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참석, 이재명·트럼프‧시진핑·다카이치 집결
북미 대화·한러 관계·우크라전 종전 '복합 이슈'
이재명–푸틴 첫 대좌 주목…'천궁 지원'이 변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
트럼프 측근 "먼저 이 대통령과 회담해야"

 

오는 11월 18일부터 이틀간 중국 선전에서 열릴 제3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올해 최대의 국제 외교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 희망을 밝히면서 선전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작년 경주 때 불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직접 선전을 찾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 러시아는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냈다.

 

이에 따라 선전에는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 의장국인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북한의 김 위원장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APEC을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정세에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뉴스]

 

푸틴 참석에 이재명·트럼프·시진핑·다카이치 집결
북미 대화·한러 관계·우크라전 종전 '복합 이슈'

 

23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VGTRK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아직 회담을 공식 추진하진 않는 단계지만, 선전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샤코프는 "APEC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두 정상이 같은 행사에 참석한다면 불가피하게 만나서 대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타스 통신은 7월 21일 자 보도에서 마라트 베르디예프 외무부 특임 대사를 인용해 푸틴이 러시아 대표단을 직접 이끌고 APEC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북·중·러 사이의 진영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러 대결과 북‧러 협력, 최악의 한‧러 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관련 미‧북 대립과 남‧북한 단절, 한미동맹 균열 징후, 중‧일 대결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복합적 구조를 이룬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선전 APEC 기간에 눈여겨볼 행사는 ▲ 북한과 미국 ▲ 한국과 러시아 ▲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양자 정상회담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물론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의장국인 중국 간의 정상회담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5일 이 사진을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2026. 08. 15 시민언론 민들레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김여정 "한미 훈련 축소 전혀 흥미 못 느껴"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한 데 이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개시 당일인 17일 '대폭 축소'를 지시해 충격을 줬다. 이틀 후엔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57발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현실로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까지 던졌다.

 

이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조미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의 훌륭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 취해 나가는 주권적 행사들은 매우 상식적이고 적중하며 필수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곤 이튿날인 20일 오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8.15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
트럼프 측근 "먼저 이 대통령과 회담해야"

 

정부는 UFS 축소 지시에 이란전 지원 관련 한국의 태도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작용한 걸로 보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X를 통해 "우리는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이러한 피스메이커 활동을 촉진하고 기여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김여정은 20일 담화를 통해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국방과 안보를 외세에 내맡기고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차고 넘친다'고 자평하는 한국이라는 실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오는 11월 APEC 기간에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한국 정부의 역할은 '보조적'일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의 프레드 플라이츠 부소장은 21일 자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기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해야 하며, 가급적 서울을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한미관계에 대한 의지와 김정은과의 대면 외교를 재개하겠다는 결의를 강력히 전달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작년 9월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에 공개한 천궁Ⅱ 2025.9.29. 연합뉴스

 

이재명–푸틴 첫 대좌 주목…'천궁 지원' 변수
트럼프-푸틴 회담, 북러 협력 향방에 영향?

 

다음은 이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윤석열 정권이 '자유의 전사'라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앞장서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나아가 우크라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 비군사적 지원을 하자 한‧러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고 작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추가 악화'를 막을 뿐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 지원에 맞서 북한과 군사협력을 본격화했다. 특히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존재를 감안할 때 11월 APEC 기간에 한‧러 정상 회동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러 정상회담의 최대 변수는 우크라에 대한 한국의 살상 무기 지원 문제다. 특히 우크라가 한국산 천궁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천궁'이 방어용 무기이기는 하지만, 러시아는 이것도 '살상 무기'로 간주하고 있는 게 문제다. 방어용 미사일이라도 우크라에 지원할 경우, 러시아군의 공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와 전력 손실을 직접 유발하기 때문에 살상 무기에 속한다는 게 러시아의 시각이다. 그동안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러 관계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누차 위협해왔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한국이 기존의 '살상 무기 직접 지원 불가' 방침을 유지한다면 이 대통령과 푸틴의 첫 정상 회동이 이뤄질 외교적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성사된다면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양국 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트럼프와 푸틴의 회동도 관심거리다. 특히 트럼프와 푸틴이 우크라 전쟁의 종전 조건이나 미·러 관계 정상화에 일정한 공감대를 이룬다면 이는 북·러 군사협력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가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거나 북한에 대미 협상에 나설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