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앤 카슨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 Hot 뉴스 2026. 10. 9. 01: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아이슬란드서 바람 소리 듣다 노벨상 소식···캐나다 3번째

 
 

“장르, 형식 넘나드는 유희적 작품”

‘빨강의 자서전’ 등 국내 여러권 번역돼

 

아이슬란드에서 소식 들어 “놀랐다”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알리기도

 

2025년 8월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 모데르나 무세트에서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자신의 작품 <Antigonick>을 공연하고 있다. 카슨은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AP연합

 

올해 노벨 문학상은 캐나다의 문학가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1976년 솔 벨로,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세 번째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장인 안데르스 올손은 8일(현지시간) “카슨의 거의 모든 문학적 작업은 언어에 대한 문헌학자의 집착과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시인의 열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작업 방식이 “고전시와 현대시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장르와 예술 형식 사이를 넘나드는 유희적이고 반어적인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카슨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 문학에 관한 연구를 현대시, 산문 등과 결합한 실험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림원의 잉그리드 칼베리 상임 사무총장은 수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카슨에게 연락했을 당시 그가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며 “카슨은 수상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헝가리 출신 남성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수상하며, 올해는 비유럽 여성 작가가 수상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앤 카슨은 중국의 찬쉐와 함께 줄곧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카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시·소설·에세이·번역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학가이자 고전학자이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1986년 첫 작품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출간하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 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2014년 그리핀 시문학상, 2020년 아스투리아스 여공상을 받았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한림원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의 저서들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

앤 카슨의 첫 작품인 <에로스, 달콤씁쓸한>. 난다 제공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 신화와 현대적 사건을 결합한 자유로운 글쓰기로 유명하다. 앤 카슨의 책 4권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난다 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은 “여성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고전부터 현대까지 넘나듦이 큰 작품을 쓰는 작가”라며 “그의 작품에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의 구분도 없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시적인 서술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자유로운 발화법은 창작을 하려는 사람에게 일종의 ‘성경’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빨강의 자서전>(한겨레출판)은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당한 괴물 게리온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신화 속 영웅과 괴물의 이야기는 비정하고 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와 빨강 날개를 단 외로운 소년 게리온의 사랑 이야기로 변주된다. 미국 출간 당시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앤 카슨의 대표작 중 하나로 불리는 <빨강의 자서전>. 한겨레출판 제공

 

카슨의 특징 중 하나는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애도의 정서다. 그는 죽음을 포함해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화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녹스>(봄날의책)는 2000년 덴마크에서 사망한 오빠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오빠의 생애를 편지와 사진 등으로 재구성했다. 책은 일반적인 제본 방식이 아닌, 다양한 기억의 파편을 오려 붙여 만든 수첩을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어 상자 속에 담은 독특한 형태다. T. S. 엘리엇 상 수상작인 <남편의 아름다움>(한겨레출판)은 남편과의 결혼과 파탄을 회고한 시적인 작품이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아름다움과 욕망이 지속되는 모순을 존 키츠의 시에서 영감받아 강렬한 탱고의 이미지 위에 그려낸다.

 

현대적 삶과 신화를 접합한 글쓰기 방식은 작가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시인은 “작가는 작은 이야기를 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죽음,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화했다”며 “시·소설·번역·고전을 두루 오가며 미적으로 독창적인 지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카슨은 고대 그리스 문학 번역으로도 유명하다. 한림원은 그의 번역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의 단편과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등을 현대적으로 옮겨냈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며 시 창작과 번역 작업도 병행해 왔다. 미국 미시간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2005년에는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캐나다 훈장을 받았다.

 

카슨은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밝혔다. 파킨슨병은 그의 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카슨은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수치심은 말로 표현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투병도 그의 창작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후에도 각종 에세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놓지 않았다. 그해 내놓은 <Wrong Norma>로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을 받았다.

 

카슨은 언론의 주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카슨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은둔적인 성향이 강해 인터뷰를 위한 사진 촬영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고희진 기자 >

 

노벨 문학상 앤 카슨, 소감 묻자 "다들 미쳤네요!"

 

2024년 파킨슨병 투병 고백…병마에도 창작 의지 꺾지 않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이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카슨은 8일(현지시간) 수상자 발표가 이뤄진 직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와의 인터뷰에서 "미쳤죠. 제 생각에는 그들 모두 미친 것 같아요…글쎄요, 아시다시피, 미친 일이에요."라고 말해 스웨덴 한림원이 자신을 올해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복수 국적자인 카슨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아이슬란드에서 들었다. 그는 약 15년 전부터 한 해의 일부 기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도 카슨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을 당시 카슨이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며 "그는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카슨은 이날 RUV와의 인터뷰 때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손으로 붙잡은 채 응하면서, "여기서는 바람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전한 한림원과의 통화가 "꽤나 더듬거리는(rather halting) 대화"였다고 묘사하면서, "그들은 통상적인 질문들을 던졌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고 RUV에 털어놨다.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 학술 논문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글쓰기로 유명한 칼슨은 RUV에 시가 "아마도 지금은 산문보다 더 유용할 것이다. 시가 더 빠르고, 모두가 조급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는 간결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호메로스는 예외다. 호메로스는 간결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고전학자이기도 한 카슨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과 신화, 철학적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벨상 수상으로 독자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 출판사는 그러길 바랄 것"이라며 "제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것이고, 스티커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은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면서 카슨을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 카슨은 병마에도 불구하고 창작 의지를 꺾지 않으며 같은 해 시집 '잘못된 규범'을 발표하는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다.                                                                                                < 현윤경 기자 >

 

 

고전에서 캐낸 현대문학의 정수…'언어의 고고학자' 앤 카슨

시인이자 고전학자 · 번역가 · 에세이스트…캐나다 현대문학 거장

'빨강의 자서전'·'녹스' 등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예견된 수상"

파킨슨병 투병에도 계속된 글쓰기…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도

 

 

8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앤 카슨(76)은 20세기 캐나다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고전학자이며 번역가, 에세이스트다.

고대와 현대 문학, 시와 산문, 창작과 비평, 번역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세 번째로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다. 역대 19번째 여성 수상자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로, 현재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 카슨은 1950년 6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카슨의 아버지는 은행 지점장이었고, 잦은 전근 탓에 그의 가족은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들을 떠돌며 살았다.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그의 문학에서 반복되는 이방인의 감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카슨의 운명을 바꾼 것은 고등학생 시절 만난 사포의 시 전집이었다. 사포는 기원전 6세기경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여성 시인이다.

사포를 통해 고전 문학의 세계에 매료된 카슨은 고교 시절 라틴어 교사에게 부탁해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고대 그리스어를 배웠다. 학교엔 고대 그리스어 정규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그를 고전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후 카슨은 토론토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두 차례 대학을 그만두기도 했으나, 결국 1981년 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박사학위 논문은 훗날 첫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1986)으로 이어진다.

사랑과 욕망을 고대 그리스 문학의 관점에서 탐구한 이 책은 카슨이 단순한 고전학자가 아니라 고전과 현대를 독특하게 연결하는 작가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카슨은 또 맥길대, 에모리대,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뉴욕대 등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쳤다.

그런 카슨은 저서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곤 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쳐 먹고 산다."

 

이어 그가 발표한 첫 시집 '짧은 이야기들'(1992)과 뒤이은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은 현대시의 영역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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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 [AP=연합]

 

특히 '빨강의 자서전'(1998)은 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헤라클레스가 화살로 쏴 죽인 '빨강 괴물' 게리온의 입장에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작품이다. 이 책은 운문과 산문, 서사와 서정의 경계를 허물며 고전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남편의 아름다움'(2001)은 그에게 '여성 최초 T. S. 엘리엇 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겼다.

 

'녹스'(2010)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오빠를 추모하며 쓴 실험적인 책으로 주목받았다.

 

카슨은 또 1996년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으로 A.M. 클라인 상을 받았다. 그 외 맥아더 펠로우십, 구겐하임 펠로우십, 그리핀시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페인 왕위 계승자가 수여하는 아스투리아스공상을 받기도 했다.

 

카슨은 자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적 서사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2024년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카슨은 파킨슨병을 고백한 글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을 때 특히 나를 괴롭혔던 증상은, 글씨체가 엉망이 돼가는 것이었다"며 "악필의 수치심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그해 내놓은 '롱 노마'(Wrong Norma)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에로스, 달콤씁쓸한',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플레인 워터'(이상 난다 펴냄),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이상 한겨레출판 펴냄), '플로트', '녹스'(이상 봄날의책 펴냄) 등이 있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앤 카슨은 언어를 발굴해내면서 우리가 잊어버린 세계를 다시 일깨워주고, 그 일깨움을 통해 현재를 다시 보게끔 초대하는 작가"라며 "앤 카슨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언어의 고고학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와 이야기, 번역, 애도, 상실, 고전, 흔적, 파편이 서로 분리되지 않게 한 호흡으로 연결하는 작가"라며 "죽은 자의 말을 받아쓰는 일, 고전을 파헤치고 신화를 새로 쓰는 일이 모두 불완전성 너머에 가닿고자 하는 번역에 대한 믿음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또 캐나다 작가 가운데 마거릿 애트우드와 앤 카슨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한림원이 앤 카슨의 지적이고 실험적인 면모를 더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앤 카슨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 '래드 브록스'(Ladbrokes)가 공개한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는 중국의 소설가 찬쉐와 함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그는 지난달 래드브록스 내 2026 노벨문학상 베팅 페이지 개설 초기만 해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막판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1위로 올라섰다.        < 김기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