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 요구…"수십년 이어질 파트너 찾고 있다"

"한국 조선 능력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 없어…납기 일정도 핵심 요소"

 

구매하기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서울=연합) =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2.8 kjhpress@yna.co.kr
 

 "잠수함 입찰 제안 때 우리가 겪는 문제 중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해법이 포함되기를 기대합니다."

방한 중인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지난 5일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퓨어 장관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 완성차 업체가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한국 방산업체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퓨어 장관의 이번 방한은 캐나다가 추진하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참여를 희망하는 한국 방산업체의 건조 역량을 확인하고, 주요 당국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번 사업에서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종 결선에서 경쟁 중이다.

 

퓨어 장관은 현대자동차가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협력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캐나다는 여러 산업에서 미국 영향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흥미로운 건 최종 후보국(한국과 독일) 모두 완성차 제조국이라는 점"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협력의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번 제안서에 어떤 형태로든 그 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한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완성차 공장 설립은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이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4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퓨어 장관은 이에 대해 "그건 수십 년 전 이야기다. 지금 세상은 12개월 전보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기업과 국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한 제안을 만들어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구매하기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서울=연합)  =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2.8 kjhpress@yna.co.kr
 

퓨어 장관은 이번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후보 기종으로 제시한 장영실함(3천600t급)에 직접 승선하기도 했다.

그는 "잠수함의 모든 요소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며 "한국 조선 능력은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이다. 매우 강력한 경쟁 우위"라고 치켜세웠다.

 

독일은 캐나다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협력 체계에 들어가 있고, 두 나라가 북극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독일 업체는 아직 건조 중인 잠수함을 후보 기종으로 제시해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퓨어 장관은 "한국은 캐나다의 중요한 파트너다. 나토 회원국 여부는 결정 요인이 아니다"라며 "또 두 회사 모두 2032년까지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신호를 보내왔지만, 이제는 실제 제안서로 증명해야 한다. 납기 일정도 핵심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독일 모두 캐나다 해군이 요구하는 '상위 수준의 필수 요구사항'을 충족했기 때문에 현재 확률은 50대 50이며,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캐나다에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퓨어 장관은 "이번 잠수함 사업은 워낙 큰 규모라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를 달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단순한 잠수함 공급자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상호 호혜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구매하기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서울=연합) =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2.8 kjhpress@yna.co.kr

 

그는 이번에 20여 개 기업과 동행한 이유도 잠수함 외에 한화가 제안한 지상 전투 체계 등 다른 군사 분야, 나아가 우주·항공·광물·에너지·목재·농업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퓨어 장관은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이 과거처럼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중견국들이 힘을 합쳐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한 바 있다"며 "그렇게 되면 중견국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협력해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함께해온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캐나다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1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국방·안보 협정도 체결한 점을 언급했다.

 

퓨어 장관은 잠수함 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기존 일정은 2028년 계약 체결 후 2035년 잠수함 투입이었지만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3월 첫째 주에 제안서가 제출되면 올해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다. 제안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지만 불필요하게 더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현 기자 >

 

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비밀병기'는 K-배터리 소재사

 
 

현지 생산기지 확장 박차…광물 · 전력 등 입지 장점

배터리 공급망 안정 기여…캐 전기차 육성전략 부합

 


솔루스첨단소재, 캐나다 퀘벡서 1500억 인센티브 확보 (서울=연합) 솔루스첨단소재는 해외 자회사인 볼타에너지솔루션 캐나다가 캐나다 퀘벡주 산하 퀘벡 투자공사와 캐나다 최초의 전지박(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 1억5천만 캐나다 달러(약 1천500억원)의 인센티브 지원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솔루스첨단소재 캐나다 전지박 공장의 모습. 2024.10.4 [솔루스첨단소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이 우리나라와 독일의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조선·방산과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 기업들까지 지원군으로 나섰다.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이들 소재사의 가세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공급망 구축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민관 총력전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현지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캐나다 퀘백주에 북미 유일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을 건설 중으로, 연내 완공 및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동박을 북미 지역 배터리 및 완성차 고객사에 공급 중이지만, 캐나다에 공장이 완공되면 현지에서 직접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생산 능력은 2만5천t으로 시작해 시장 수요에 따라 총 6만3천t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 캐나다 합작법인 핵심인력 한국서 직무 교육 실시 (서울=연합) 포스코퓨처엠이 지난 6월 10일부터 한 달간 캐나다 현지 합작법인인 '얼티엄캠'의 핵심 인력 21명을 대상으로 포항 인재창조원, 양극재 공장 등에서 직무 교육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얼티엄캠 직원이 중간 소재인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하는 소성 공정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2024.7.4 [포스코퓨처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포스코퓨처엠 역시 퀘백주에 제너럴모터스(GM)와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연간 생산 능력 3만t 규모의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퀘백주에는 에코프로비엠도 SK온, 포드와 함께 양극재 생산 기지를 준비 중으로, 일시 중단된 작업이 내년에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지 사업 확대는 전기차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캐나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맞물려 한국의 잠수함 수주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는 이번 잠수함 프로젝트를 고리로 전기차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수주전에 참여한 국가들에 기술 이전이나 부품 제작 수출 등 반대 급부를 받는 절충교역 형식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 조달 특임장관도 최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국 자동차 산업 협력과 관련,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꾸려진 캐나다 방산 특사단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합류한 것도 자사 모빌리티 포트폴리오와 캐나다의 협력 범위를 넓힘으로써 한국의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였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한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서울=연합)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2.2 [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소재사들이 캐나다에 구축 중인 생산 기지는 북미에 진출한 국내 및 글로벌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공급 안정을 지원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풍부한 핵심 광물과 저렴한 전기료라는 캐나다의 입지 장점을 토대로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 중심의 친환경차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새로운 북미 전략 거점으로 부상 중"이라며 "이 같은 트렌드와 캐나다의 정책 목표가 부합하는 점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의 잠수함 수주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성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