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새 기준 필요, 대통령 지시해도 위험 보고" MDTF 한반도 배치 추진...대중 군사 거점화 우려 국방부 "골대 옮기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못해" 브런슨 "한국, 동북아·태평양 전체에서 중심적" "한국, 방산 막강…현지 보수·정비 '대장간 구상'"
"그 관점이 보여 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중심성이다. 동북아시아뿐이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서의 중심성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워싱턴 D.C.의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뒤집힌 지도'의 효용성을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도쿄, 마닐라로 이어 보면 그 안에는 3개의 상호방위조약이 있다"고 했다. 세계 무역의 48~52%가 지나고, 세계 조선 물량의 15%가 한국, 10%가 일본에서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지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브런슨의 '강조'는 이어졌다. 그는 "아시아 대륙에 유일한 (미국) 병력은 한국에 주둔해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유리한 위치는 의미가 있다"면서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동맹국과 함께하며 "부러워할 만한 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대중국 군사 포위망의 핵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15 연합
브런슨 "한국, 동북아·태평양 전체에서 중심적"
브런슨은 지난 5월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 심포지엄 후 대담에서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밖을 볼 때 보이는 건 아시아의 심장부에 있는 비수(단검)라고 할 한국"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비수'는 공격형 무기인데,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비수'에 비유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5월 하와이 미 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 대담에서 그는 '미국이 태평양 국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두고 "단지 태평양이 캘리포니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니다...우리가 광범위한 지역에 뻗어 있고, 그 지역에 전진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브런슨은 "지금 한국을 보자. 동해와 서해를 내려다보는 조망은 한국에 국력의 여러 요소를 활용해 이 지역에서 행동할 수 있는 주도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한미) 동맹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 북한(조선)의 위협 ▲ 미 육군 현대화와 대한민국과의 상호운용성에 미치는 영향, 한반도에서의 공격 화력과 방어 화력의 중요성 ▲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이익과 인도·태평양의 국방 관계 및 동맹들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크게 세 가지를 놓고 진행됐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16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 및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방문, 전투통제실에서 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2026.10.16 [국방부 제공] 연합
국방부 "골대 옮기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못해"
다음날인 14일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OPCON) 전환과 관련해 '돌출 발언'을 던져 풍파를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전작권의 임기 내 회복이란 목표 아래 올해 중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날 브런슨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에 따른 북한군의 실전 능력 향상 등을 거론하며 전작권 조건의 '변경'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동맹을 현대화하는 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는 "우리 중 누구도 여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주에 북한에서 또 한 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new standards)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는 2015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합의하고, 이에 따라 향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할 미래연합사의 임무 수행 능력 확보 여부를 ▲ 기본운용능력(IOC) ▲ 완전운용능력(FOC) ▲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검증하는 절차를 밟아 왔다. 2단계인 FOC 평가를 2022년 마쳤고, 이에 대한 검증을 올해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완료하면서 양국 군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건의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지만, 11월 미국 중간 선거 등으로 한미 협의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기름'을 붓고 나선 것이다. 이에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인적인 자격' 발언을 전제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철 국방 장관은 연합뉴스에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부분은 계속 저희가 논의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측은 아직 충족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서로 관점이 다른 부분은 있다"고 답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연합
브런슨 "새 기준 필요, 대통령 지시해도 위험성 보고"
전날인 13일 CSIS 주최 대담에서도 전작권 문제를 거론했다. 브런슨은 "나는 조건에 기초한(conditions-based) 전작권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그뿐이다. 이것이 바로 협정서에 명시된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 임무는 일정한 기준에 맞춰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기존의 조건에서 벗어나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을 지키는 나의 능력을 침해하는 그 어떠한 조치도 나는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 또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그건 내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나의 대통령과 국방 장관이 '지금 즉시 실행하라'고 지시한다면, 나는 "예"라고 답할 것이다. 다만 조건들을 완전히 충족하고, 필요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를 진행할 때 내재된 위험 요소들이 있다고 보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 통수권자의 지시가 있어도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자격으로 전작권을 전환할 만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계속 반대 의견을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브런슨은 "내가 해야 할 일은 꼭 있어야 할 조건들을 지속해서 확실히 점검하는 것이다. 세 가지 조건이 존재하며, 달성해야 할 수많은 목표가 있다. 그 것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의 주문대로 제1 도련선과 제2 도련선을 안내하는 지도를 90도 돌리면 한국은 아시아의 심장 중국에 단검(비수)를 꽂는 모양이 된다.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과 연결돼 중국과 대만에 맞서게 된다.
MDTF 한반도 배치 추진...대중 군사 거점화 우려
브런슨은 미 다영역특임단(MDTF)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감지, 감지, 감지다"라면서 "한반도에서 감지 능력을 다층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의 3개 MDTF 중 독일에 배치된 제2MDTF의 한반도 배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가 선발대 성격으로 미리 들어온 정황도 포착됐다.
2017년에 창설된 MDTF는 미 육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한 2100명 규모의 여단급 특수 전투부대다. 500명 안팎의 MDEB가 MDTF의 '눈과 신경망'에 가까운 부대로, 우주·정보·전자전·사이버 작전을 통해 적의 지휘통제, 감시정찰, 통신, 표적획득 체계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새 국면 들어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차단하라. 2026. 06. 04)
브런슨은 "한반도가 직면한 문제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빼는 문제가 아니라 더하는 문제"라며 "한반도에 적절한 역량을 배치한다는 측면에서 MDTF는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사이버·전자전(EW)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즉 이러한 각 영역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들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며 ▲ 우주 영역에선 '위치·항법·시점'(PNT)· 정보를 제공하고 ▲ 사이버 영역에선 '방어뿐 아니라 공세적 작전도 포함'하며 ▲ 전자전은 '전자기 영역에서 신호 및 신호정보'를 기동하는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런 자산들을 도입해 한반도의 작전환경뿐 아니라 더 넓은 주변 환경까지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고 말해 MDTF의 배치가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까지 겨냥한 것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이경렬 전 앙골라 대사는 "한국 입장에서 MDTF/MDEB 배치는 단순히 '미군 신형 부대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한국 영토와 한미연합 지휘체계가 중국 견제 작전에 편입된다는 점이다"라면서 "한국으로서는 이 사안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사드가 방어체계 배치 문제였다면, MDTF/MDEB는 한국을 대중국 군사망의 능동적 거점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브런슨은 또 MDTF의 다층적 감지체계에서 여러 고도의 유·무인 항공기와 함께 '고고도 풍선'(HAB)도 운용될 수 있다면서 "그런 장비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계류시켜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주시하는, '깜빡이지 않는 긴 눈'을 확보하는 걸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사드 발사대 훈련 사진과 함께 공개한 패트리엇 사진. [미 국방시각정보시스템] 연합
"한국, 방산 역량 막강…창정비 거점 구축 가능"
이와 함께 브런슨은 북한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등으로 북한의 위협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다자 구도가 갖춰진 유엔사령부(UNC) 참여국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미연합 연습을 계기로 "우리 전력이 분산 배치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그런 전력을 어디에 배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면서 가령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대신 K9 자주포로 일부 임무를 수행하고, 하이마스는 다른 임무에 활용하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동맹국에 결정적이되 보다 제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이 재래식 대북 억제력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2026.08.28. 한화오션
브런슨은 전방 현지에서 미국의 군사 자산을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거침없이 밝혔다. 일종의 '대장간(the forge)' 구상이라고 한 그는 특히 "한국 방산 분야의 잠재력은 참으로 막강하다. 본국으로 돌려보낼 필요 없이 지역 내에서 장비를 즉시 수리할 수 있다"며 "F-16 전투기를 수리하기 위해 미국 본토 구석에서 부품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가 그 부품을 직접 깎아 만들거나 적층 제조 방식을 사용해 한국 현지 지상에서 즉시 제작해 기체에 장착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의 막강한 힘을 활용해 다른 지역으로 호혜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전방의 창정비급 거점, 즉 '지역 지속지원 허브'(RSH) 구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허브를 일본과 필리핀에도 갖추고, 더 넓은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 부품을 유연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전방위적인 대중 전초기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