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회복에 ‘비용 폭탄’은 없다

● COREA 2025. 10. 16. 13:3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전작권 회복해도 주한미군 전력 제공은 불변
한국군 전력 토대로 연합사령관 국적만 바뀌어
전작권 회복에 천문학적 비용 주장 근거 없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에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은 필연”이라며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의존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작권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가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 지휘권을 넘긴 이래, 75년째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고 있다. 여러 정세로 볼 때 이제는 전작권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군대를 우리가 지휘하며 미국과도 협력할 때 우리 안보가 더욱 튼튼해지리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 발언은 적절했다.

 

일부 언론과 연구자는 10월 2일치 언론 보도와 논평을 통해 전작권을 회복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대북 억지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A신문은 ‘전작권 전환 초기 비용만 35조-미군 재조정과 맞물려 난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한국군은 정찰·감시, 지휘·통제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이런 자산들을 확보하는 데는 최소 수십조 원, 최대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난 7월 세미나에서 초기 비용만 34조9990억원이 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A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지금 한국군은 북핵을 탐지·추적·요격·반격하는 전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 특히 감시·정찰 분야에서 전작권 전환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핵 반격 자산은 미군만 갖고 있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과 최소 수십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도하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A2 전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기동군단 예하 7공병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 등이 참여했으며 지난 6월 전력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2024.10.22 연합
 

A신문 주장은 옳지 않다. 한미가 합의한 현행 전작권 전환 구조와는 전혀 다른 ‘가상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23일 한미 국방부는 제46차 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을 합의했다. 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고 미국은 보완·지속 능력을 제공하는 것, ②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군은 초기 필수 대응능력을 구비하고 미국은 확장억제 수단과 전략자산을 제공, 운용하는 것, ③ 안정적인 전시작전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의 안보환경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 31일 한미 국방부는 제50차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 지침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편성하되 한국군 4성 장성을 연합군사령관으로 임명하며 미군 4성 장군을 연합군 부사령관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방부는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 발전시키고, 미 국방부는 대한민국 방위를 위한 보완 및 지속 능력(bridging and enduring capabilities)을 계속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한미가 합의한 현행 전작권 회복 구조를 보면 현재 미군 4성 장성이 맡은 연합군사령부 사령관 직위를 한국군 4성 장성으로, 한국군 4성 장군이 맡은 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은 미군 4성 장성으로 교체한다. 전작권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전력을 철수하거나 감축하지 않고 보완 능력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 국방부는 연합방위를 주도하는데 필요한 군사적 능력을 확보하려고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약 300조원의 재원을 반영했다.

 

A신문 주장과 달리 현행 구조에서는 전작권을 회복해도 한미 연합방위태세 자체는 변함이 없으며 연합군사령관 국적만 바뀐다. 비유법을 사용한다면 미군 4성 장군이 맡고 있던 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추가 비용’은 주인이 바뀌는 사령관 집무실을 청소하거나 단장하는 비용 정도에 그칠 것이다.

 

전작권을 회복하면 미국측이 한국 방위 지원을 줄이지 않을까라고 주관적으로 짐작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현행 한미 합의는 그런 가능성을 명백히 배제하고 있다. 현행 합의구조를 무시하고 전작권 회복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