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의 승자이자 ‘게임 체인저’는 중국

● WORLD 2025. 10. 25. 11: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코노미스트 “중국이 이기는 이유” 분석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중국이 미국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4월 12일 닷새 뒤인 17일 제작된 이미지 그림. 미국 국기와 "관세"라는 단어가 그려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했다. 2025.4.17. 로이터 연합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경주에서 만나더라도 최대 현안인 미중 ‘관세전쟁’(무역분쟁)에 관해 제대로 얘기할지, 따로 정상회담을 열기나 할지도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두 나라는 최근 몇 주 동안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상호 보복조치를 공언하고 대화통로조차 제대로 열어 놓지 않았다. 이른바 G2의 두 나라가 이런 현실에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가 10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례 회의에서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10.15. 로이터 연합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이 잡지는 23일 기사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이유’(Why China is winning the trade war)에서 이런 불편하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관세/무역전쟁’의 승자는, 이 전쟁을 도발한 트럼프 쪽이 아니라 시진핑 쪽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이 긴장과 고통 견뎌내기 시험대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약하다”(weak)고 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현실은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쪽은 중국”이라고 이 잡지는 단정했다.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장하고 보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중국은 자국의 치외법권적 무역규칙들을 시험하면서 세계경제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은 미국의 무역 무기들(trade weapons)을 이용해 미국을 때리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했을 때, 그의 대중국 정책 중에서 국방/안보 분야는 애매모호했다. 그가 대만과 동맹국들을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모호했지만, 중국과의 무역에 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1기 정권(트럼프 1.0) 때 시작했단 대중국 압박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려 했고, 그것은 더 많은 관세, 첨단기술 교역에 대한 통제 강화, 그리고 적극적인 제재를 의미했다.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거대한 중국 제조업체제를 망가뜨리고, 재정적 상업적 양보를 얻어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지체시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팀의 일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 주는 대가로 중국이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를 개혁하겠다고 맹세하는 빅딜(grand bargain)을 꿈꿨다. 중국이 미국 요구대로 경제 시스템을 바꿀 테니 제발 압박을 거두고 살려 달라 빌 것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중국공산당(CPC)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0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주재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이 미국을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하지만 4월 2일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하면서 그날을 ‘해방의 날’로 명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이기고 있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중국은 미국의 강압을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복에 능숙하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대, 축소할 수 있는 이른바 ‘확장적 지배’(escalatory dominance)를 확보했다. 이를 트럼프가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큰소리 치지만 겁을 먹고 금방 꼬리를 내린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발끈하며 100% 대중 관세를 추가로 때리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경주 APEC에서 시진핑을 만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금방 ‘그게 아니고’식으로 물러섰다. 그에 앞서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도 그 직후에 월스트리트 주가가 폭락하자 바로 철회(연기)했다.

 

이는 중국 국력의 토대(underlying power)와 준비, 기술이 탄탄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거의 전면적인 금수조치로 중국을 무릎 꿇리겠다는 기세의 트럼프의 위협은 미국에도 피해를 안길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기세는 허세였다. 중국이 위기에 처했다고들 했지만, 올해 중국 증시는 달러 기준으로 34% 상승한 데 비해 미국 S&P(스탠더드푸어) 500지수 상승률은 그 절반에 그쳤다.

 

미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컨테이너선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듀폰, 구글, 엔비디아, 퀄컴 같은 미국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반독점 조사를 벌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모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써먹은 수법을 되받아친 것이다. 특히 중국의 미국산 대두(콩) 전면 금수조치는 트럼프가 중시해 온 자신의 지지자들인 농민들을 빈털터리로 몰아넣어 그의 표밭이 흔들리고 있다.

 

10월 14일: 미국 켄터키주 메리언에서 수확을 앞둔 대두(콩).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간의 관세 분쟁 여파로 미국 대두 농가들이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10.14.AFP 연합
 

전략없는 트럼프

 

항공기 엔진 등 미국이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시진핑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외국산 자재를 배제해 나가면서 중국을 다른 국가들의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드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트럼프에게는 이런 주도면밀한 장기전략이란 게 없다.

 

트럼프는 중국의 달러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발생할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할 것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두 번째 근거는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글로벌 무역규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해 왔으나 흔들리고 있는 기존 자유주의 무역질서 잔해 위에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의 관세제국’(Trump’s empire of tariffs)에 필적하는 그 무엇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무역지형을 바꿨다. 9월까지 중국의 상품 수출은 8% 이상 늘었지만, 대미 수출은 27% 줄었다. 중국은 자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서방의 제조업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이런 위협은 중국이 글로벌 라이선스(면허, 인허가) 시스템(system of global licensing)을 강제하려 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바로 미국이 반도체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략을 업그레이드시킨 더 강력한 버전이다. 정교한 제조국이자 70여개 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그런 입지를 활용해 더 많은 무역규칙들을 바꾸려 할 것이다.

 

10월 17일,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한국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시위대. 현수막에는 "트럼프 규탄"이라고 적혀 있다. 2025.10.17. AP 연합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중국이 이기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세 번째 이유는 무역전쟁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미국의 바람대로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관세전쟁 때문에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외부 관찰자들은 지옥같은 부동산 시장 상황,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 당국의 강압조치들로 겁에 질린 기업가들, 그리고 문제많은 산업정책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등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트럼프의 압박이 기술산업 초강대국으로 도약해서 적대적인 세계에 대비하겠다는 시진핑의 지난 12년간의 계획을 정당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보니 그래도 시진핑이 옳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는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은 그런 기술 민족주의적인 시진핑의 접근방식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과잉생산 물품의 수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많은 나라들이 반발해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중국이 새로 만들려는 미성숙한 라이센싱 제도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 관료주의적 악몽을 안겨줄 수도 있다.

 

미국이 지금 깨달아가고 있듯이 경제력을 곤봉(무기)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곤봉을 휘두르면 얻어맞은 나라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방망이를 휘두르면 다른 나라들은 그들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을 다각화하고 경제를 혁신하려 할 것이고, 실제로 빠른 속도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경주에서 만나 타협하는 것이 서로에게도 좋고 세계에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앞으로 펼쳐질 전망은 두 나라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호전적인 두 거대 국가들이 경제력을 무기화하는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지만, 개방적인 무역에서 후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것이다.”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