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경찰의 세 차례 출석요구 불응해 체포영장 신청 요건 갖춰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화폰 정보 등 증거 인멸과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 등 강제 수사 여부 판단이 특검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 신청 요건을 갖춘 바 있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체포영장 신청을 진행하는지 묻는 질문에 “특검으로 넘겨서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등 강제 구인 여부는 특검에서 결정하기로 협의했다는 의미다. 특수단은 지난 19일 사건 기록을 보내 달라는 내란 특검의 인계요청 공문을 접수했고, 이에 따라 26일까지 그간의 수사 기록을 파견 인력(31명)과 함께 특검으로 넘길 계획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찰의 세 번째 출석요구에도 불응하면서, 일각에선 경찰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인신을 구속해 특검에 넘길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수단은 당시 이에 대해 “내란 특검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협의 결과 사건을 넘긴 뒤 특검에서 체포영장 청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는) 강제수사를 포함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특검·검찰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그렇게 결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특검과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등 신병 처리를 논의했고, 검찰과는 압수수색 등 추가적인 대물 증거 확보와 관련해 협의를 이어왔다고 한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내란 수사와 관련해 최근 검찰에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반려)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재판 받는 내란 혐의와 별도로 비화폰 정보 등 증거를 인멸하고, 지난해 1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특수단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특히 비화폰 서버 기록 분석 과정에서 나온 비화폰 정보 삭제 경위에 집중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뒤인 지난해 12월5일(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12월6일(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이뤄진 비화폰 정보 삭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2월7일 군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6일 비화폰 삭제와 관련해) 복수의 인물을 특정해 입건했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 포함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명단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방준호 기자 >

 

‘조은석 특검팀’ 내란 재판 첫 참여…윤석열 쪽 “특검법 위헌제청 신청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내란특검법에 대해 재판부에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할 뜻을 밝혔다. 이날 처음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에 출석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12·3 내란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강하게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3일 오전 10시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사건 8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기존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를 특검이 할 수 있다는 특검법 규정에 따라, 내란 특검은 이 사건 공소유지 중이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지난 19일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어 이날 박억수 특검보와 특검 지휘를 받는 검사들이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했다.

 

박 특검보와 윤 전 대통령은 각각 검사와 피고인석에서 재판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마주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주로 눈을 감고 있었고, 박 특검보는 서류를 살피면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양쪽은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특검팀의 공소유지가 정당하냐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먼저 윤 전 대통령 쪽 위현석 변호사는 “이런 특검법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다. 특검이 이첩을 요구해서 (특검이 사건을) 받아간 건 특검법 최초의 사례”라며 “특검보 외의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인지, 특검의 지휘를 받는 검사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특검보는 미리 준비한 의견서를 읽었다. 박 특검보는 “특검법 조항에 의거해 지난 19일 검찰 특수본에 사건 인계를 요구해 사건을 인수했고, 공소 유지를 맡게 될 예정”이라며 “그동안 검찰 특수본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와 이후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실체와 진실을 낱낱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특검보는 “재판부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공소제기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 구속된 피고인들의 석방이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재판을 지금보다 신속히 진행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쪽 위 변호사는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구조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 특검법과 (특검) 임명은 정치적 수단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특검이 기존 사건의 공소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한 특검법 조항도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재판을 받는 사건에 대해 반복해서 수사 및 재판을 받으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 변호사는 “특검법은 수사대상 설정 조항도 위헌이다. 특검법은 (수사대상과) 관련된 사건까지로 수사대상을 확정했다. 이 사건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히 확장해 명확성 원칙을 해치는 위헌법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신경전이 25분 동안 이어지자 재판장은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을 서둘러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윤갑근·배보윤 변호사가 번갈아 마이크를 잡았다. 배 변호사는 재판장을 향해 ‘위헌 요소가 있는 특검법에 근거해 공소유지가 되는 상황에서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의견서를 양쪽에 요구한 뒤 “나중에 위헌 문제가 있으면 기일 진행을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재판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에선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재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육군 준장)과, 비상계엄 당시 합참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 오연서 기자 >

 

김용현, 오늘 구속영장 심문 재판부 기피 신청…“변론권 침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23일 구속영장 심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조은석 특검과 공모해 인신구속에 골몰하는 형사34부 재판부 구성원 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무죄추정,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법원이 공소기각을 즉시 판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도리어 특검의 불법 공소장을 받아들고, 김용현 장관과 변호인에 대한 공소장 송달 절차도 없이 함부로 영장심문기일을 지정했다”며 “법원의 이러한 행태는, 김용현 장관의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직권남용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19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했고 사건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에 배당됐다. 이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문을 이날 오후 2시30분에 진행할 계획이다.  < 장현은 기자 >

 

김용현의 ‘특검 기소 정지 신청’ 기각 법원 “기소는 이의신청 대상 아냐”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
 

서울고법이 내란 특검의 추가 기소는 특검법 위반이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며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보인다’라는 취지의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의 특검 기소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 21일 기각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는 23일 김 전 장관이 낸 추가 기소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의신청인이 이 사건에서 정지를 구하는 대상이 특별검사의 수사 활동이 아니라 특별검사의 공소의 제기와 이를 기초로 한 수소법원의 재판 작용에 관한 것인 점”과 “(이같은 쟁점은)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수소법원이 진행하는 재판절차에서 주장되고 판단될 사항인 점”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은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건넬 비화폰을 지급받고(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자신을 수행하던 경호처 직원에게 노트북과 컴퓨터를 부수고 공관 서류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기소했으며 재판부에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이 예정된 상태였다.

 

이에 김 전 장관 쪽은 “내란 특검법상 20일간의 수사 준비기간에는 공소제기가 불가하다”며 불법 기소라고 주장하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과 함께 이의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소를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동시에 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같은 사안이 특검법에 규정된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김 전 장관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법에는 특별검사가 직무의 범위를 이탈해 사건과 관련 되지 않은 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해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뒀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김 전 장관 쪽이 이의신청한 대상이 소환·조사 등 수사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기소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의신청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은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김 전 장관의 추가 기소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내란 특검 쪽은 ‘수사 준비기간에 공소를 제기했다’라는 취지의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 준비기간을 마친 뒤 공소를 제기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준비 기간은 20일인데, 이를 단축하고 6일 만인 지난 18일 수사를 개시한 뒤 공소를 제기했다는 취지다.                <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