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찬양 일색 크네세트서 '노'라고 외친 두 의원

● WORLD 2025. 10. 15. 00:4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테러리스트" "팔 국가 인정하라" 외쳤다 쫓겨나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 10. 13 [로이터=연합]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작약할 때, '아니다'라고 외친 두 이스라엘 정치인이 있었다. 아랍과 유대인이 함께 참여하는 좌파 연합 정당 '하다시-타알'의 대표인 아이만 오데흐 의원과 오페르 카시프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카시프는 5개의 의석을 지닌 이 당의 유일한 유대인 의원이다.

 

예루살렘포스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휴전 협상을 도운 측근들을 치하하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언급하는 순간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고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쳤다. 다른 의원들이 이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냈고 트럼프는 "아주 잘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10. 13 [AFP=연합]

 

이스라엘 의회에도 두 명의 '용자' 있었다
트럼프 연설 도중 "팔레스타인 인정하라"

 

트럼프의 이스라엘 의회 연설은 자신이 제안한 '가자 평화 계획'의 1단계 휴전 합의가 실행된 이날을 기념해 이뤄졌다. 이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이날 마지막 남은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했으며, 이스라엘도 가자 내의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물리고 구금했던 팔레스타인인 약 2000명을 풀어줬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이라고 선언하고 "적어도 지금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 및 다른 사람들의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종식일 뿐 아니라, 테러와 죽음의 시대 종식이며, 신념과 희망, 하나님의 시대의 시작"이라면서 "이 지역을 괴롭힌 혼란의 세력이 완전히 패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그는 "무력으로 얻을 건 다 얻었다", "전장에서 얻을 건 더는 없다"라면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전장에서의 이 승리를 이제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란 궁극적 성과로 전환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말 위대한 승리였다. 이스라엘이 몇 년간 계속 싸웠다면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점점 치열해졌을 것이다. 이 타이밍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는 도중 아이만 오데흐 의원이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어 쫓겨 나고 있다. 2025. 10. 13 [AP=연합]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그만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한 당신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제 우리의 삶을 즐기고, 이스라엘을 재건하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크고 나은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를 폭격한) 5주 전보다 오늘 훨씬 더 이스라엘을 좋아한다"며 "작은 나라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다. 세상이 다시 이스라엘을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네타냐후를 사면해 줄 것을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는 2년 전 10월 7일의 시도는 실패로 귀결됐다"면서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재하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에 인질 귀환을 압박한 아랍과 무슬림 세계의 모든 국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 모든 국가가 평화롭게 파트너로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해선 폐허가 된 가자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테러와 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고통과 죽음, 고난을 겪은 지금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인민을 일으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 내용에 대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많은 인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특히 네타냐후에게 집중하며 그의 애국심을 찬양하고 '그의 협력이 오늘의 성취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 오페르 카시프 의원의 'X' 계정에 올린 글. 2025. 10. 13 시민언론 민들레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그의 연설에서 빠진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네타냐후 극우 유대 정권이 가자에서 지난 2년 최소 6만 8000명을 살해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그 책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10.7 공격을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하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과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언급 역시 전혀 없는 부분이다.

 

바로 이것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이 '아니오'라고 외치게 만든 대목이다. 가자에서 인류 최대 범죄인 '집단학살'을 저지른 네타냐후를 되레 칭찬하는 '부정의'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데흐 의원은 X에 올린 글에서 "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과 '이곳엔 두 민족이 살고 어느 쪽도 여기서 떠나지 않는다'란 간단한 진실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아주 단순한 요구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나를 크네세트에서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카시프 의원도 X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정권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를 비난하면서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점령자가 되는 걸 거부하라. 유혈 정권에 저항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선 트럼프의 연설을 "자기 과시와 거짓말로 가득했다"면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였고 대통령직을 맡은 이래 집단학살의 적극적 파트너였다"고 비판했다. 카시프는 "제국주의적 행동 위에 자기 도시들에 군대를 보내고 자기 국민을 체포, 억압하는 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 어느 쪽에도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건 명백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 해법과 완전한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 위에 세워진 공정한 평화만이 '강(요르단강)에서 바다(지중해)' 사이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부 가자의 데이르 알-발라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2025. 10. 06 [AP=연합]

 

트럼프에 아첨과 찬양, 크네세트 뒤덮어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 축하하는 자리"

 

알자지라 칼럼니스트인 벨렌 페르난데스는 칼럼을 통해 "분명히,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의 희생자들은 크네세트 행사에서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 행사는 본질적으로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의 아첨 주고받기이자, 이스라엘의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페르난데스는 "가자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강요된 굶주림, 공포에 대한 찬사도 가당치 않은데 트럼프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에 많은 무기를 주었다...그리고 당신들은 그것들을 잘 사용했다'고 자랑했다"고 질타했다.

 

두 의원의 '항의'와는 달리, 이날 '낯부끄러운' 트럼프에 대한 아첨과 찬양이 크네세트를 뒤덮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미르 오하나 크세네트 의장은 옆자리의 트럼프를 향해 "역사의 판테온에 모셔질 대단한 인물", "유대인 역사의 거인"이라거나 2500년 전 바빌론에 끌려간 유대 민족을 해방시킨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제와 맞먹는다"라고 추켜세웠다. 네타냐후도 "이스라엘이 백악관에 보유한 가장 위대한 친구"라며 최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거들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