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선일보·월간조선 기자, 원희룡 등 '혐의없음'
유가족들이 직접 영상 감정 맡기고 필적 감정하고
분신방조 없었다는 목격자들 진술까지 확보됐는데
무능한 경찰, 고의 없고 증거 불충분이라며 불송치
2년간 수사해놓고 이제와서 무혐의 처분이라니…
건설노조·열사사업회 "명예 회복 위해 싸울 것"

2년간 수사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윤석열 정권의 비인간적인 '건폭몰이'에 항거한 고 양회동 열사의 분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유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CCTV를 바탕으로 양 열사의 분신이 기획 방조라는 취지로 보도한 최훈민 기자(당시 조선NS 소속) 등 <조선일보> 관계자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양 열사의 유서에 대해 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 김광주 기자와 월간조선 관계자, 허위 보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 없다며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5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양 열사 CCTV 유출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변호인(법무법인 지향)을 통해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수사 결과를 통지했다. 수사결과 통지서는 지난달 23일 작성돼 변호인에게 우편으로 보내졌다.
앞서 양 열사는 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2023년 5월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의 '건폭몰이'에 항거하며 분신해 숨졌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노조탄압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2023년 5월 16일자 인터넷판 기사와 5월 17일자 지면 기사에서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회동 열사 분신 당시 "가만히 선 채로 양 씨를 지켜봤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월간조선>은 5월 18일자 기사를 통해 "양회동 씨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연히 차이가 났다"면서, 마치 양 열사의 유서가 누군가에 의해 위조됐거나 대필한 것처럼 보도했다. 필적 감정 등 근거 제시도 없었다.

이에 양 열사의 유가족과 건설노조는 5월 22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 영상을 유출한 성명불상의 수사기관 관계자와 유출된 CCTV를 바탕으로 건설노조의 분신 방조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 등에 대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필적감정 등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고 양 열사의 유서가 대필됐다고 보도한 <월간조선> 기자 등에 대해서도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양 열사의 유족과 건설노조는 영상 감정을 통해 <조선일보>가 보도에 인용한 CCTV 영상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과 동일한 영상이라는 점도 직접 확인했다.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이 조선일보에 유출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아울러 당시 분신 현장에 있었던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 열사에게 다른 노조원과의 통화를 권하는 등 분신을 적극 만류했고, 현장을 목격한 <YTN> 강릉지국 기자들도 홍 부지부장이 양 열사의 분신을 말렸다고 한 진술 등도 모두 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유족과 건설노조는 유서대필 허위 보도와 관련해서도 필적 감정을 통해 양 열사의 유서가 모두 본인의 필적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에 <월간조선>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2년 동안 수사했으면서도 CCTV 유출자를 찾지 못한 채 "해당 CCTV가 공개된 장소를 촬영하고 안내된 만큼 외부에 알려진다고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수사의 보안 또는 기밀을 침해하는 등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조선일보> 기자 등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단어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기는 하나 (…) 고소인들 및 망인을 비방할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고의로 이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 위해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기사를 작성·보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석열 정권이 양 열사의 분신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극우매체인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각각 분신방조, 유서대필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의도와 정황은 뚜렷해 보인다. 수사기관의 자료가 언론사에 넘어간 정황 역시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정권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원희룡 전 장관이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러한 정황들은 외면한 채 이들이 '고의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려 면죄부를 줬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건설노조는 "이 건의 가장 핵심은 CCTV를 누가 조선일보에 유출했는지를 찾는 일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40여 명의 관계자를 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유출자를 찾지 못하고, 뜬금없는 대법원 판례를 핑계로 혐의가 없다고 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능력이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언론의 악의적 거짓·허위·혐오보도에 맞서 피해자는 국가 수사기관인 경찰의 무능하고 의지 없는 수사 태도를 어떻게 믿고 맞서야 하는가"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와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는 경찰의 무능한 수사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며, 짓밟힌 명예와 진실을 위해 투쟁해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거짓·허위·혐오로 칠해진 언론이라는 칼날로 누군가가 상처입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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