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민형배·김용민·강준현·김문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1. 연합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입법에 착수했다.
민주당 김용민·민형배·장경태·강준현·김문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정치검사들과 검찰독재를 끝내라는 국민의 요구를 완수할 때"라면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김용민 대표발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민형배 대표발의)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김용민 대표발의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장경태 대표발의) 등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자체 수사에 대한 기소 여부까지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형사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검찰독재 정권'으로 불렸던 윤석열 정권의 경우,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사건, 명태균 게이트(공천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과 관련해 수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수사를 하지 않거나 불기소하는 등 수사·기소권을 오·남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통제된 형사 사법 권한을 행사하도록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터져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 ▲수사·기소 분리 및 수사기관 전문성 확보 ▲검사의 기소권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등을 담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 발의된 검찰개혁 법안은 이러한 요구를 담아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는 공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을 신설함으로써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했다.
중수청은 내란 및 외환죄를 비롯해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범죄·마약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공소청은 수사기관과 분리돼 무리한 수사나 부당한 불기소를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권한 분리는 그간 검사 중심으로 일원화된 수사권 체계를 중수청, 공수처, 국수본 등으로 나눠,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사권을 둘러싼 수사기관 간 경합으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원회를 둬 중수청과 국수본,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의 업무 및 관할권을 조정하고,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가 이뤄지는지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모습. 2025.6.5. 연합
검찰개혁은 20년 넘게 이어온 한국 사회의 과제로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등에서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법조 기득권의 반발에 막혀 완수하지 못했다. 이번 검찰개혁 입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실시하는 수사·기소 분리를 도입함으로써 제도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민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고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도 검찰개혁을 포함한 개혁 과제는 국회 입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3개월 이내에는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조국혁신당 등에서도 법을 냈고, 다양한 관련자들과 토론을 통해서 더 합리적인 안으로 수정도 가능하므로, 저희 안을 내놓고 토론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도 "이번 안은 저희들의 안이고 아직 정부와는 상의하지 않았다"며 내각 구성 등에 맞춰 정부와도 조율할 예정임을 밝혔다.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게 될 텐데 거기서 논의를 한 다음 정기국회 안에는 마무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과제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의 출범 및 향후 내각 구성과 함께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