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마당] 사이비 제-정(祭政) 오월동주의 결탁

 

 

전세계에서 모여든 신랑신부 5천여 커플이 한국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는 뉴스가 최근에도 일부 언론에 나왔다. 문선명 씨가 세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칭 통일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려고 수십 년 전부터 벌이는 토픽성 이벤트의 하나다.

 

5천 명의 동시 결혼 기사가 토픽감이기는 하지만, 연예기획사도 아닌 영적 수양에 힘을 쏟아야 할 종교집단이 세속적인 이벤트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이 과연 어울리는 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신흥 이단 사이비종교라는 딱지와 열등감을 화려한 행사로 커버, 혹은 보상하고 싶은 허장성세의 시도가 아닐지.

 

그 통일교의 치부가 요사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직과 국정을 ‘비즈니스’로 여겨 온갖 불법 비리로 이권을 챙긴 내란 세력, ‘윤건희’ 일당과의 검은 거래가 특검에 의해 줄줄이 드러나서다. 틀림없이 서로의 불법적인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몇가지 사례를 보면, 값비싼 보석과 억대 뇌물을 ‘여사’ 혹은 ‘윤핵관’에게 건네 환심을 사고, 개발도상국에 지원되는 ODA(공적개발원조)까지 빼돌리려 손을 뻗혔다는 의혹에, 전국 교인을 대상으로 당원가입을 시켜 대통령 후보 경선을 도왔다는 선거공작까지 운위된다. ‘독생녀’니 ‘성모’라고 추앙하는 문선명의 배우자이자 현 교주이고 총재인 ‘참어머님’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했다는 설까지, 추한 실상들이 회자되고 있다.

 

통일교는 한국 기독교의 강력한 이단 대처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막강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세계 각국의 거물 정치인들이 통일교 행사에 등장하곤 한다. 일본의 교세는 한국 통일교를 먹여살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수입과 ‘정치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사건으로 자민당과의 유착과 고액헌금 강요 등 ‘흑막’이 드러난 큰 소동 끝에 지난 3월 법원의 해산명령을 받는 치명상을 당했다.

 

사이비 종파들의 주요 특징은 이단 교리 외에 불안심리를 이용해 미혹하고, 재물·이권에 집착하며, 자칭 신이 된 교주와 그 일가가 호사를 누린다는 사실이다. 통일교가 윤건희 측에 뇌물 접근한 것도 이권과 특혜를 노린 것이었다. 일본에서 해산 명령까지 이른 근거 역시, 헌금 강박으로 인한 가정파탄 사례들이 주요인이었다.

 

‘윤건희’ 정권은 정교(政敎)분리의 대원칙 하에서도 무속과 사이비 종교에 휘둘린 정치권력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실증해 주었다. 마찬가지 통일교는 그런 타락한 권력에 빌붙어 이권을 노린 부도덕한 종교집단이니, 이권 비리에 뜻이 맞은 종교와 정치 사이비들이 한 배를 탄 ‘제정(祭政)결탁, 오월동주(吳越同舟)‘의 표본 사례라고 할만하다.

 

역시 이단 사이비로 지탄받는 ’신천지‘는 어떤가. COVID-19 사태 때 윤석열이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막아 위법처벌을 면해준 은혜를 갚는답시고 국힘당에 교인 10만명을 가입시켜 경선승리를 안겨줬다고 한다. 평소 여러 의원들이 친분을 맺고 교주와의 교류가 폭로되곤 하는 이면에도 음침한 거래 의혹이 나돈 바 있다.

 

비단 이들 사이비 종교집단 만이 아니다. 속칭 ‘빤스목사’라 불리는 사람은 아무리 이단판정을 내려도 도저히 성직자라고 할 수 없는 천박하고 극우적인 언동으로 기독교와 목사직을 혐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든지가 오래다. 그가 내란 선동에도 앞장서 수사를 받는 건 만시지탄이고 너무 당연한데, 그에게 뒤질세라 윤건희를 옹호하고 내란에 동조한 목회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최근에는 기독교의 원로요 지도자라는 목사들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로 교계가 술렁였다. “과잉수사, 교회탄압”이라고 외쳐보지만, 불의한 권력을 감싸왔다는 눈총에다 결코 떳떳하지 못한 구명로비 의혹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교세 약화의 위기감이 감도는 기독교계 안팎에서 “초대교회”“초심회복”을 강조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당연하다.

 

타락한 종교는 마약과 다름없다고들 말한다. 성경은 사탄이 ‘광명천사’로 가장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위선과 탈선의 사이비들을 ‘천국문을 닫고 자기들도 안들어가고 남들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자들’이라고 저주했다.

 

분별없이 성직의 품격과 본분을 잃고 불의에 영합하는 성직자들은 지옥에서 부활하는 영적 지도자를 꿈꾸는 것일까? 그들에게 성경은 또 이렇게 깨우치고 있다.

“회칠한 무덤이 되지 말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탐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