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변론 종결하고도 윤석열 선고는 미정

정청래 "국민 최대 관심, 기일 지정 간곡 요청"
문형배 침묵…19일까지 공지 없으면 다음 주로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등 이견에 표류?

탄핵 인용 낙관하던 야권서도 불만‧우려 표출
이재명 "헌재 선고 늦어 어느 국민 납득하겠나"
김용민 "숙고 넘어 지연…좌고우면 더는 안 돼"
민주‧혁신 법사위원들 '조속 파면 청원서' 제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3.18 [공동취재] 연합

 

헌법재판소는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제쳐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 4시 5분쯤까지 재판을 열어 양측의 종합변론과 최종 의견진술을 들은 뒤 한 차례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해 고지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지 않고 이튿날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달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이날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헌재가 박 장관 변론 절차를 마친 뒤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공지하느냐에 쏠렸다.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박 장관 사건의 최종 의견진술 말미에 "오늘은 박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지만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언제일지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라며 "박 장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해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헌법재판관들께서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은 아무 대답 없이 침묵만 지켰다. 18일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93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주가 지났다. 만약 19일까지 기일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고는 다음 주로 또 넘어갈 공산이 커진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1회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3.18. 연합

 

그러다 보니 헌재의 탄핵 인용을 낙관하며 강한 신뢰를 보내왔던 야권에서도 불만과 우려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란 사태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을 헌재가 빨리 수습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선고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혹시 보수 성향이 뚜렷한 정형식(윤석열 대통령 추천), 김복형(조희대 대법원장 추천),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재판관 등의 이견으로 헌재가 전원일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평의가 계속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혼란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성장률도 폭락하고 있다"면서 "헌재가 박성재 장관 탄핵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이 풍찬노숙하지 않고 이제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을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18. 연합

 

이 대표는 오후에는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우리 민형배 국회의원이 단식 도중에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신상길 당원도 탄핵을 위해서 싸우다가 유명을 달리했다"며 "오늘 밤에도 아마 광화문 일대,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눈발 날리는 이 추운 밤을 길거리에서 지새우는 분들이 무수히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참으로 위중한 시기다. 경제도 안보도 평화도 민생도 민주주의도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 하루가 급하다"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혼란을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지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굶고 죽어가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두환은 죽었지만, 전두환이 저지른 그 패악과 피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두환의 전 사위가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면서 군사반란 수괴를 처벌하지 말라고 온 길거리를 헤집고 있다. 전두환의 아들은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면서 학도병이니 의병이니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며 "모두가 책임을 엄히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군사반란, 친위 군사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모두가 함께 애쓰고 있는 이 와중에 저희 민주당도 죽을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청구인 윤석열, 조속한 파면 결정 청원서' 제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서를 민원실에 접수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2025.3.18. 연합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명의 헌법재판관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대한민국의 신인도는 추락하고 내란 사태의 수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뿐이다. 8명의 헌법재판관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있는 결정권을 즉시 행사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촉구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최후변론 후 벌써 3주째인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14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 11일에 비해서 숙고의 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증거가 명확하고 한 개의 사건이다. 온 국민이 다 쳐다봤던 내란의 밤이었기 때문에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나아가 "우리 헌법재판소는 87년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는 전두환의 비상계엄을 극복한 토대 하에 오늘의 현실에 이른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한 번 비상계엄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헌재의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선고가 늦어지는 만큼 국민 불안감은 높아지고 국론분열에 따른 국가적 위기 또한 중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깨진 국민들의 평온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내란은 진행형이며 국민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추운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의 안정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피청구인 윤석열을 조속히 파면해주시길 거듭 청원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헌재 민원실에 제출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박지원·박은정 “윤석열 선고 21일 예상…늦어질수록 혼란 심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 후반인 21일을 선고 날짜로 예상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21일 금요일날 (탄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이상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 국가 혼란이 얼마나 심하냐”며 “정부 국무조정실에서 단국대 산하 연구소에 용역을 해가지고, 박근혜 탄핵 갈등 비용이 1740조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계엄 갈등 비용은 2천조가 훨씬 상회할 것”이라며 “헌재는 국가를 위해, 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민생 경제를 위해서 최소한 21일 금요일까지 결정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분들, 특히 언론인분들도 좀 여러 가지 말씀들을 주시는데 이번 주 금요일(21일)이 선고가 좀 유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더라”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좀 됐으면 하는 바람들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야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헌재를 향해서 빨리 해라 늦게 해라 이런 압력들은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금요일 날(21일)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며 “선고일자 공지는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내일(19일) 공지하고 목요일(20일)에 선고해도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요일쯤으로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헌재에서도 국민적인 관심과 그다음에 혼란을 더 이상 책임을 지셔야 되기 때문에 일부 소수 의견이나 별개 의견에 대해서도 허락하고 빨리 선고 날짜를 잡아주시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