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럽 일본 제쳤으나 다른 분야 뒤져
AI개발을 ‘군비 경쟁’으로 보는 미국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생명공학 분야 미중 경쟁, 뒤처진 유럽
트럼프 정권 등장으로 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우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지난 5일 발표한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서 한국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기술 상위 25개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명공학, 우주, 양자 기술 등 5개 분야의 기술력을 측정해 지수화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4위, 대만은 8위였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의 첨단기술 지수에서는 대만(4위)에 뒤진 5위로 측정됐다. 일본은 3위. 종합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6개국 통합이어서, 개별 국가별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4위 한국 순이다.
반도체는 유럽과 일본 제쳤으나 다른 분야 뒤져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6일 보도한 관련 기사에 따르면, 유럽(6개국 통합)을 포함한 주요 5개국 기술경쟁 추이에서 미국이 전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다른 경쟁국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상승속도가 빠른 중국이 미국 수준에 근접하면서 격차를 급속히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선 유럽과 일본을 추월했으나 다른 분야에선 뒤처져 있으며, AI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우주와 AI 분야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양자기술과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서로 근접하고 있다.

AI개발을 ‘군비 경쟁’으로 보는 미국
기술력은 경제 성장, 지정학적 영향력, 그리고 군사력 확보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어느 나라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5개 분야 중에서 정치인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고 있는 것은 AI분야다.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AI개발을 “군비 경쟁”(arms race)이라 불렀다. 미국은 초기 혁신(breakthroughs) 성과와 컴퓨팅 파워 구축 선점, 그리고 오픈AI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의 우위를 토대로 강력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그러나 중국의 딥시크 R1 모델은 서방 모델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느슨한 태도(규제), 컴퓨터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의 풍부한 인재 풀은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중국 연구자들은 AI관련 발표 논문 전체의 약 23%를 차지했는데, 미국의 9%, 유럽의 1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인도는 투자 부족과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고전
세계 기술강국으로 평가받아 온 인도는 전체 순위 10위, AI개발 순위 7위를 차지했다. 풍부한 엔지니어링 인력과 수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 등에서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으나, 투자 부족과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발전 속도가 느리다. 지금까지 인도는 AI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으로 전개되는 AI 경쟁, 동아시아가 약진
AI 경쟁은 지수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분야에서도 미국은 앞서 있지만, 그 우위는 압도적이지 않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칩 설계 분야에서는 미국이 크게 앞서 있지만, 동아시아가 여전히 관련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은 제조 역량과 특수 소재 접근성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중국 범용 칩 제조에서 우위
하지만 최첨단 칩을 생산하지 않고도 제조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은 가장 복잡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설비의 공장들은 없지만, 범용(lower-end) 칩들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 때문에 지수 순위가 높다.
이들 지수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병목지점이 드러나 있지 않으나,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지구상 유일한 기업이다. 지수 8위의 대만은 가장 강력한 트랜지스터들을 최대 90%까지 생산하는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의 본거지다.
생명공학 분야 미중 경쟁, 뒤처진 유럽
1위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은 다른 분야에서 더욱 치열하다./ 표2
미국은 백신 연구와 유전공학 분야의 강점 덕분에 생명공학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약물 생산 분야에서 앞서 있으며, 더 많은 생명공학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생명공학 연구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이 곧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
유럽은 이번 조사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학문적 강점이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의 유산이 우주 부문에서 최고의 점수를 냈지만, 다른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트럼프 정권 등장으로 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우위
핵심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는 한때 난공불락처럼 여겨졌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런 지위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최고의 외국 인재 유입을 막고 연구자금을 삭감함으로써, 미국이 세계 정상자리를 지켜온 아이디어의 흐름(flow of ideas)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 지수를 만든 하버드대 연구자들도 트럼프의 미국 대학들에 대한 공격의 피해자들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패권의 다음 단계는 도구 발명뿐만 아니라 그것의 실용화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기사를 마무리했다.
“중국의 부상은 빠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의 AI 추진은 이론적 돌파구보다는 실용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패권의 다음 단계는 누가 가장 강력한 도구를 발명하느냐뿐만 아니라, 누가 먼저 그 도구를 실제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지도 모른다.” < 한승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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