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평화 · 주권 · 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추진위원회’가 개최

 

 
 
15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리는 8·15범시민대회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태극기와 각양각색의 깃발을 들고 집회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정봉비 기자
 

“오늘 우리는 탄핵광장 승리 속에 광복 80주년을 맞이합니다. 12·3 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극복한 우리는 항일 독립운동의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이자 승리자입니다.”(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깃발을 든 기수들이 일렬로 무대 쪽으로 이동하자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며 시민들은 환호했다. 약 5개월 전 경복궁에서 ‘내란 청산’을 외치던 시민들이 또다시 각양각색의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숭례문으로 모였다. 내란을 딛고 처음 맞이하는 광복절. 이들은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과 일본과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하고 80년 전 그때처럼 나라의 주권과 평화를 다시 세우자고 외쳤다.

 

자주통일평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추진위원회’(8·15 추진위)는 15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민 약 5천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평화주권 역사정의 실현하자”, “트럼프의 동맹수탈 저지하자”, “빛의 광장에서 주권과 평화로 나아가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시민사회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와 “유례없는 트럼프의 경제 압박과 일본의 역사 부정, 분단 체제의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기 속 평화와 주권, 역사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외쳤다. 윤 회장은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쟁까지 기획하고 혐오를 선동해온 극우 내란세력은 수십년간 분단 체제에 기생해온 세력”이라며 “적대와 대결, 혐오를 강요해온 분단 냉전의 정치 체제 안에서 민주주의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내란 사태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나영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또 다른 을사년인 올해 우리는 치욕과 아픔의 역사를 직시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며 “아직 어둠 속에 묻혀있는 식민지 전쟁범죄 피해를 총체적으로 밝히고 역사를 교묘히 비트는 극우세력의 조직적 음모를 철저히 분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걸음이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나아가 한미군사동맹의 대응 범위를 한반도만이 아니라 대만까지 포괄하는 주변 지역으로 확대하자 주장한다”며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숭례문을 시작으로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종각역을 거쳐 동십자각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8·15 추진위는 일본대사관과 미국대사관이 있는 광화문 앞으로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일부 제한 통고로 동선을 변경했다. 행진 구간 인근인 광화문 광장에서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가 열리고, 외교기관 인근에선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8·15 추진위는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며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분이며, 광복절에 일본대사관과 미국대사관으로 행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정봉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