일 김 전 장관이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거를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여 전 사령관은 “그 전에도 그런 말을 수차례 했지만, 그날은 발언의 수위가 아주 높았다”며 “김 전 장관이 ‘계엄령을 발령해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 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여 전 사령관은 “그런 정치적인 문제를 왜 군사적인 계엄령으로 하느냐”며 “장병들이 초기엔 따를 수 있겠지만, 이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예전과 같이 충정훈련도 받지 않았고 지금은 휴대폰, SNS 이런 것들이 있어서 안 된다”라고 반대했다고 검찰에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이 언급한 ‘충정훈련’은 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 시위를 진압하고자 실시했던 훈련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고자 실시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 좀 하라, 헌법상 비상대권 일환이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시는 일이니 전혀 문제가 없다”며 “너는 이제 그런 말 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그만하라고 화낸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둘은 대통령 관저로 넘어가 윤석열 대통령과 맥주를 마셨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의 국무위원 탄핵, 특히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 “격하게 말씀했다”고 여 전 사령관은 진술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조치를 해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여 사령관은 “‘설마 국무위원들이 반대할 텐데 그게 될 수 있겠나’라고 생각했다”고 검찰에 밝혔다. < 한겨레 곽진산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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