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주진보 정당들 주도로 마침내 본회의 통과
민주노총,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기자회견
"노동자들 피와 땀, 숭고한 희생이 역사적 결실"
"끝이 아닌 시작…'진짜 사장' 교섭 쟁취 투쟁"

양경수 위원장 "열사들 원한 조금이나마 풀어"
박래군 대표 "대기업들 손배 가압류 철회해야"
한국노총도 "노조할 권리 대폭 확대, 열렬 환영"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집중 지원"

2015년 민주 첫 발의…윤석열이 두 차례 거부권
노동부, TF 구성해 6개월 유예기간 동안 철저 대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5.8.24. 연합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당들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노동계는 "일하는 노동자 누구나 교섭할 권리가 있다는 분명한 진실을 20년 만에 법에 새겨 넣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열사가 쓰러졌고 노동자들은 피와 땀으로 거리를 메우며 외쳐왔다. '노동자성 확대, 진짜 사장 나와라, 노조법을 개정하라!'는 우리의 외침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면서 "오늘의 성과는 그 숭고한 희생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다. 가슴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번 개정이 완전하지는 않다.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가 법의 울타리 밖에 남아 있으며, 사용자의 교묘한 회피와 정부의 대책은 미비한 채로 남아 있다"면서 "그렇기에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노조법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은 남은 과제를 반드시 쟁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2026년 3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그 힘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26년을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권리 쟁취 전환의 해'로 만들기 위해 교섭권 보장, 노동자성 확대를 실질로 만드는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경영계는 이번 개정을 부정하고 무력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꿈꾸지 말라. 이제 노조법 개정과 원청 사용자 책임은 되돌릴 수 없다. 교섭을 회피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진짜 사장'을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진보당, 사회민주당 의원 및 당원들이 2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8.24. 연합
 

기자회견문 발표에 이어 개별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이곳 국회에서 노동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 통과돼 환영하고 웃고 박수칠 수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이 느껴질 지경"이라며 "배달호 열사, 김주익 열사를 비롯한 많은 열사 앞에 그들의 원한을 조금이나마 풀었다고 보고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하청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원청 얼굴 한번 보겠다고, 교섭 자리 한번 만들겠다고, 대화 좀 하자고 절규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가닿은 결과물이라 생각한다"고 벅찬 심정을 나타냈다.

 

나아가 "내일부터 민주노총은 세 가지 투쟁을 만들어 갈 생각"이라며 ▲이 법에 담지 못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 3권을 보장받는 세상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수많은 간접 고용 하청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으고 조합원이 돼 함께 교섭하고 투쟁해 나가자"며 "민주노총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에 돌입하겠다. 그래서 '진짜 사장 교섭 쟁취 투쟁 본부'를 결성하기로 했다.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단호한 투쟁으로 강제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7월 19일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설치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2022.7.19. 연합
 

전국금속노조 유최안 한화오션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할 권리를 찾기 위해 원청과 교섭했을 때 원청은 우리에게 그것이 불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음 주면 한국옵티칼 박정혜 동지가 고공농성을 진행한 지 600일이 되는 날"이라며 "하나의 사업장에서 정규직을 모두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한 세종호텔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진 우리 사회의 이중 구조가 이 사람들의 헌법적인 권리마저 부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원천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 기쁘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아직도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노동자들이 온전히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권리를 보편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은 그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민주적 사회를 함께 가꿀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모든 동지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박래군 공동대표는 "그동안 손해배상 가압류 때문에 고통받다 돌아가신 열사들이 생각났다. 지금도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며 "이제 경제계가, 그리고 대기업 재벌들이 이 노동자들한테 가해진 손배 가압류부터 철회하고 사과하고 다시는 손배 가압류로 노동자들 목숨을 뺏는 짓을 안 하겠다는 다짐부터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리고 다시 요구한다. 대기업과 대형 로펌들은 공포 마케팅을 중단하라. 기업이 망할 생각부터 하는 건가?"라며 "6개월 뒤 이 법이 시행될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부터 시정해야 한다. 실질적 지배를 하지 않고 노사가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교섭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기업이 망하느니 떠들면서 대형 로펌은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노란봉투법 때문에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업과 경제단체들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28. 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환영 입장문을 발표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희생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이 역사적 순간을 열렬히 환영한다. 아울러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 거부권으로 번번이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와 스스로 노동기본권을 쟁취해낸 현장 노동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축시켜온 적폐를 청산하고 교섭 회피로 일관해온 실질적 사용자에게 명확한 책임을 부여했다"면서 "특히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단결권과 교섭권을 보장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를 대폭 해소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집중 지원하겠다. 확대된 사용자 개념과 강화된 단체교섭 의무를 통해 원·하청 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일터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며 "또한 개정안의 취지가 퇴색되거나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입법을 통해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5.8.24. 연합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민주진보 정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고, '경제 악법'이라며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자체를 거부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은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은 전날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요구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고,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자 범민주진보 정당들이 표결로 토론을 종결시키고 곧바로 법안 표결에 돌입해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법원이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그들을 돕기 위해 4만 7000원을 넣은 노란 봉투를 한 언론사에 보낸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처음 발의됐으나 재계와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로 표류를 거듭하다 마침내 2023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처음 통과했지만 윤석열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이 오랜 세월 험난한 과정 끝에 이날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유예기간 6개월이 지난 뒤부터는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안전 문제과 같이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의제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노동쟁의 개념'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수정하고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문구도 추가함으로써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이 노동쟁의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어도 노조나 노동자의 손해배상 범위는 제한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4. 연합
 

고용노동부는 향후 6개월의 법 시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개정법의 실제 적용과 관련 의견을 상시로 수렴할 수 있는 경영계·노동계 상설 소통 창구를 TF에 설치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되는 판례와 판단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매뉴얼을 정교하게 마련해나갈 계획"이라며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서도 노란봉투법에 취약할 수 있는 권역별 주요 기업들을 진단하고, 필요시 교섭 과정에서의 컨설팅 등을 지원해 원·하청이 상생할 수 있는 교섭 사례를 창출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취지에 대해 노동부는 "원·하청 등 다층적 산업구조 하에서의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권 위축 문제 등을 해소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업 현장에서부터 노사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법'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교섭이나 무제한 파업, 불법 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노사 양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