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향해 ‘제1도련선 방어 위해 국방비 증액해야 ’ 요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경제, 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이 5일 공개됐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능력을 키워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대만을 둘러싼 분쟁 억제가 아시아에서의 우선순위라고 명시해 대만을 둘러싼 입장 변화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이날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9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 문건에서 미국은 “제1도련선 내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들은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이다. 한때 미국이 제1도련선의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 너머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제1도련선 보호에 기여할 핵심 동맹국으로 꼽았다. 미국은 “제1도련선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군이 자국 항구와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침략 억제를 목표로 하는 능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뒤 “일본과 한국에 적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능력(새로운 능력을 포함하여)에 초점을 맞춰 국방비를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둘러싼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아시아에서의 우선순위라고도 명시했다. 미국은 “전 세계 해운의 3분의 1이 매년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미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대만을 둘러싼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의 현상에 대한 어떤 일방적인 변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도록 설득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2017년 12월 트럼프 1기 정부가 발표한 68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에는 ‘북한’이 17번 언급됐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한이 세 차례 언급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약 1년 만에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되면서 미 국방부의 최상위 전략지침서인 국방전략(NDS)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전략에 따라 전 세계 미군 자산의 배치를 검토하는 글로벌 병력배치검토(GPR)가 발표되는데,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등이 여기에 담길 수 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미 국가안보전략에서 빠진 북한…‘대화 전조’일까 무관심일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과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의도적 조처’라는 관측과 ‘북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맞선다. 국가안보실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기술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는 2022년에 이어 발간됐는데, 그때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 차원에서 국가안보전략이 변화한 만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진 것에 주목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는 북한이 17차례,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2년에는 북한이 3차례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언급 자체가 안 된 것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북한을 넣게 되면 ‘비핵화’와 ‘북한 위협’을 언급할 수밖에 없어서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이슈를 ‘공백’으로 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등 북-미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 문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가 빠진 것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고, 미국 국익과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의 전략 구상에서 서유럽이나 중동 등에 견줘 우선순위가 밀렸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혀 다른 관측을 내놨다. 위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이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는 것은 작성의 기본 방침이 2022년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중심으로 기본 방침을 기술해 구체적인 지역 분쟁이나 주요 현안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북한 이슈는 앞으로 작성될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거나, 미-북 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현재 시점에선 전망하기 어렵고, 긍정·부정적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이 중국과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도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결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배 원장은 “중국을 위협으로 보아 꺾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전반적인 톤을 조정해 ‘재조정’이라는 말을 썼다”며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관계를 조정해나간다는 것이지,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중국은 잠재적 파트너, 유럽은 문명 소멸”…미, 이익 중심 고립주의 공식화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 공개 ‘북한 비핵화’ 언급 없어

“미국이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처럼 전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
4일 공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 우선주의’를 외교·경제·군사 분야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특히 냉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유일 초강대국 지위’ 유지 목표를 폐기하고, 국익에 기반해 각 지역의 힘의 균형을 인정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회귀했음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본토 앞마당인 서반구에 힘을 집중하며, 2순위로 밀려난 ‘중국 억제’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힘을 모아 달성하겠다고 했다. ‘대만 방어’를 천명하면서도, 중국은 ‘경제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파트너’로 묘사됐다. 반면 유럽에 대해선 문명이 소멸하고 있다며 정치 세력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략서의 핵심은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 강화다. 전략서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수정안’을 공식화했다. 전략서는 “미국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고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서반구 내에서 중국, 러시아 등 비서반구 경쟁자가 군사력을 배치하거나 전략 자산을 통제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요새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6일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을 통해 이러한 기조를 더욱 선명히 했다. 그는 “자칭 공화당 매파들이 말하는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는 재앙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냉철한 현실주의’를 통해 평화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 지구적 개입을 줄이고 각 지역의 강대국이 해당 권역을 책임지는 ‘다극 체제’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중국 전략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전략서는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로 보면서도 ‘진정으로 상호 유익한 경제 관계’라며 잠재적 파트너로도 묘사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가치 충돌’이 아닌 ‘이익 경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했던 지난 수년간의 기조와 결별한 유화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직접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기보다, 제1도련선 방어와 같은 구체적 목표에 집중하되 이조차 동맹국에 안보 부담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전략서는 “제1도련선 내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들은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핵심적으로 기여할 동맹국으로 꼽았다. 전략서는 “제1도련선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군이 자국 항구와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침략 억제를 목표로 하는 능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뒤 “일본과 한국에 적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능력(새로운 능력을 포함하여)에 초점을 맞춰 국방비를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썼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들’로 칭하고서 “우리로부터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략서는 대만 점령 시도를 ‘거부’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명시하고, 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일본·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전통적인 외교정책 기조도 일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대한 입장이 ‘반대한다’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로 완화됐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제시카 첸 와이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종합적으로 볼 때, 베이징의 지도자들은 이번 새 문서를 미국의 전략이 자신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전략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지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시욱 연구원도 “미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반대한다’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로 입장을 완화한 것에 대해 베이징이 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략서는 유럽이 이민자들과 주류 지도자들로 인해 ‘문명적 소멸’에 직면해 있다고 묘사하며, 현재 유럽 주류 정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략서는 “유럽의 문제는 단순한 국방비 지출 부족이나 경제 정체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이민 정책이 대륙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국가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특정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몇십 년 안에 대다수가 비유럽인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과연 미국과 같은 가치를 공유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유럽의 현 주류 지도자들을 “현실성 없는 기대를 가진 불안정한 소수 정부”라고 깎아내리며, 이들이 “민주적 원칙을 짓밟고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유럽 내 ‘애국주의 정당’의 부상을 환영하며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략서는 “미국의 목표는 유럽이 현재의 궤적을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유럽 국가 내에서 현재의 궤적에 대한 ‘저항’을 육성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유럽 각국의 우파 포퓰리즘 세력을 지원해 정권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내정 간섭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가치 동맹’ 복원 기조를 완전히 폐기하고, 유럽을 ‘개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대서양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략서와 달리 ‘북한’, ‘북한 비핵화’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 문제도 한국과 일본이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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