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부전자전' 부메랑에도 필사적 공세

"김건희·채해병 특검에서 피의자 될 가능성 높아"
"정치보복 주장하려 최선을 다해 빌드업 중" 해석
김민석 다각도 소명에도 악의적 추정, 비약 반복

민주, 청문위원들 중심으로 방어 넘어 적극 역공
"2019년 받은 결혼 축의금, 재산등록 대상 아냐"
"중국 유학 논문에 탈북자 비하? 유치한 색깔론"

"현금 6억? 해마다 한 번씩 있던 경조사를 조작"
주진우 재산 의혹 고발도…검찰에 즉각 수사 촉구
법률비서관 시절 '02-800-7070' 통화까지 재조명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민석 후보자의 재산 의혹과 관련, 자금 출처를 밝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2025.6.18. 연합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맹공하는 국민의힘의 최선봉에는 주진우 의원이 있다. 거의 독보적으로 김 후보의 재산 출처 등에 관한 갖가지 백화점식 의혹을 페이스북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함으로써 하루에도 몇 번씩 언론에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제공해왔다. 김민석 후보자가 아무리 납득 가능한 해명을 해도 소재를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여론 선동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본인 신고 재산은 70억 1953만 원이고 2005년생 아들이 가진 예금만 7억 8456만 원인데 지독한 내로남불 아니냐는 부메랑을 맞아도 요지부동이다. 김민석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와 모친 재산을 다 합쳐 2억 1504만 원이며 장남의 예금은 103만 원에 불과하다. 급기야 주 의원의 부친이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악명 높은 공안검사였다는 사실이 부각돼 '부전자전'이라는 역풍까지 자초하면서도 주 의원은 필사적으로 '김민석 때리기'에만 올인하고 있다. 왜 이토록 전력투구일까?

이에 관해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은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주진우 의원이 아주 아주 열심인 이유는? 그는 윤석열 사단의 막내다. 후보 시절 서초동 캠프의 주요 멤버이고 대통령 시절 용산 법률비서관으로 김건희 의혹 방어, 채 해병 사건 직접 관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김건희 특검의 참고인 또는 피의자, 채 해병 특검의 피의자라는 뜻. 그는 분명 특검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 본인이 이재명, 김민석, 조국을 공격했기 때문에 정치보복 수사 대상이 됐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는 지금 나름 최선을 다해 빌드업 중인 것. 너무 빤해서 코웃음이 나온다."

 

실제 주 의원은 검찰 재직 때부터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꼽혔고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21년 6월부터 캠프에 참여한 최측근으로 김건희 씨 관련 각종 의혹을 방어하는 중추 역할을 맡았다. 윤석열 당선 뒤에는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장을 거쳐 대통령실에 입성해 '왕비서관'이라 불릴 정도로 실세로 통했다. 법률비서관으로서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에 연루된 정황도 있다. 외부에 거의 노출이 안 되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에 단수 공천되면서 기자회견 및 인터뷰에 나섰는데 "윤석열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및 내란 행각에도 사실상 동조해왔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윤석열 아바타'나 다름없는 주 의원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남발에 대해 김 후보자는 페이스북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가능한 충실하게 소명하려 애를 썼다. ▲1차 정치자금법 사건(2002년 서울시장 선거 관련) ▲2차 정치자금법 사건 ▲정치검찰의 무고 투서 유출 음해 사건 ▲모든 채무의 변제 과정 ▲아들의 미국 코넬대 입학 및 홍콩대 연구 인턴 과정에서의 '아빠 찬스' 의혹 ▲교회 헌금이 많은 이유 ▲중국 칭화대 로스쿨 1년 석사 과정 등에 관한 해명이다. 더욱 상세한 내용은 오는 24~25일 이틀간 개최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답변하겠다고 했으나 주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측은 악의적 가정과 추정으로 비약을 거듭하며 공세의 가짓수를 끝없이 늘려갈 뿐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자신의 재산과 학위 등을 둘러싼 국민의힘 측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소명하고 있다. 매불쇼 화면 갈무리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좌시하지 않고 소극적 방어를 넘어 적극적 역공을 펼치고 있다. 국회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채현일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의 최근 행태는 검증이 아니라 망신 주기와 흠집 내기에 가깝다"며 "주진우 의원은 김민석 후보자가 2019년 받은 결혼 축의금을 재산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김 후보자는 공직자도, 국회의원도 아니었다. 당연히 재산 등록 대상이 아니고 법적 의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후보자가 과거 칭화대 법학석사 논문에서 탈북자를 '반도자(叛逃者)' '도북자(逃北者)'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탈북자 비하"라고 공격한 국민의힘 주장을 조목조목 논파했다. 채 의원은 "중국어 사전만 들춰봐도 거짓임이 금세 드러나는 주장이다. '도북자'는 중국 내에서 탈북민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일반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귀순자'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왔듯 중국도 '도북자' '반도자'를 혼용해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판 BBC, 동아일보 중국어판 기사 등에서도 '도북자' 표현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도자' 역시 '국가나 단체를 이탈한 사람(defector)'이라는 의미로, 케임브리지 중국어 사전, 네이버 사전 등 공신력 있는 자료에서도 그렇게 정의하고 있다"면서 "'배신자'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덧씌우는 국민의힘 주장은 중국어에 대한 무지이거나 의도적 왜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탈북민 인권 개선과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을 분명히 강조했다는 점이다. '중국과 UNHCR(유엔난민기구)의 협력이 핵심'이라는 구절만 보더라도 그가 국제 연대와 인도주의에 입각한 탈북민 보호를 주장해왔음이 명확하다"며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도북자'나 '반도자'라는 표현을 입 밖에 낸 적조차 없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중국 유학 시절 작성한 학술논문에서 당시 중국에서 사용되던 표현을 그대로 쓴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민의힘은 뚜렷한 흠결 하나 잡지 못하자 이제는 논문 속 단어 하나까지 물고 늘어지며 사상검증 수준의 색깔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유치하다"며 "탈북민을 정치 도구로 삼고 있는 쪽은 누구인가? 북한 인권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북한이탈주민 보호 예산을 삭감했던 정당, 그게 바로 국민의힘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아니면 말고 식'의 꼬투리 잡기로만 일관할 것인가? 후보자 논문을 문제 삼으려거든 '멤버 유지(member Yuji)'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2007년에 발표한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에서 제목의 '회원 유지'를 영문으로 'member Yuji'라고 적는 등 어처구니없는 연구 부정 행위를 벌였음에도 침묵하거나 심지어 옹호했던 국민의힘 행태를 상기시킨 것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21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상상으로 쓴 '김민석의 동문서답 시리즈 2'

 

주진우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민석 후보자의 재산과 관련해 "결혼식 12월 12일, 빙부상 11월 2일, 출판기념회 11월 29일인데 수억대 현금을 한두 달 사이에 다 썼다고?"라고 주장한 대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 의원의 이 글만 보면 김 후보자가 같은 해 11~12월 사이에 해당 경조사를 연이어 치르고 그로 인한 수입 수억 원을 한꺼번에 지출한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혼식은 2019년 12월 12일(교회), 빙부상은 2020년 11월 2일(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출판기념회는 2022년 4월 5일(서울 공군회관 1층 컨벤션홀)과 2023년 11월 29일(국회 박물관 2층 체험관) 등으로 개최 연도가 각기 다르다.

 

이를 두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주진우 의원의 '김민석 6억' 주장은 제2의 논두렁 시계다. 해마다 한 번씩 있었던 경조사를 마치 두 달 사이에 몰렸던 것처럼 꾸며놓고는 '현금 6억을 한두 달 사이에 썼다'고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면서 "검찰 출신답게 사실은 숨기고 의도는 꾸며내 교묘하고 비열한 조작극을 하는 것이다. 이건 정치도 아니고 풍자도 아니다. 사람 인격을 짓밟는 폭력"이라고 질타했다.

 

이해식 의원도 "국힘 주진우 의원이 거의 1년에 한 번씩 5년에 걸쳐 있었던 김민석 총리 지명자의 경조사를 불과 2개월 내에 모두 있었던 것처럼 조작질을 했다. 연도는 살짝 빼고 날짜만 열거하면서 '한두 달 사이'에 '수억'을 쓴 것처럼 말이다"라며 주 의원이 검사 출신인 점을 들어 "고운 놈은 있는 죄도 덮어주고 미운 놈은 없는 죄도 만들어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 견디다 못해 목숨까지 내던지게 만들던 그 처참하고 무자비한 실력"이라고 분노했다.

 

역시 청문위원인 강득구 의원은 김민석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의 고발 사건을 검찰이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한 조치를 '장례식을 앞둔 정치검찰 최후의 난동'이라고 표현하며 주진우 의원에 대한 고발 사건은 왜 곧바로 배당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고(故) 채수근 상병 소속 대대장이던 이용민 중령을 변호한 김경호 변호사는 20일 주 의원이 재산을 허위로 신고하고 아들의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강득구 의원은 "검찰이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사 프레임'을 들이댔다. 그 속도, 그 타이밍, 그 언론 플레이. 누구를 위한 정치 수사인가?"라며 "주진우 의원도 고발됐으나 관련 수사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같이 선택적 침묵과 동일한 잣대인가? 정권이 바뀌든 말든 검찰은 언제나 선택적으로 수사하나?"라고 항의했다. 강 의원은 다른 글에서는 "검찰에게 요구한다. 인사청문회 후에 내가 고발할 테니까 김민석 후보자와 똑같은 잣대로 주진우 의원도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해 지체 없이 수사에 착수하라"고 전했다.

 

또 주 의원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공안검사로 복무했던 주대경 변호사의 아들이라는 점을 들어 "공안검사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검찰독재권력의 주구가 되고 부를 축적했다"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에 찌든 주진우 의원이 김민석 후보자를 맹렬하게 물어뜯는 모습을 보면서, 주진우 의원은 김민석 후보자도 자기와 같은 부류처럼 보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오래도록 보아왔던 김민석 후보자는 정반대"라고 했다.

 

아울러 "(1986년 민교투 사건 때 조작 수사로) 젊은 교사들을 간첩으로 몰았던 공안검사 주대경이 축적한 재산 일부는 아들 주진우 의원과 손자에게로 대물림됐다. 그런데 주진우 의원이 물려받은 것은 재산만이 아니다"라며 "주진우 의원은 범인을 정해놓고 의도한 대로 수사해 단정 짓는 그 못된 기질까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 버릇을 여전히 못 버리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물론 가족까지 악마화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비열하게, 그리고 비인간적으로 한 가족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6.21. 연합
 

주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일하던 시절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23년 7월 31일 용산 대통령실 내선 번호인 '02-800-7070'(KT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가 고객명)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아 약 44초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날 같은 번호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잇따라 전화가 간 직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가 결정됐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전달한 경로로 지목됐다.

 

강 의원은 "윤석열의 아바타이자 내란 잔당인 주진우 의원은 내란 수사 축소에 앞장서고 내란 특검법을 반대했다. 더욱이 해병대원 순직 사건 이첩 보류 결정 직전,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02-800-7070' 번호의 대통령실 전화를 받아 통화한 사람 아니냐"면서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자 젊은 군인의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비유했다. 주진우 의원과 관련된 의혹은 반드시 특검으로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찬가지로 청문위원인 박선원 의원은 "주진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발탁됐고 김건희 여사의 사적 사법 리스크 대응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되어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 계좌가 명백히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대통령실은 오히려 김 여사가 '무고'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주진우 의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사면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김건희 여사의 법적 책임을 공적으로 방어하던 인물이 이제 와서 김민석 후보자에게 '도덕'을 이야기한다. 이게 공정인가?"라고 개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대통령 관저에서 진행된 여야 지도부와의 첫 오찬 회동에서 김민석 후보자에 관한 불만을 공세적으로 거론하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의혹을 사실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