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층 높이 아파트 8개 블록에 2000가구 이상 거주

45명은 위중.. ‘과실치사’ 혐의 건설사 직원 3명 체포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AFP=연합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도 279명으로 집계돼, 30여년 만에 홍콩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참사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 회사 직원 3명을 체포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북부 신계지구 타이포구에 있는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인 왕푹 코트에서 난 불로 소방관을 포함해 최소 44명이 숨졌다. 45명은 위중한 상태이며 279명이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밤새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쳤으나, 32층 높이의 아파트가 8개 블록에 걸쳐 200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규모 탓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빌딩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날 새벽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현장의 화재는 기본적으로 통제됐다”며 “화재로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불이 난 7개의 동 가운데 4개 동에서 불이 진화됐으며, 현재까지 3개 동은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8개의 대피소에 900여명이 피신해 있다.

 

26일 밤 홍콩 북부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을 대피한 주민들이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화재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은 보수 공사가 진행되던 건물에 설치된 가설 구조물인 대나무 비계에서 시작돼 공사용 안전망으로 옮겨붙으면서 퍼졌다. 홍콩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대나무 비계는 안전 문제로 지난 3월부터 단계적 폐쇄 방침이 세워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건물이 화재 기준에 미달하는 안전망과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고, 이에 더해 한 건물의 창문은 건설 회사가 유지 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설치한 폼 소재로 밀봉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 건물에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고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보수 공사 업체 책임자 3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진압과 사상자 및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전했다.

 

이 주거 단지는 1983년 완공됐고 8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2000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경보는 전날 처음에는 낮은 단계인 1급으로 분류됐으나 오후 3시34분께 4급으로 격상됐고 저녁 6시22분께 가장 높은 5급으로 다시 올랐다. 홍콩 화재 경보는 1급부터 5급으로 분류되는데 5급이 가장 높은 단계다. 5급 경보는 4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