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테이크 잇 다운 법안에 서명할 준비를 하는 동안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켜보고 있다. ⓒ 연합 =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유대주의 근절과 학생 사상 검증 등 교육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을 금지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22일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아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상실했다"라고 밝혔다.

놈 장관은 하버드대에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할 수 없으며, 기존 외국인 학생은 전학을 가거나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SEVP는 국토안보부의 유학생 비자 프로그램으로, 대학들은 SEVP 인증이 있어야 외국인 학생 자격증명서(I-20)를 발급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말 안 듣는 하버드대 '돈줄' 압박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는 반미국적이고 친테러리스트 선동가들이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을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폭행하며 학습 환경을 방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안전하지 않은 학습 환경을 조성했다"라며 "이를 선동한 이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 학생"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버드대는 위구르족 집단 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조직 구성원들을 초청하고 교육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 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4월 30일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SEVP 인증을 종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버드대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유대인 학생 보호 실패 등을 문제 삼으며 다양성·형평성·포용(DEI) 프로그램의 전면 폐지, 입시·채용에서 인종과 성별 고려 금지, 마스크 착용 금지, 외국인 학생 정치 성향 검증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를 거부하자 26억5000만 달러(약 3조6700억 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삭감했고, 더 나아가 외국인 학생 등록까지 막아선 것이다.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과 학자들, 미국 풍요롭게 해"

<뉴욕타임스>는 2025년 기준 하버드대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해당한다며 "외국인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교육비를 쓰기 때문에 대학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놈 장관은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모집하고 그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불리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하버드대는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라며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제이슨 뉴턴 하버드대 홍보이사는 이러한 조치가 "불법(unlawful)"이라며 "하버드대는 140개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 학생과 학자들을 수용하고, 이들은 하버드대와 미국을 풍요롭게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인 구성원에게 신속한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런 보복은 하버드대 공동체와 미국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하버드의 학문과 연구 사명을 훼손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스웨덴 출신의 하버드대 학생은 "외국인 학생이 없고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없다면 하버드대는 더 이상 하버드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 윤현 기자 >

 

미 국토안보장관 “하버드 외 다른 대학도 유학생 등록 금지 검토”

 

 

1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해리 엘킨스 와이더너 기념 도서관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 외 다른 대학에도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놈 장관은 이날 엑스에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아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가를 상실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하버드대는 SEVP 인증 상실에 따라 더는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존 외국인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이다. 대학들은 SEVP의 인증이 있어야 외국인 학생 등에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등을 발급할 수 있다. I-20는 비자 승인에 필요한 핵심 서류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 학생들의 폭력적인 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런 조처를 내렸다.

 

이에 하버드대는 성명을 내고 “국토안보부의 외국인 학생 차단은 불법”이라며 “대학 측은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이나 학자의 수용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경향 윤기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