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아닌 '통합'에 방점 둔 실용 인사

'빛의 혁명' 여망에 제대로 부응할지 의구심도
우상호, 민주당 기조와 엇나가는 발언으로 혼선
이규연, '언론 개혁' 거리 먼 시그널…철학 의문
오광수엔 시민사회 반대 잇따라…임은정 검사도

"특수통 검사장 출신 수석, 검찰개혁 어려워져"
강훈식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의지 확인"
이언주 "일각 우려 있지만 대통령 현실적인 분"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 홍보,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오광수 민정수석. 2025.6.8.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보소통수석에 이규연 전 JTBC 대표,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 오광수 변호사를 각각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 "소통과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분"이라며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과 뛰어난 정무감각을 겸비한 인사다. 여야를 초월한 소통은 물론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국장 및 보도 담당 대표 출신인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을 두고는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조망해 온 언론인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탐사보도협회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면서 "새 정부의 개혁 의지와 국민 소통을 이끌 적임자로,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에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은 오광수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춰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인사로,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선 배경에 관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거듭해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는 국민 통합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가 아닌, 국민과 대한민국만 있다는 국정 철학 아래 국민 통합과 소통을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6.8. 연합
 

강 비서실장의 설명처럼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고 이들 수석비서관을 발탁했다. 출신이나 성향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주권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이들 3인이 과연 '다시 만날 세상'을 기다리며 '빛의 혁명'을 이끈 시민들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겠느냐는 의문도 일부 제기된다.

 

우상호 정무수석의 경우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여러 방송에서 줄곧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 및 민주당의 기조와 엇나가는 목소리를 내 국민에게 혼선을 일으키곤 했다. 예컨대 지난해 5월엔 한 방송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가 추진하던 당원 민주주의 강화와 관련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을 참여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발언했다가 양문석 의원으로부터 "또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20년 전 기준으로 멈춰 섰다"는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우 수석은 지난해 6월엔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연임에 대해 "중도층에서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지지층의 반발을 일으키는 '관전평'을 자주 냈는데, 지난 3월엔 민주당의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론에 대해 "문제 있다고 다 탄핵하나? 잘못한 사람은 다 탄핵하나? 탄핵하면 안 된다"고 본인이 선을 그으면서 "공수처는 앞으로 쓸모가 없다"고도 했다. 4월엔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거론되자 "탄핵은 헌법과 법률 위반일 때만 해야 한다"며 '정략'으로 치부했다. 5월 들어 민주당이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향응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글쎄 뭐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불만도 있고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활보하게 만들어서 감정이 좀 상해 있는 건 사실인데 법원에,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까지는 자제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의 경우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2012∼2015년 논설위원까지 지냈고 이후 JTBC로 옮겨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진행했다. JTBC에서 탐사기획국장과 보도국장, 보도 담당 대표 등을 역임한 뒤 고문 직함을 가졌다. JTBC 퇴사 이후에는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 4월 대선에 임박해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선대위에서 공보특보도 맡았다.

 

이 수석의 발탁은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 껴안기의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되지만, '언론 개혁'이 새 정부의 중점 과제가 되기를 열망하는 지지층에서는 '홍석현의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 대부분을 보낸 인물을 중용한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 수석은 언론인으로서 윤석열 정권 내내 이렇다 할 비판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적이 없고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시기 민주당에 합류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었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2014년 10월 21일 대구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의 대구고등·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대구고검장(왼쪽)과 오광수 대구지검장이 선서하고 있다. 2014.10.21. 연합
 

가장 논란이 큰 인사는 오광수 민정수석이다. 전북 남원 출신에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영수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이던 시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론스타 펀드 탈세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후에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변호인단에서 활약했다. 최근까지 법무법인 대륙아주 형사팀을 총괄하는 대표변호사로 일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바로 전날인 7일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인 지금,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26년간 검찰에 몸담았고 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 민정수석이 되면 완전하고 근본적인 검찰개혁은 어려워진다"면서 "개혁에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보이는 검찰과 민정수석의 유착에 대한 의혹은 개혁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검찰개혁의 동력은 훼손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도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부적절하다>는 논평을 내고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할 정권 초기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비검사 출신의 임명을 통해 정권과 검찰 간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정부에서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지만 법무부와 대검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와 대검"이라며 "검찰 출신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내정설로 검찰 안 설렘과 검찰 밖 흉흉함이 교차하고 있다. 저 역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 인사 실패 사례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 민주당 추미애,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 등이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새 정부에 부담이 될까 봐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이 이 같은 우려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여론은 이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지지하는 기류가 우세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들 수석 3인, 특히 오광수 민정수석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사 발표 뒤 '오 수석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 특수통 출신 인사 기용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라며 "오 수석의 사법개혁 의지 역시 확인했다. 일부 우려하시는 분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오광수 수석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검찰총장과 달리 대통령실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 대통령이 임명과 해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리니 윤석열 검사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민정수석이 검찰 내부 생리를 잘 모르면 검찰총장 등 그 조직적 움직임에 둔감해지고 검찰개혁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얼마나 검찰에 의해 고초를 겪은 분인가?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분이니 잘하실 걸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오광수 민정, 우상호 정무…‘이재명 1기’ 대통령실 인선 마무리

홍보소통수석은 JTBC 출신 이규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차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연합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임명됐다. 검찰 ‘특수통’ 출신 오광수 변호사는 여권 일부의 반발에도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이규연 전 제이티비시(JTBC) 대표이사는 홍보소통수석을 맡게 됐다. 이로써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을 제외한 이재명 정부 1기 대통령실의 실장·수석급 참모진 인사가 마무리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우상호 정무, 오광수 민정,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등 대통령실 2차 수석급 인사를 발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우상호 정무수석 인선에 대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4선 국회의원으로, 소통과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분”이라며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 나아가 뛰어난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사”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제이티비시 탐사기획국장과 보도담당 대표 등을 지낸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에 대해선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조망해온 언론인 출신”이라며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아 국민소통을 이끌 적임자로,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검찰 재직 중 특수 수사를 주로 맡아온 오광수 변호사의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선 여당 일부와 시민사회에서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강 비서실장은 “오 수석은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어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인 만큼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강 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고, 6일엔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과 문진영 사회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수석급 정책 라인을 인선한 데 이어 이날 3명의 수석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직 인선이 마무리됐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선을 두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급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아닌 국민과 대한민국만 있다’는 국정철학 아래, 국민 통합과 소통을 통해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 비서실장은 전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