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도 “윤석열 파면”…마지막일지 모를 100만 집회 예고

“한파 속에서 눈비 맞으며 100일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 황사 맞으면서 싸워야 한다니, 솔직히 힘듭니다. 하지만 지치진 않습니다.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로 점쳐지던 14일, 여전히 선고일이 안갯속인 가운데 이번 주 내내 광장에 나와 윤 대통령 파면을 외치던 시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다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에는 15만명(주최 쪽 추산, 연인원 기준)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30대 직장인 ㄱ씨는 “힘들지만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다”며 “선배님들이 피땀 눈물로 만든 평화로운 광장에서 끝까지 싸우고 끝내 승리를 쟁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된 뒤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자리를 지켰고, 시민들은 “단식 농성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 부름에 응답했다. 이날로 사흘째 ‘부산 대학생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도현(21)씨는 “윤석열이 구속 취소까지 된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광화문의 열기를 부산에도 이어지게 하고 싶어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며 “시민분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씨를 비롯한 7명의 부산 지역 대학생들을 향해 “파이팅!”, “우리가 미안하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거리에 자리한 수십 개의 농성장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박수를 치거나 “고생하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엔 붉은 글씨로 ‘민주화여! 영원한 우리 민족의 소망이여!’라는 문구가 쓰여진 시민항쟁버스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직장인 김나영(27)씨는 “월요일부터 퇴근하자마자 바로 광화문으로 오고 있다. 단식 농성하는 분들도 있는데 안 오면 더 죄송할 것 같았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부디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악은 항상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해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반드시 탄핵 인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상행동은 탄핵심판 선고 전 마지막 주말이 될지 모를 15일을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로 정해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다. 평일 내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친 시민들은 “내일도 당연히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류상호(72)씨는 “내일은 물론이고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올 예정이다. 힘이 전혀 안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보탰을 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 정도 힘든 건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권휘진(44)씨도 “이렇게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다는 걸 보여줘야 극우세력들이 이상한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사람들이 안심할 것 같았다. 더 길어져도 힘낸다는 마음으로 내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비상행동 공동대표이자 ‘윤석열즉각퇴진 예술행동’의 운영위원장인 송경동 시인은 이날 무대에 올라 “이 추악한 내란 정국이 결국 윤석열 파면과 재구속, 영원한 격리로 이어졌다는 해피엔딩의 노래를, 그림을, 소설을, 연극을 만들어 줄 벗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벅차고 신나지 않느냐”며 “내일은 100만 시민 대행진의 날이다. 민주항쟁의 날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자”고 했다. 바닥에 앉아 박수와 환호로 발언을 경청하던 시민들은 잠시 응원봉과 조명 등을 끄고 어두워진 광장에서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회자의 말에 맞춰 다시 응원봉을 켜고 자신이 가진 ‘빛나는 것’들을 흔들며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을 끝장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소리쳤다. 이에 맞춰 데이식스의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오던 광장 위를, 보름달이 밝게 비췄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윤석열 탄핵 선고 앞두고 주말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17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를 열고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한다. 신고된 집회 인원은 5만명이다.
비상행동을 비롯한 각계 시민 사회 단체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총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과 내란 잔당의 거짓 선동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윤석열 파면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과 단체들에 호소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여달라”고 밝혔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난 8일부터 광화문 천막 농성장을 꾸려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각계의 시국선언도 줄잇고 있다. 14일 영화인 시국선언에 참석한 최하나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윤석열이 아닌 우리들이 될 것”이라며 “내일 광장을 지긋지긋한 내란 정국의 클라이맥스(절정)로 만들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광화문 집회에 앞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민의힘 해산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를 연다. 민주노총도 15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로에서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쟁취! 3·14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뒤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 신고인원은 5만명이다. 대국본은 “걸을 수 있는 사람 다 나오라”며 “국민저항권을 완성하자”고 밝혔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도 15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고나린 기자 >
마지막일지 모를 ‘윤석열 탄핵’ 주말 광장…“혼신의 힘 다해 준비”
집회를 축제로 만든 비상행동
“K팝에 구호 넣어보다 잠들어”

12·3 내란 사태 이후 석 달 넘게 광장을 울렸던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칠 주말 집회는 어쩌면 ‘단 한 번’ 남았을지도 모른다. 12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초긴장 상태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주말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그간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시민이 참여하는 집회를 준비해왔다. 분노의 마음을 응원봉으로 표출하는 모습은 “집회의 진화”라고 불렸다.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팔뚝질하는 모습은 집회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기상천외한 손팻말과 깃발이 거리를 메웠다. 막바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비상행동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진보연대 활동가이자 집회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은 센스 있는 선곡으로 집회를 축제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세대를 아우른 유행곡에 단순한 율동을 더해 탄핵 구호에 신명을 더했다. 그는 “70대 노인도 따라 부를 정도로 쉬운 가사여야 하고, 구호가 들어갈 틈이 있어야 하고, 행진 속도에 맞는 적정한 빠르기여야 한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는 조금 느려서 속도를 조절했다”며 엄정한 집회 선곡 기준을 설명했다. 요즘도 박 팀장은 퇴근 뒤 ‘집회용 케이팝’ 연구에 매진한다. “노래 틀어놓고 박자 타면서 ‘윤석열 탄핵!’ 구호 넣어보다가 잠이 듭니다.”

시민이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까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숱한 손길이 필요하다. 비상행동 상황실 활동가 99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집회를 준비하려 종일 분투한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아침 10시부터 회의를 열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치 상황에 맞게 집회 주요 기조를 정한다. 낮에는 각 단체가 여는 사전집회를 지원한다. 오후 3시께부터 본 집회를 위한 무대, 음향, 조명을 체크한다.
그 가운데 핵심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시민발언문을 하나하나 미리 받아 혐오표현이나 비속어가 없는지 검토하고 수정한다. 이를 위해 행사기획팀 안에는 시민발언팀을 따로 뒀다. 집회가 끝나도 회의는 이어진다. 정진임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행진 마치고 마무리하면 밤 10시가 넘는다. 그 뒤에도 끝이 아니다. 밤 11시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다 보면 새벽 1시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박민주 팀장은 지난해 12월7일을 꼽았다. “탄핵안이 부결되고 실망감과 분노·좌절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순간 시민들이 ‘위플래시’를 부르고 탄핵체조를 하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박 팀장은 “탄핵심판까지 온 것도 그때 포기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온 ‘윤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끝이 보인다. 다음주 중엔 탄핵 선고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집회는 이어져도 ‘윤석열 탄핵’ 구호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수 있는 셈이다. 밍갱 비상행동 활동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황실도 바짝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말, 반드시, 빠르게 파면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성원 모두 혼신의 힘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이번 주말(15일) ‘100만 시민 총집결’을 호소한다. 집회 연출을 맡은 김지호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회에 나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 한다”며 “지난 석달 결정적인 순간마다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지혜 정봉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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