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 당시 법무장관
이 대통령과 백 경정 맹비난…초조감 드러내나
수사 외압 받은 '피해자'는 수사하면 안 된다?
"마약 밀수의 피해자가 아니니 아무 지장 없어"
"윤석열은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데 복수혈전"
다만 동부지검은 백해룡 별도 수사팀 구성키로
경찰 윗선 등 '고발인' 신분에 합수팀 불신 감안
"검경 지휘부, 마약게이트 깊이 관련…셀프 수사"
임은정은 합수팀 신뢰…"수사 의지와 역량 확인"
양측 입장 차 커 '화학적 결합'은 좀 더 지켜봐야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23년 사건 발생 당시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며 법무부 장관을 맡고 있던 인물이 바로 한 전 대표였기 때문에 본인의 결백을 내세우는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나 임 지검장이 한 전 대표를 언급한 것도 아니고, 심우정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6월 10일 발족한 합동수사팀에서 지금까지 4개월이 넘도록 한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거나 압수수색하기는커녕 수사선상에 올렸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한 전 대표가 혼자 발끈하는 모습은 오히려 '제 발 저린 듯' 초조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마약을 척결해야지 마약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일선 검사에게 직접 수사 개입을 한 것은 중대한 불법이다" "세관 마약 수사에 관여했다는 게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다 던지고 정치 안 하겠다" 등의 격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중이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이 수사팀 보강 차원에서 백해룡 경정을 파견하도록 지시한 대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수사 외압을 받은 피해자 보고 수사를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백 경정도 14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으로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및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연루 의혹을 추적하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된 백 경정은 "한동훈 씨는 마약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당한 백해룡이 못내 안쓰러운 모양이다. '백해룡은 외압의 피해자'라 말한다"면서 "검찰과 한동훈 씨가 제 걱정을 언제부터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정중히 사양하겠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동훈 씨는 마약게이트 수사 대상이다. 그가 12·3 비상계엄 때 왜 윤석열·김건희로부터 주(主) 척살 대상자가 되었는지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백해룡 수사팀은 2023년 7월 말부터 자수한 필로폰 투약자 1명을 입건해서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20여 회 검거, 10여 차례 압수를 거쳐 그해 9월경 조직원 등 26명 검거(14명 구속), 74kg 밀수 유통(27.8kg 압수)되었다는 사실을 특정했다"고 당시 수사 과정을 설명했다.
또 "이때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의 마약 밀수에 세관 직원들이 공범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들이 작당해서 국내 밀수입 유통시킨 필로폰 양은 수백kg을 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추후 확인한 밀수입 양만 300kg이 넘는다"면서 "대한민국 하늘 국경을 마약 조직에게 열어준 것이었다. 일단 물밀듯이 들어오는 이 참담한 상황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사건 브리핑을 하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백 경정은 "국민이 알게 되면 마약 밀수 행위가 위축될 것이고 수사도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저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말레이시아발 마약 수입은 윤석열·김건희의 독점사업이었고 그것을 들추어내는 일은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었다"며 "말레이시아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범죄 행각을 확인하고도 검찰이 축소·은폐하고 또 덮어버렸다. 백해룡은 그들의 국가반역 행위를 들추어 내려다 수사권을 빼앗기고 쫒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외압의 피해자'란 타이틀을 붙이고 백해룡이 수사하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범죄 수사하던 중 수사팀에게 외압이 행사되면 팀장은 피해자가 되는 건가? 수사 방해 목적으로 진정이나 고소·고발을 하면 수사팀이 피해 당사자가 되어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는 건가? 그래서 마약 게이트를 덮어버린 검찰이 수사를 해야 이해충돌의 문제가 없어진다는 건가?"라며 조목조목 따져 묻고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게 된다"고 일축했다.

'백 경정은 외압의 피해자이므로 그의 수사팀 합류는 불법'이라거나 '이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불법'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는 백 경정 외 제삼자들에 의해서도 다각도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규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백 경정은 외압의 피해자이지 마약 밀수의 피해자가 아니다. '세관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수사 개시를 해라 말아라, 압수수색을 해라 말아라, 구속을 시켜라 말아라 같은 '구체적 수사지휘'는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해야 하지만 수사부서에 누구를 배치할지 같은 '일반적 지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열심히 수사하라' 같은 추상적 지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한동훈 측에서 '피해자가 수사를 하면 안된다'고 백해룡 경정 수사팀 합류를 비판하는데 옛날 기사를 한번 보라"면서 "2013년 윤석열은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가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등지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활한 윤석열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전 국장, 차장에 대해서 소환조사, 압수수색을 했고 검사장까지 수사 방해 혐의를 물어 구속했다. 이는 검찰 설립 이래 처음"이라고 유사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여기에 덤으로 사이버사령부 여론 조작 건으로 전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까지 구속하는 데 성공한다"며 "윤석열의 복수혈전에 가담했던 한동훈 전 검사는 이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 바란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마약 수사 외압 사건에 백해룡 경정을 투입하라는 지시를 하자마자 도둑이 제 발 저린 듯한 어떤 사람이 '마약으로 정치하지 말라'며 과민반응을 보인다. 그 어떤 사람은 한동훈이다. 한동훈이야말로 마약으로 정치해보려다 몰락한 케이스"라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듯,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수사하라는데 엉뚱하게도 '마약으로 정치하지 말라'는 과민반응을 보이는 자야말로 마약 수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한 진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황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여러 원인 중 가장 강력한 원인은 윤석열의 택도 아닌 '마약과의 전쟁' 선포였다. 생뚱맞은 마약과의 전쟁은 영악한 검사들에 의해 기획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면서 "주무 부서는 법무부(장관 한동훈)였을 테고, 용산 대통령실에 있던 검사 출신들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을 것이다. 불순한 동기로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은 축제를 즐기던 청년 159명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넣는 비극을 낳았고, 이후 마약과의 전쟁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지만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되었다. 한동훈이 '마약으로 정치하지 말라'며 경망스럽게 떠드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임은정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동부지검은 백해룡 경정이 파견되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백 경정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경무관(외압 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고광효 전 관세청장 등 사건 관계자 9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고발인'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불필요한 시비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게다가 백 경정은 "검찰은 수사 대상이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기존 합동수사팀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검찰청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주축이자 세관 마약 밀수 은폐 의혹의 당사자인 심우정 전 검찰총장(사건 당시 인천지검장)이 현직에 있을 때 합동수사팀을 꾸렸기 때문에 백 경정으로서는 일리 있는 항변이었다.
동부지검은 14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백 경정은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본인이 고발한 사건 등을 '셀프 수사'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따라서 백 경정이 파견될 경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기존 합동수사팀과 구분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되, 2023년 2월 (발생한) 인천지검 마약 밀수 사건 수사 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수사 과정과 수사 결론 모두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수립 후 검찰·경찰·국세청·FIU 등 정부기관 합동으로 출범한 수사팀으로, 전 검찰총장이나 검찰이 개인적·독단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 8월 합동수사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인계받아 관련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했고, 매일 수사팀의 수사 상황을 챙기면서 역량과 의지를 확인하고 깊이 신뢰하고 있다. 현재 수사팀 구성원들과 원팀을 이뤄 함께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백 경정이나 상당수 국민의 불신과는 달리 합동수사팀의 수사 의지와 역량이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점을 임은정 지검장이 직접 보증하고 나선 셈이다. 합동수사팀은 지난 6월 출범 이래 ▲인천세관, 경찰청, 서울청, 관세청, 주요 피의자들의 주거지, 마약 밀수 피의자들의 수용 거실 등 총 28개 장소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마약 밀수범 16명, 직권남용 피의자 6명 등 관련자 입건 ▲중요 피의자들 및 참고인들의 휴대전화 총 42대 포렌식, 통화 내역 분석, 영상녹화 조사 등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동부지검은 특히 윤국권 합동수사팀장(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2023년 2월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마약 밀수 사건 수사를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당시 구속 기간 임박으로 피의자들을 구속기소한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공범 및 여죄에 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한 사실 ▲당시 합수팀장은 해당 사건 수사나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실을 임 지검장이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의 수사팀 교체 주장은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이미 4개월간 방대한 수사가 착실히 진행돼 합수팀장을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임 지검장은 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 역시 처음에는 이런저런 말들에 혹시나 싶어 합수팀을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았다가, 그간의 수사 상황을 확인하고 매일매일 함께 머리를 싸매며 처음의 오해가 많이 미안했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합수팀 수사에 있어 보안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 어찌 보면 이례적인 것이어서 수사의 정도(正道)를 지키며 거대한 의혹의 산더미를 묵묵히 파헤치고 단단하게 사실관계를 찾아가는 합수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사 보안이 어찌나 철저하게 지켜졌는지 심지어 일을 안 한다는 억측이 돌았고, 백해룡 경정님 등 수사팀 보강까지 이루어질 예정이라 정식 공보로 밝힐 건 밝히고 정리할 건 정리해야겠다 싶어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특검 등에서의 연이은 인력 차출로 검찰은 물론 경찰 역시 수사팀 보강이 쉽지 않은 상황인 듯하고, 관련자 등 면면으로 인해 이런저런 우려와 기대 역시 많다. 공정성이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여 단단하게 사실을 좇아 계속 가보겠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이날 백 경정을 동부지검으로 파견한다는 인사 발령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백 경정은 15일부터 동부지검으로 출근하게 됐다. 백 경정은 사전 협의 없는 인사 발령을 '폭거'라고 표현하고, 합동수사팀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단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임 지검장 및 수사팀과 제대로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 업무 분담을 어떻게 매끄럽게 조율해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 경정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팀을 모집하고 구성하는 일체의 협의가 없으니 수사팀을 어떻게 꾸리고 운영할 건지 알 수도 없다. 절차도 없고 작은 배려조차 없이 무작정 발령부터 내버린다"면서 "경찰 지휘부와 검찰 지휘부를 두텁게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이다. 세상은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진짜 바뀌었나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기 위해 수사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과 최소한의 인원(25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합수단을 구성하도록 지휘한 검찰 지휘부와 경찰 지휘부 모두 마약게이트와 깊이 관련돼 있다. 합수단 단장은 마약게이트를 덮어주고 승진한 사람"이라며 "셀프 수사는 합수단이 하고 있다. 검찰로 향하는 수사를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합수단이 맡고 있는 것이다. 동부지검의 보도자료 내용이 동부지검장의 입장이라면 참으로 고약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백 경정 파견이 공식 결정되자 또 다시 펄쩍 뛰면서 자신이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그는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의 불법 수사지휘대로 백해룡 씨를 동부지검 수사팀에 파견한다고 한다. 게다가 백해룡 씨 1인을 위한 별도 수사팀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며 "검찰은 대통령 지시가 불법이면 듣지 말아야지 이게 뭐하는 건가. 마치 병풍조작 사건을 위해 김대업 만을 위한 수사팀을 만드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동부지검 수사팀에게 제가 영등포경찰서 마약 사건에 외압을 가하고 덮었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보증한 백해룡 망상에 1%라도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 22명을 입건했다던데, 백해룡 망상에 동의한다면 그 망상의 핵심인 나도 당연히 피의자로 입건되었을 것"이라며 "수사는 이미 4개월 동안 했으니 충분히 오래 했다. 나는 괜찮으니 내가 그 22명 피의자로 입건되어 있는지와 내 혐의 사실을 공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 김호경 기자 >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론개혁이 못마땅한 조선일보, 언론개혁 원인 무시 (0) | 2025.10.16 |
---|---|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에 ‘비용 폭탄’은 없다 (0) | 2025.10.16 |
이화영 "박상용 검사 동석한 자리에서 술자리 있었다" (0) | 2025.10.15 |
샤넬백 전달 인정한 '건진'…특검 "권력 기생한 국정농단" (0) | 2025.10.15 |
캄보디아 납치 사건,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다 (0) | 2025.10.15 |
북한 열병식에 새 ICBM ‘화성-20형’ 공개…“최강 핵전략무기체계” (0) | 2025.10.11 |
‘고문·살해’ 캄보디아로 대학생 유인한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검거 (0) | 2025.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