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심 미래 산업 육성에 100조원 펀드 조성 ·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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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재명 정부가 2026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 편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학계의 큰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복구한 것은물론 더 큰 폭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기술을 존중한 나라는 흥했고 천시한 나라는 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하고 새 정부의 에이아이(AI·인공지능) 정책 방향 등을 점검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으로,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로부터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보고받았다. ‘이재명 정부 케이(K)-알앤디 이니셔티브’로 이름붙여진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체질 개선과 혁신을 기반으로 ‘진짜 성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9.4%포인트 깎여나간 26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돼 과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올해 예산에서 연구개발 예산은 29조6천억원까지 복원됐는데, 내년 예산안은 이보다 19.3%포인트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도 보면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기술이 발전한 나라는 흥했고 기술을 천시한 나라는 망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 지원에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일종의 오해나 문제로 (과학기술 예산에) 굴곡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예산으로 정상적 증가 추세로 복귀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의견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지만, 이게 아마 대한민국 새로운 발전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개발 예산에서 핵심 항목을 차지하는 것은 8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 전략기술 관련 예산이다. 지난해에 견줘 3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컴퓨팅·합성생물학 등의 원천기술 선점을 지원하고 에이아이 반도체, 양자 내성암호 등 공급망·안보에 필수적인 핵심기술도 내재화한다”고 밝혔다. 에이아이 생태계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는 2조3천억원이 배정됐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는 2조6천억원, 국방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엔 3조9천억원이 편성됐다. 기초연구 역시 14.6%포인트 늘린 3조4천억원 규모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정부, AI 중심 미래 산업 육성에 100조원 펀드 조성·투자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구윤철 “성장 하락 반전시킬 유일 돌파구”
참여연대 “기술선도 성장 치우친 이전과 비슷”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장전략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등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반 국민 공모 자금 등으로 10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런 산업에 투자하고, 투자에 따른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기술 선도 성장을 위해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14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25 중국 의료 장비 전시회’에 수술 로봇이 등장해 시연을 하고 있다. 충칭/신화 연합
 

프로젝트는 크게 ‘인공지능 대전환’과 ‘초혁신 경제’로 나뉜다. 인공지능 대전환 부문에는 기업·공공·국민의 인공지능 활용을 촉진하고 관련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15개가, 초혁신 경제 부문에는 첨단소재·부품, 기후·에너지 기술, 케이(K)-콘텐츠·식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15개가 담겼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조만간 2026년 예산안에서 발표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인공지능 대전환은 인구충격 등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라며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부터 즉시 추진하겠다. 기업이 중심에 서고 정부, 대학과 연구기관, 온 국민이 총력으로 힘을 모아 단기간 내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 ”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 물류부터 전산업에 확산

 

우선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피지컬 인공지능과 관련해 로봇·자동차·선박·드론·반도체·팩토리·가전 등 7개 제조업 분야에서 과제를 추진한다. 과제마다 설정한 목표를 보면, 인공지능 로봇은 범용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물류 분야부터 실증·보급한 뒤 제조·건설·서비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분 자동화 수준인 자동차 자율주행은 2027년에는 특정 구역 완전 자율주행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당장 하반기부터 7개 분야별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관련 부처 등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리고 연구·개발(R&D), 실증, 규제, 금융 등을 지원한다. 에이치디(HD)현대로보틱스, 삼성전자, 엘지(LG)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5개 초광역권별로도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가령 인공지능·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을 ‘성장엔진’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구체적인 성장엔진은 지자체와 관계 부처가 협의해 선정한다.

 

CCTV 데이터, 자율주행 개발 등에 제공

 

이 같은 미래전략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가칭 ‘국민성장펀드’도 조성한다. 정부 보증 기금채와 산업은행 자체 재원을 활용한 기금 출연으로 만들어진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일반 국민 공모 자금·연기금·민간 금융 등 민간 자금이 각각 50조원 이상씩 투입된다. 지원 내용은 중소·벤처기업 장기 지분투자, 설비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저금리 대출 등이다. 특히 인공지능 산업은 별도로 할당해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재원을 어떤 분야에 얼마나 할당할지 등 운영 방안은 조만간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세제 (혜택), 손실이 났을 때 재정에서 우선 좀 충당하는 방안 등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내용을 펀드 운용 방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전환을 위한 기반으로 데이터 활용 등을 확대한다. 가령 기존에는 시시티브이(CCTV) 원본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어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한계가 있었는데, 연구·개발 목적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공공 저작물을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때도 ‘출처 표시’, ‘변경 금지’ 등의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또 공공·민간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국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케이티브이(KTV) 등 문화 분야부터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한다.

 

전국민에 AI 교육

 

이 외에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 국민, 전문가 등 대상별로 맞춤형 인공지능 교육을 시행해 전 국민의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를 전문연구요원으로 우선 배정하도록 병역특례를 지원하고, 국립대 인공지능 교수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한다. 외국 인재 유치 지원을 위해서는 연구 분야 우수인재 특별비자를 신설해 현재 첨단산업 분야에 한정된 탑티어 비자를 연구 분야로 확대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재외한인 박사후연구원 복귀트랙을 만들어 연구비를 지원한다.

 

정부가 이번 전략에서 인공지능 산업 지원을 강조했지만, 실제 산업 육성에 효과를 낼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인공지능 산업은 결국 기업의 역할이 크고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데, 정부가 특정 산업을 5년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성장전략의 무게추가 기술선도 성장에 과도하게 쏠려 있어, 기술만능주의와 대기업 지원이라는 과거 성장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공익으로 작동하려면 규제 공백이 아니라 노동권·개인정보·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 민주적 통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윤주  박수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