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28일 만,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결정
"국민 눈높이 부합 못 해…통합 의지는 유지“
민주 "파격 인사와 화합은 높게 평가받아야"
혁신 "이 후보자 욕심에 버티고만 있던 상황"
진보 "고위 공직자 불법 이득 전수조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지 약 한 달 만이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이틀 만이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면서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를 새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부터 장남의 위장 미혼 부정 청약 및 특혜 입학 의혹, 후보자 본인의 보좌진 갑질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터졌다.
홍 수석은 "이 후보자는 보수정당에서 3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은 진영 논리를 넘는 변화와 함께 대통합의 결실로 맺어질 수 있다"며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대통령의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홍 수석은 기자의 '이번 낙마로 대통합의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보자가 국민적 눈높이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취임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면서 "특정 진영 한쪽에 계신 분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성을 가진 분을 폭넓게 쓰겠다는 근본적 취지,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계속 유지된다"고 답했다.
자진 사퇴가 아닌 지명 철회 형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보수 진영 인사를 모셔왔던 만큼, 지명 철회까지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다만 '차기 후보자도 상대 진영에서 물색할 수 있냐'는 질문에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에 한정된 게 아니라 앞으로 인사가 다양하게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라면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우리 사회 통합이라는 것이지 예산처 장관을 정해놓고 통합적 자리라서 보수 진영 인사로 모시겠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 철회와 관련해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통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의 심각성과 국회 청문회에서의 소명 과정,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달된 우려, 무엇보다 엄정한 국민 눈높이와 정서적 수용성을 고려한 고심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 지명의 배경에는 불법계엄과 내란사태로 더욱 심화된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한쪽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정부'를 통해 국민 통합의 물꼬를 트고자 했던 이 대통령의 진심이 있었다"면서 "특히 과거 보수정당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을 정치적 지향과 진영 논리를 과감히 넘어, 국가 예산을 기획하는 중책을 맡기려 했던 파격적 인사와 화합의 제스쳐는 후보자의 자질 문제와 별개로 높게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준으로 소명되지 못했고,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면서 "국민적 우려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수용하며, 향후 더욱 엄격하고 공정한 인사 기준의 마련을 위해 정부와 함께 고민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모든 기준은 국민이 될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 또한 한 치의 소홀함이나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한 대통령님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대통령님의 고뇌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도 "진영논리를 넘어 국민통합을 위한 인사는 계속 검토해야 하지만, 지명 철회는 부득이하다"면서 "부동산 청약 과정이나 재산신고 누락 등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 내란에 대한 종래 입장에도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자 지명 철회는 잘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애초부터 국민들은 탕평인사라는 취지에는 지지를 보냈으나, 그 대상으로 이혜훈이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내란에 대한 옹호부터 점수를 잃고 시작한 이 후보자는 철회 전까지의 시간 동안 해명에만 급급했을 뿐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기조 제시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위장 미혼부터 갑질 의혹, 입시 의혹 모두 해명은커녕 수사 대상임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인사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정책 제시도 없고, 근거 있는 해명도 못하면서 결국 자리 욕심에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이 정부 첫 기획예산처 장관의 중책을 제대로 책임질, 국민 누구나 수긍할 후보자를 잘 찾아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진보당 신미연 대변인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고위 관료층에 뿌리내린 기득권 대물림이 얼마나 강력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재산 축적과 자녀의 출세를 위해 보여준 각종 '위장'과 '편법'은 국민에게 깊은 박탈감과 분노를 안겼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나아가 고위 공직자의 편법·불법을 통한 부당 이득에 대한 전수조사 등 기득권 대물림의 실상을 확인하고, 끊어 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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