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마당] 12.3 교훈, 개혁과 도약의 동력으로
반역과 반전의 6개월이었다.
그 날 이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벼랑끝 고개를 넘나드는 것 같은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힘겹게 외치고 땀흘려 고갯마루를 넘었다 싶으면 혼탁한 강물이 가로막았고, 갑자기 바윗덩이가 굴러떨어져 아차 피했더니 이번엔 절벽이 시야를 가려 눈 앞이 캄캄한 일도 있었다. 조마조마 모두들 잠을 설치며 애간장을 태워야 했던 곡절의 180일이었다.
느닷없이 총검으로 무장한 국군장병이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이닥쳐 난리를 벌인 충격적 사건부터, 빛의 장관을 이룬 응원봉의 궐기와 극적인 탄핵, 내란수괴의 관저 버티기 끝에 체포의 환호가 있었지만, 그마저 잠시, 동키호테 판사의 방면으로 허망한 반전을 이루더니 피말린 파면의 역전극, 그리고 물타기와 궤변으로 반전을 노린 선거판까지, 국내외 동포들은 불안한 감정의 냉온탕에 내몰린 시간고문을 견뎌야 했다.
어쩌면 숱한 눈구덩이를 오르내리며 힘겹게 내달리는 모굴스키(Mogul skiing)를 탄 기분이 들기도 했던, 유난히 긴 12.3 내란의 겨울, 그 이후 ‘내란의 얼음’이 냉해를 부르며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아(春來不似春) 속이 답답한 날들…
주마등처럼 스치는 지난 6개월의 파노라마를 뒤로하고 마침내 흑암의 터널을 벗어나 눈부신 6월의 햇살로 새 시대를 열어 젖혔다.
6.3 대선의 결말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정의를 되찾았다는 것과, 결코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승리의 전통과 역사적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대한민국 다수를 확인한 사실일 것 같다.
당선자 이재명 새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주권 정부’의 출범이 바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살리는 신호탄이고, 이를 쏘아올려 뒷받침한 것이 역사 속에서 의로움의 전통을 만들어 온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계엄군을 몸으로 막고 광장을 메운 응원봉의 결기, 해외 각지에서 조국을 위해 외친 동포들의 혈맥에 흐르는 민족정기가 그 증거들이다.
민주 헌정질서를 위협한 친위 쿠데타가 어찌 진보에게는 악행이고 반란인데, 보수에게는 정의이고 잘한 일이 될 수 있는가. 도무지 진보 보수를 따질 대상이 아닌데도, 내란 무리는 억지논리로 판을 뒤집으려 했다. 오히려 국가안위에 민감한 보수주의자들이 더 분개하는 게 마땅한 일이거늘, 스스로 거짓 보수임을 커밍아웃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반 만년 우리 역사에 수많은 외침(外侵)이 있었고, 국가적 변란도 잦았지만, 대표적인 민족적 신념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이었다. 이성계가 역모로 권력을 잡았어도 정몽주를 충신으로, 단종은 사약에 갔어도 사육신이 충신이고 세조가 왕위를 찬탈했노라는 사가(史家)들 기록과 민심의 기억을 보아도 그렇다. 근현대사에 식민 일제의 패망으로 고통에서 해방된 역사부터, 전쟁 잿더미에서 회생한 일, 불의한 독재권력에 피와 눈물로 항거해 민주주의를 일궈온 기억들까지…‘하나님이 보우하사’ 유구한 대한의 역사가 곧 사필귀정, 정의의 승리를 말해주는 것이다.
12.3 내란의 파고를 넘어 6.3 투표의 선택과 심판으로 펼쳐진 새 시대는 큰 기대와 희망을 주지만, 난제도 수두룩하다. 새 정부는 조급하지 않되 지혜롭게 선후 완급을 가리며, 무너지고 망가진 구석구석을 재빨리 수리해 나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 인권 등 국민의 정신행복은 물론, 경제 사법 군, 외교, 문화 등 모든 부문을 정상으로 되돌려, 행복과 평안의 삶을 모두가 향유할 수 있게 발빠른 행보에 나서야 한다. 내란 와중에 드러난 온갖 병폐와 구태들을 제거하고 고치고 바로잡는 법적, 정치·사회적 행동과 조처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내란일파를 철저히 규명해 단죄하고, 권력을 일가범죄와 카르텔 이권보호에 오남용한 자들, 법치를 내로남불 짓밟은 자들을 징벌해야 한다. 국정을 무속으로 더럽힌 자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린 민족혼이 없는 자들, 주인인 국민의 머리 위에 또아리를 틀어왔던 오만불손한 자들, 피흘려 지켜온 민주업적을 깔아뭉개 선열들의 희생과 열정을 더럽힌 무리들을 응징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민주헌정을 유린하거나 민족 자존심을 훼손하는 망동이 반복되지도, 생각조차도 하지못할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아픔도 거부반응도 나올 테지만 각오할 일이다. 민주적이고 과단성 있는 국정이라면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흔히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며, 고진감래라 했다, 심한 산통 후에 옥동자를 낳듯이. 12.3의 홍역을 우리들의 도약 자산과 개혁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야 말로 한민족의 지혜일 터이다.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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