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공소청 역사적 출범 했지만 '어수선'
법무장관·공소청장·중수청장 모두 공석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내부논쟁도 계속
현장도 어수선…기대한 첫날 아니지만
검찰청 폐지 의미는 커…제도의 현실화
새 기관 안착, 민주적 통제 등 남은 과제

수사권과 기소권을 손에 쥐고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기소와 공소유지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2일 첫발을 내디뎠다.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요구해 온 민주·진보 진영에선 역사적인 날이라 할 만하다.
특히 '검찰 공화국'이라 불린 윤석열 정권의 12·3 친위쿠데타를 극복하고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 4개월 만에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적 변화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크다.
다만 검찰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할 이날의 풍경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새 형사사법체계를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장관과 초대 공소청장(검찰총장)은 모두 공석이고, 중수청 역시 초대 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전종민 중수청 차장이 청장 직무대행으로 이날 개청식을 주재해야 했고, 공소청도 이정현 차장검사가 청장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첫발을 뗐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6일 물러난 뒤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전 장관 후보자가 비위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법무부 장관 자리는 한 달 넘게 비어 있다. 초대 공소청장은 아직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소청장 후보 추천 접수 마감일은 공소청 출범 이후인 오는 6일이다.
장관도 청장도 없었다…'대행 체제'로 출발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초대 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라는 오랜 숙원을 이룬 날, 정작 그 뒤를 이을 핵심 수사기관의 수장을 놓고 민주·진보 진영이 갈라져 논쟁하는 장면은 누구도 바라던 첫날의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검사 출신 김지용 변호사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당시 반대 성명 참여,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입장 발표 등을 놓고 김 후보자가 초대 수장으로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여권 내부에서 벌어졌다. 이른바 '친윤석열(친윤) 인사' 논란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 결과 당초 검증했던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고(성기홍 홍보소통수석 10월 1일 브리핑), 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윤 아닌, 굳이 말해 반윤 행적은 이미 언론 보도로 다 확인되는 사실"이라며, 김 후보자에 대해 직접 엄호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1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해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들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증 결과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소청·중수청이 출범을 알린 이날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김 후보자와 관련해 "친윤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거듭 옹호했다. 한 누리꾼이 "김 후보자가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승진했다는 이유로 '친윤 검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윤석열도 괜찮은 검사라 할 수 있느냐"고 한 글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100% 완벽한 후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민추천과 독립된 추천위원회의 4배수 압축,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무시하고 국회의 청문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단 국회 청문회를 거친 후에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공소청장·중수청장 등 인사 문제와 함께, 새 형사사법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인력 문제도 남아있다.
중수청의 경우, 인력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중수청은 출범을 앞두고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 특례임용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1차 특례임용엔 2375명이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615명이 철회해 신청자가 1761명으로 줄었다. 출범 직전인 지난달 15일부터 2차 특례임용에 들어갔다. 두 차례 특례 임용 신청자는 1962명으로 정원의 68.3% 수준이다. 중수청법 부칙에 따라 검찰청·공소청 소속 공무원의 특례임용은 내년 4월 30일까지 계속 된다.
공소청 역시 당분간 인력 재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소청 정원은 옛 검찰의 1만 707명에 견줘 23.5%를 줄인 8182명으로, 검사는 2292명이다. 정원의 80~85% 수준인 약 1900명 선에서 출범하게 됐지만 여전히 검사들의 정원이 많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제기된다. 추후 검사정원법 개정 등을 통한 인력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중수청 특례임용이 내년까지 계속되는 만큼 양 기관의 최종 인력 구조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역사적인 제도 개혁을 이뤘지만, 새로운 체제를 책임질 인사와 조직은 아직 안착하지 못한 셈이다.
어수선한 첫날이 개혁 의미 지우진 않아
인사와 인력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개문발차한 탓에 이날 대다수 언론에선 어수선한 공소청·중수청 출범 첫날 현장 풍경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지만,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기존 검찰은 직접 수사하고,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피의자를 기소한 뒤 법정에서 공소까지 유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단일 조직 안에서 행사해 왔다. 때로는 이 권한이 정치적으로 활용돼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기도 했다.
새 제도에서는 공소청이 직접 수사 기능을 갖지 않고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범죄 등 법률이 정한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기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폐지됐다. 검찰이라는 단일 기관에 집중됐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한 2일은 검찰개혁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수청이 과거 검찰 특수수사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는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공소청이 직접 수사권을 잃은 뒤 본연의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에만 충실한 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두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중수청 출범 첫날 전종민 청장 직무대행이 강조한 것도 '절제'였다. 전 직무대행은 이날 개청식 인사말을 통해 "국가 권력을 입법과 행정과 사법으로 나누었듯, 이제 우리는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 그러나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나뉜 권력이 저마다 스스로를 절제할 때, 그 나눔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중수청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이제부터
검찰개혁은 민주·진보 진영에 오랜 숙제였다. 그간 민주 정부를 거치면서도 권력기관인 검찰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통제할지를 놓고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충돌이 벌어졌고, 개혁이 좌초되거나 후퇴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78년 검찰청 체제를 완전히 끝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커다란 진전이다.
물론 역사적인 개혁일수록 그 첫 장면이 중요하다. 법무부 장관도, 공소청장도 없이 새 체제가 출발하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놓고 정부·여당과 지지층 내부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검찰개혁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들이 기대했던 출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더 무거운 책임이 남겨졌다고 할 수 있다.
당·정·청은 법무부와 공소청, 중수청의 지휘체계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수사 공백이나 사건처리 지연으로 국민이 불편과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후보자의 설명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기관들이 또 다른 이름의 '검찰'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검찰청의 간판은 내렸지만, 검찰개혁의 성패는 검찰청의 빈 자리에 들어선 공소청과 중수청이 앞으로 어떤 권력을 행사하는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78년 만에 찾아온 검찰청 없는 첫날. 마음껏 웃고 축하하기에는 어수선한 출발이지만, 이제 정부와 국회가 집중해야 할 일은 검찰청 폐지로 시작한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윤석열 정권 시작부터 검찰개혁을 줄곧 요구해 온 촛불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청 폐지를 "기획수사, 조작수사, 공작수사 등으로 점철되었던 정치검찰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해 온 국민들이 끈질기고 오랜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에 완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권, 수사권 자체도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의 통제력, 통제권이 높아지지 않는 한 권력기관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 권력관계를 형성해 왔던 정치검찰들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두 기관을 도로 검찰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집요하게 교활한 공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선 "과거 행적 해명과 개혁 의지가 불투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낸 뒤, "청와대와 행안부는 검찰개혁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우려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김성진 기자 >
'중수청 비용' 언론의 걱정이야말로 거대한 낭비
언론들 철저한 준비 부족과 혈세 낭비 비판
검찰 공화국 체제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외면
2500억 예산은 낭비 아닌 사법정의 위한 투자
냉소적 비관론 자체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

2일 드디어 발족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두고 언론과 야권의 비판이 거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쥐고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정치검찰’의 폐해를 근절하는 역사적 개혁”이라고 평가하는 언론도 있지만 대다수는 중수청에 대한 우려와 지적을 주로 내놓고 있다.
중수청에 대한 지적과 우려는 충분히 나올 만하다. 언론의 보도대로 수장 인선도 끝나지 않았고, 수사 인력도 정원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인력 부족과 수사 지연이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소 3~4개월 동안은 수사 공백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중앙일보 1일자 사설 <수장도, 손발도 없는 중수청·공소청, 피해는 국민 몫인가>가 이같은 비판을 요약하고 있다. 이 사설은 입법과 출범 준비가 졸속이었다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랜 세월 다듬어지며 안착해 온 형소법과 관련 제도를 정치 논리 때문에 졸속으로 뜯어고친 대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 '오랜 세월 다듬어지며 안착해온 형소법과 관련 제도'라는 전제부터가 검찰개혁과 중수청 출범이 요청됐던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수청이 전국 6곳 거점 청사의 사무실 임대료·관리비 명목으로만 2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일자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직접 수사비 외에도 ‘방값’으로 매달 46억원씩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혈세 낭비’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멀쩡한 검찰은 때려 부수고, 수천억 원에 이르는 새 사무실 비용을 혈세로 메우는 것에 동의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냐”는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은 이같은 공세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그러나 이 비판은 이 사안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혹은 고의로 외면하고 있다. 현재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원이 비용이라면 그 비용은 또한 미래의 성과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론이 던져야 할 질문은 “새 청사를 짓는 데 2500억 원이 과도한가”가 아니다. “수십 년간 검찰의 권력 남용과 정치적 편향,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가 치러야 했던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과 비교할 때, 이 비용과 투자는 과연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중수청 설치 비용을 마치 없어도 될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 비용은 한국 사회에는 일종의 투자랄 수 있다. 그것이 비용이라면 검찰 공화국 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인 것이고, 투자라면 민주주의와 사법 정의의 정상화를 위한 내일을 위한 투자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를 취사선택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공정성을 훼손했다. 검찰 권력의 남용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따른 비용, 국가 시스템이 입은 신뢰 손실, 부당하게 꺾인 무고한 개인들의 삶, 그리고 왜곡된 사법 정의가 사회 전체에 안긴 유·무형의 손실은 2500억 원이라는 숫자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그 거대한 해악을 바로잡기 위해 수사 기소 분리와 새로운 수사 기관 설립에 나서는 일에 이 정도의 예산이 드는 것은 오히려 지극히 합리적이고 필수적인 투자다. 여기에 “혈세 낭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들은 ‘비용’을 내세우지만 그 같은 언론의 보도야말로 사실은 한국 사회가 치르고 있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다. 중수청의 태생적 한계를 부각하고 실패를 예견하며, 나아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듯한 냉소와 비관으로 가득 차 있는 언론의 보도야말로 내일을 위한 투자의 성공에 장애물을 놓는 것이다. 과도하게 지불하고 있는 비용인 것이다.
언론에 필요한 진짜 질문은 따로 있을 것이다.
“이 정도 비용,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한국 사회가 수사 체제를 개혁할 만한 가치와 필요가 있는가?”
“검찰의 비대화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민을 위한 수사 기관을 안착시키는 데 이 투자가 미칠 장기적 성과와 편익은 무엇인가?”
이러한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눈앞의 임대료 숫자만 부각하며 비관론을 퍼뜨리는 것야말로 한국 사회의 거대한 낭비다. 냉소와 비관 자체가 실패로 이끌어가며 큰 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언론들은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로 수사·기소 분리 방침이 확정된 게 1년 전인데도 미리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고 질타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정권은 검찰 개혁만 외치고 핵심 기관들의 시스템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면서 “만약 민간 기업이 이렇게 했으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기관은 퇴출되거나 파산했을 것이다”고 몰아붙인다. 이 신문은 4면에는 <'거악 척결' 상징이던 검찰, 李정부서 '거악'으로 몰려 간판 내려>에서 검찰이 부패 척결과 인권 보호의 상징이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전두환 정권 말기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거치며 검찰이 “인권 보호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중수청의 좌초나 표류를 염려하기보다는 사실상 ‘파산’을 기대하고 바라는 듯하다. 검찰 개혁을 '멀쩡한 거악 척결 기관'을 퇴출시키는 거악인 듯이 몰아가고 있다. 오랜 열망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탄생한 새 기관의 출범 첫 날부터 퇴출과 파산을 마치 예언이나 주문처럼 얘기하는 이같은 태도야말로 언론으로서의 하나의 '파산 상태'를 보여준다. < 이명재 기자 >
검찰 개혁의 겉과 속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발언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하자 대통령실이 반박에 나섰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실제 검찰개혁의 ‘결과’만 놓고 보면 대통령실의 반박도 무리가 아니다. 현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을 나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도 법률에 담겼다. 대통령실이 “약속한 대로 해냈다”며 억울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 작가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결과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25년 9월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여당은 시행을 1년 뒤로 미뤘다. 78년 된 검찰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1년은 단순한 행정 준비기간만은 아니었다. 보완수사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검사가 새 수사기관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는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실제 제도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숙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 정부안이 논란이 됐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의 수사 개시를 통보받는 등 검사가 수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남긴 내용이 포함됐고,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조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이 장면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청의 간판을 떼는 것은 행정이다.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떼어내는 것은 개혁이다.
대통령실은 최종 결과를 놓고 말한다.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반대했다는 주장은 왜곡이다.” 틀린 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 과정에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1년의 시간은 왜 필요했는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숙의했는가. 왜 정부안에 다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갔는가. 그리고 왜 결국 민주당이 다시 고쳐야 했는가.
이 질문까지 ‘왜곡’이라고 한다면 논쟁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개혁은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원칙으로 출발했는지, 그 원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고쳤는지도 개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거칠다.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남는 질문은 있다.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과 국민이 이해해 온 검찰개혁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왜 그 차이를 지금까지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청을 없앤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개혁했는지, 그리고 그 개혁이 당초의 약속보다 어떻게 더 크게 진척되었는지를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다. 굳이 과거의 말로 방어하려 애쓸 필요도, 현재의 성과를 외면한 채 ‘속였다’며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정치적 비판은 정치의 장에서 풀어야 한다. 유 작가의 표현이 거칠고 단정적이긴 하지만, 지지층과 대중이 체감해 온 개혁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내는 정치적 수사로 읽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를 곧바로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는, 정부가 진영 내의 아픈 지적을 포용하기보다 억누르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비판을 법으로 다스리려는 순간 민주주의 공론장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정치는 말의 싸움이 아니라 기록의 싸움이다. 청와대가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다면 법적 칼날을 검토하기보다, 지난 1년 동안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숙의를 거쳤고 제도가 어떻게 진전되었는지를 투명한 기록과 성과로 증명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태도일 것이다.
결국 국민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다. 처음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그 진실의 기록을 냉정하게 지켜볼 뿐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두환·윤석열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너무 당연" (0) | 2026.10.03 |
|---|---|
| 영화 암살자(들) '암살' 하려는 마녀사냥 막아야 (0) | 2026.10.03 |
| 민주정부에서도 살아 꿈틀거리는 국가보안법 (0) | 2026.10.03 |
| 내란특검, 계엄 해제 의결 방해한 추경호에 20년 구형 (0) | 2026.10.01 |
| 조희대 대법원장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허위 기재 딱 걸려 (0) | 2026.09.29 |
| '북 포로'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도 정쟁화하는 국힘 '안보장사' (0) | 2026.09.29 |
| 이재명 대통령, 세계한인의날 맞아 “동포의 삶은 대한민국 역사와 한몸” (0) | 2026.09.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