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석방 ‘이중 트릭’…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논썰]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아, 기묘한 법 술수

 
 
 
[논썰] 윤석열 석방의 ‘이중 트릭’,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한겨레TV

 

검찰이 법원의 대통령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 시한인 14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까지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는데도 검찰은 현행법으로 보장된 즉시항고 권한을 끝내 포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기에 앞서, 윤석열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이중 트릭’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구속기간 산입 등의 복잡한 법률 문제에 대해 아직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드립니다.

 

먼저 ‘그림1’처럼 법에 정해진 구속기간은 체포된 날부터 따져 10일간입니다. 그 안에 기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체포한 뒤 구속하려면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3일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림2’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구속기간 만료일은 3일 뒤로 미뤄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림3’에서 보시듯 빨간색으로 표시된 대통령 윤석열 기소는 구속기간 만료 시점보다 넉넉하게 앞서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그림4’를 보시죠.

 

지귀연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날짜, 즉 3일로 계산하지 않고 서류가 법원에 접수된 시점부터 반환된 시점까지 시간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파란색 부분입니다. 그러면 구속기간 만료시점이 딱 이만큼 뒤로 미뤄집니다. 이렇게 되니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이 파란색 바깥으로 나갑니다. 즉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에 기소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계산 방식을 날짜 단위로 다시 바꾸기만 하면 이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문제가 무엇인지 아시겠지만, 한단계 더 들어가 보죠.

사실은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습니다. ‘그림5’를 보시죠.

하얀색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체포적부심’이 이뤄진 기간입니다. 체포적부심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제도인데 윤 대통령은 이걸 꺼내들었죠. 어쨌든 이 절차에 10시간가량이 소요됐습니다. 이 기간도 구속기간에서 빼야 합니다. 하얀색 부분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은 그 하얀색 안에 들어갑니다. 구속만료 전에 기소가 이뤄진 것입니다.

 

여기에서 지귀연 부장판사는 또 하나의 트릭을 씁니다.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시간은 구속기간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겁니다. 기존 법해석과 완전히 다른 입장입니다.

 

이렇게 두단계의 완전히 특이한 해석을 통해, 윤 대통령 기소가 구속기간 만료 뒤에 이뤄졌다는 기묘한 결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귀연 판사의 결론이 왜 잘못된 것인지, 또 이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의 결정이 왜 터무니없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Wz1qZDvo4fs

기획·출연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 >

 

임은정 검사 “심우정 탓에 후배는 택시도 못 타…망신스러워서”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2024년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심우정 검찰총장이 불복 절차 없이 수용하자 검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13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검찰 구성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검사들이 너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 반응을 전했다.

 

심 총장은 법원이 70년 넘게 이어져 온 법원과 검찰의 실무례를 뒤집고 시간 단위의 구속 기간 계산법에 근거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음에도, 구속취소 시 즉시항고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해 ‘노골적 봐주기’, ‘윤석열 맞춤형 포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연히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가 즉시항고를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는 임 부장검사는 “원포인트로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만 해석례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무슨 약점이 잡혔냐는 생각이 들 만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앞서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수뇌부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 정도면 (검찰 내부가) 끓는 게 맞다”며 “어느 검찰 관계자가 자조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검찰은 ‘짖으라고 짖고 닥치라면 닥치는 개’인데, 검사 게시판에 이 정도 글이 부장급들에 의해 올라오는 거는 이례적인 것이다. 말을 안 하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니 그런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택시도 못 탈 정도로 망신스럽다’는 후배 검사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 검사가)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택시 기사분한테 ‘검찰 왜 그러냐’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망신스러워서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못 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즉시항고는 하지 않으면서 종전대로 구속 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하라는 대검의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구속 기간 산정은 검사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관, 실무관들도 매일매일 구속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며 계산한다”며 “워낙 이례적이라서 서로 점심시간에 말하는 것도 민망하다. 그런 사람이 검찰총장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