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디트로이트 국제대교 개통 막아서…알고보니 라이벌 업체가 로비
“수익 안 나누면 개통 막겠다” 위협...러트닉, 디트로이트 운송재벌 만난 후 트럼프 통화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양국을 잇는 새 다리인 ‘고디 하우 국제 대교’의 개통을 허용하려면 미국이 절반을 소유하고 수익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는 다른 다리를 소유한 미국인 억만장자와 미 정부 고위관계자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캐나다가 고디 하우 대교의 통행을 통제하고, 다리 양쪽 땅을 소유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다리의 최소 절반을 소유하고, 다리를 건너는 데 대한 (통제) 권한을 공유하며, 다리 사용으로 창출되는 수익을 미국도 누려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교량 건설에 미국산 자재를 더 많이 쓰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고디 하우 국제대교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를 잇는 대교로 2018년에 건설을 시작해 올해 개통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캐나다가 대교 건설 과정에서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면서 개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을 착취하고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대교는 캐나다 정부가 47억달러 건설 비용을 전액 부담해 건설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미시간주도 함께 운영에 참여하며, 미시간주도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는 캐나다와 양자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을 내어 새 대교 건설을 직접 지지하기도 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이런 사실을 잘 설명했다며, 기자들에게 “양국 간 협력의 훌륭한 사례다. 개통을 기대한다”고 말해 사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뉴욕타임스는 고디 하우 대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엠베서더 국제 대교’의 소유주이자 억만장자 재벌인 매슈 머러운이 지난 9일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했다고 폭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면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고디 하우 국제 대교의 개통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엠베서더 국제 대교는 수십년째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를 연결하며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엠베서더 대교는 하루에만 3억달러가 넘는 국경 무역량이 통과하는 핵심 노선이다보니 극심한 통행난을 빚어 왔으며, 통행권을 독점한 머러운 일가가 막대한 부를 쌓는 기반이 됐다. 머러운은 새로운 대교 추가 건설을 막기 위한 소송과 로비를 지속해 왔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데비 딩겔 민주당 하원의원(미시간)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억만장자들만 또 승리했다”며 “트럼프를 지지한 미시간의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과 캐나다 양국 관계가 매우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더욱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철강, 목재,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고율 관세를 매겨 왔으며 캐나다를 미국의 52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등 갈등이 지속돼 왔으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주도 질서의 종말’을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올해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가 예정되어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정유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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