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 경계’ 태세... 미 국토안보부는 22일 경보를 발령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9·11 사태 이후 새로 지어진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맨해튼 스카이라인 주변으로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 UPI 연합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미국 안팎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9·11 사태를 경험한 뉴욕이 최고 경계 상태에 들어가는 등 ‘9·11 악몽’의 그림자가 다시 미국에 드리우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2일 성명을 내 “현재 진행 중인 이란 갈등이 미국을 둘러싼 위협을 증가시켰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먼저 국토안보부는 친이란 또는 이란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의 미국 네트워크에 대한 저강도 사이버 공격 위협을 경고했다. 또한 이란이 2020년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미국 정부 인사들을 목표로 한 보복을 오랫동안 추구해왔다고 주지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 국내 테러의 위협도 경고했다. 이란 지도층의 ‘미국 내 대상을 목표로 보복하라’는 종교적 메시지에, 미국 내에 존재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독자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단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인민 해방 전선 등이 중동에 있는 미국의 자산과 국민에 대한 보복을 선언했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이런 가운데 2001년 9·11 테러를 겪었던 뉴욕은 ‘최고 경계 상태’에 들어갔다. 뉴욕주는 고위급 공공 안전 회의를 소집하고, 주경찰과 대테러·사이버보안 전문가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22일 성명을 내 “모든 주정부 기관과 공공서비스 사업체, 기타 핵심 인프라 시설들은 고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교통청과 항만청은 경찰과 협력해 대테러 보호 조처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구체적이거나 신뢰할 만한 위협 정보는 없다”면서도 “뉴욕이 세계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우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미국인에도 속속 대피·대비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 이날 에이피(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미국 국무부는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에게 레바논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공관에서는 지역 내 군사시설에 대한 필수적이지 않은 방문을 제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튀르키예에서도 미국인들을 상대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미국 영사관이나 나토 공군 기지로 개인적인 이동을 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라크에서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과 에르빌의 미국 영사관 내 비필수 인력 대피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에 체류하는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속속 출국하고 있다. 이들의 대피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유럽 등지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항공편을 갑절로 늘렸다. 미국 시민 1천여명을 태운 크루즈선도 이스라엘을 떠나 사이프러스에 당도했다.
에이피 통신은 21일 기준으로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미국인 7900여명이 출국 지원을 문의했으며, 이란에서는 체류 미국인 1천여명이 출국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미국 국적자가 70만명 정도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가 이중 국적자이며, 이란 내 미국인은 수천명 규모다. < 김지훈 기자 >
주요 항공사들, 두바이 · 도하 항공편도 취소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항공편 하루 3천편 취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한 직후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카타르의 도하 등 위험지역 인근으로 향하는 항공편도 추가로 취소되거나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미 150개 이상의 항공사가 중동 위험지역을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군의 공습이 이란 측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기 운항 경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인용,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영국항공(BA)과 싱가포르항공이 두바이행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22일 보도했다.
21일 오후 9시 53분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한 두바이행 영국항공 항공편은 9시간 후 두바이로 가지 못하고 스위스 취리히에 착륙했다.
21일 출발하는 도하행 항공편 역시 취소됐으며, 22일에는 영국항공의 두바이행과 도하행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
영국항공은 이미 바레인행 항공편을 오는 30일까지 중단했다.
영국항공 측은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 고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항공편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도 22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을 평가한 결과 싱가포르와 두바이 간 항공편 2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핀에어는 도하 또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이미 취소한 상태다.
KLM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담맘행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라크, 요르단 등의 영공이 폐쇄되자 에어프랑스-KLM과 아메리칸 항공, 일본항공 등 전 세계 150여개 항공사는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우회하는 등 위험을 피하고 있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13일 이후 중동 지역에서 하루 평균 3천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항공사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영공을 피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로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동 지역의 갈등을 악화시켰으며, 이란의 대미 보복 가능성을 높였다고 F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공격이 유럽 항공사들에 추가적인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해 아시아로 가는 항공편이 러시아 영공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대형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경로 변경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지난주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는 그러나 미군의 폭격 이후 중동 지역의 상업용 항공교통에서 추가적인 혼란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소셜미디어에서 "지난주 항공 운항 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 항공교통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 연합 주종국 기자 >
트럼프 “핵농축 시설 완벽 제거”…이란 “지상 국한”
이란 핵시설 타격 얼마나


미국이 이란 포르도 등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역량에 실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은 유엔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핵 프로그램을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이란 현지시각) 미국은 3만파운드(약 13.6톤)급 벙커버스터 폭탄과 스텔스 폭격기를 활용해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지의 핵시설에 대한 타격을 감행했다. B-2 폭격기 7대가 ‘벙커버스터’(GBU-57 MOP) 폭탄 14발을, 미 해군 잠수함이 30대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됐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포르도 핵시설에서 폭격 직후 불길이 솟구쳤으며, 현지시각 새벽 2시5분께부터 격렬한 방공 작전이 펼쳐졌다”는 현지 기자의 말을 보도했다.
공격이 집중된 포르도는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깊은 산 암반 아래 지하 80~90m에 위치해 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GBU-57 폭탄은 이론적으론 지표면 60m까지 파고들 수 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18m까지만 뚫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포르도 핵시설을 완파하려면 ‘벙커버스터’ 여러 발을 떨어뜨린 뒤 추가로 ‘전술 핵무기’까지 투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미국 국방부의 산하 조직인 국방위협감축국(DTRA)이 낸 바 있다.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로, 지상과 지하 모두에 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습 때 공격을 받아 건물 4곳이 파손돼 핵시설 내부에 핵 오염이 발생했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을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뒤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심 핵농축 시설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말했지만, 핵시설이 파괴된 것이 맞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은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핵농축 관련 주요 설비는 지하 깊숙이 있어 이번 공격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전면 파괴” 발언과는 배치된다.

이란만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들 핵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해, 핵물질을 이란 내 모처에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산 아베디니 이란 국영방송 부국장은 이번 공습 뒤 이란 방송 ‘스튜던트 뉴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이란이 “얼마 전” 이 3곳에서 핵농축 물질을 이동시켰다며 “물질이 이미 반출되었기 때문에 이란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문제는 이란이 기존에 보유한 농축 우라늄이다. 포르도 등 기존 핵시설이 이번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고 해도,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만 있다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60% 순도 농축 우라늄 재고는 408㎏으로, 이는 추가 농축을 할 경우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란이 기존의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한다면, 핵 프로그램 종료는 요원해진다.
한편 이란 원자력기구(AEOI)는 “국가 산업 발전의 길이 중단될 순 없다”며 핵 프로그램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고 이란 국영통신(IRNA)이 보도했다. 또 이번 공격에 유엔의 핵 감시 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가 “공모했다”고도 비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3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했다. < 정유경 김지훈 정의길 기자 >
북한 "주권국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이란 공격 강력 규탄"
외무성 대변인, 기자 문답 형식 빌려 입장 발표
북한은 23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 규범들을 엄중히 위반하고 주권 국가의 영토 완정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대이란 공격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국제관계에서 임의의 나라의 영토 완정과 정치적 독립을 가로막는 힘의 위협과 행사를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총의가 반영된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이며 근본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중동 사태를 "끊임없는 전쟁과 영토 팽창으로 저들의 일방적 이익을 확대하여 온 이스라엘의 만용과 그를 용인하고 부추겨 온 서방식 자유 질서가 낳은 필연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른바 《평화유지》와 《위협제거》의 구실 밑에 물리적 힘의 사용으로 중동지역의 정세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전 지구에 걸친 안전 구도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초래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위는 심각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결적 행위에 대하여 일치한 규탄과 배격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과 이란은 반미 연대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단호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연합 이은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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