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이라는 대리운전만으론 국민주권 못 담아

 

며칠 전 울진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신한울 3.4호기 공사현장에서 터를 닦아야 하는데 암반층이 보이지 않아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원래 원전은 위험 때문에 견고한 암반층 위에 짓는 것이 원칙이다. 신한울1.2호기 때도 그런 사태가 발생해서 해일위험을 무릅쓰고 해안쪽으로 50미터나 이동해서 공사를 했었는데 그런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원전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원래 원전은 당대의 위험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영구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므로 주권자 국민에게 건설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원칙이다. 유럽 여러 나라뿐 아니라 대만도 그런 의사결정절차가 있다. 

 

원전운영시에도 주권기관이 위험을 교차감시하는 시스템이 보편적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모두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운영한다. 여기에도 큰 구멍이 나 있다. 우리는 건설결정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국민주권이 무시당해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7.14 연합
 

국민주권이 무시당해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 때의 개혁정신은 좋았으나 이라크 파병문제도 대리운전에 기대왔고, 국토를 영구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큰 이명박의 4대강공사도 당연히 국민의사를 물어봐야 하건만 생략했다. 그렇다고 대리운전하는 국회가 그 일을 제대로 대처한 것도 아니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문제에서도 국민은 소외되었다. 정권교체 때마다 겪는 교육 혼란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내란정국에서 보듯 사법부는 더 형편없다.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은 국민이 안중에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의 국가운영체제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삼권분립체제는 대리운전을 그럴싸하게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민주제의 교본으로 삼아왔던 삼권분립의 미국 헌법이 만들어질 때와는 다르다. 서부개척시대의 교통불편한 상황에 비하면 천지개벽한 상황이다. 이젠 국민 전체의 뜻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비용이 들지 않은 기술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민주권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그것이 기존 대리권력으로부터도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네 다리 밥상이 더 튼튼하다

 

국민참여부가 결성될 때가 되었다. 결성되어서 국민소환 국민발안 국민투표같은 행위들이 일상화되고 추첨제 시민의회가 상설화되어서 주요현안에 대해 국민 의사를 결집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원전건설여부를 물어보는 장치에다가, 원전감시기구도 국민참여부에 두면서 교차감시가 가능하다.  요즘같이 미국의 한국 흔들기와 같은 국제적 사태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민법정이 생겨서 기존 사법부의 내란범옹호행위도 파해할 수 있다.

 

국민참여부가 생기면 기존 3부는 더욱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여론이 명확히 표집되므로 좌고우면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세 다리보다 네 다리의 밥상이 더 튼튼한 것이다.

 

공유부정책 그리고 한반도평화와 통일을 주도할 국민참여부

 

'나라에 돈이 없는게 아니고 도둑이 많아서 문제다.'

공유부의 문제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가령 강남 땅값이 앙등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경제공동체의 노력의 결과인데 소유자만 배불리는 결과다. 또 은행들이 대출로 화폐발권력을 인정받아 이자벌이를 하는 것은 한국은행이라는 국가신뢰시스템 덕분인데 이 금융공유부를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공유부를 제대로 환수하자면 이를 독식해왔던 기득권과의 다툼이 필연적이다. 기존 3부는 기득권의 서식처이다. 그들에게 이 중대한 주제를 통째로 맡기기는 곤란하다. 국민이 직접 주도할 수밖에 없다. 공유부에 대한 입법도 기존 3권에 맡겨두면 해결난망이다. 국민참여부에서 국민발안으로 해서 구체화시키면 입법부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평화와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주변국가들의 입김을 헤쳐가며 민족의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주권침해가 일상적으로 발발하는 시기에 임기제의 대리권력인 그들에게 이 중차대한 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미국의 주권침해는 주권자 국민만이 대응가능하다. 국민의 뜻을 직접 구현하는 기술적 방안이 국민참여부를 통해 가능하다. 

 

국민참여부 수장은 대통령이 하면 된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므로 자격이 있다. 그 아래 사무처를 두고 추첨제시민의회, 국민소환, 국민발안, 국민투표, 시민법정, 원전감시기구 이런 일들을 해가면 된다.

 

국민참여부를 당장 시행하자면 헌법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 일반 입법으로 대통령은 헌법 제1조의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국민참여부서를 둔다는 취지의 일반 입법을 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민주권'정부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