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이재용 두둔 칼럼…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 재직 중
핵심 피의자 최지성과 고교 동창 “스스로 사임해야” 지적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무죄 판단을 내렸던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위원장이 최근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두둔하는 취지의 칼럼을 언론에 기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자격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양 위원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의 고등학교 동기이고, 양 위원장의 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 중이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심의위 위원장 역할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 또는 삼성은 그 승계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포함하여 무슨 불법한 행위를 스스로 선택하여 저질렀으므로 사죄에 값하는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인가?”라고 썼다. 이 부회장에게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인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양 위원장은 또 칼럼에서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은 뒤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있었더라도 ‘불법 행위의 당사자’는 이건희 회장이지, 아들인 이 부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법관 시절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
양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 작업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또 양 위원장의 처남인 권오정 박사는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이번 검찰 수사의 시발점이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건을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2018년 5월 심의할 때도 4촌 이내 혈족이 삼성그룹에 재직하고 있는 한 감리위원을 배제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서도 위원이 “사건 관계인과 친분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스스로 사건을 피해야 한다. 주임검사나 신청인은 불공정 심의가 우려되는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낼 수 있고 이를 위원장이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위원장부터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 위원장 스스로 사건 심의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14일 “양 위원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판결에서 나아가 최근까지 특정한 ‘예단’을 갖고 언론에 기고한 사실까지 드러난 것으로 그 부적절성이 더 뚜렷해졌다”며 “양 위원장 본인이 스스로 회피 절차를 밟아야 이후에도 정당성 시비 등을 그나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15명의 현안위원 가운데 호선된 임시 위원장이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 임재우 김경락 기자 >
편법 승계에 면죄부…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심의하게 되면서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무죄 판단을 내린 양창수 위원장의 수사심의위 참여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면죄부를 준 양 위원장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주부와 교사, 회사원, 의사, 대학원생, 자영업자, 퇴직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15명의 위원들은 이날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낸 의견서를 검토한 뒤 3시간이 넘는 토론을 거쳐 수사심의위 부의를 결정했다. 위원들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외부의 의견도 들어보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표결 결과를 공개할 순 없지만 과반수를 살짝 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다음주부터 수사심의위 절차에 착수한다. 수사심의위는 15명 위원으로 구성된 현안위원회를 꾸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심의·의결하는데 이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와 현안위원회를 이끄는 양창수 위원장은 2009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다수의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자녀들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 등에게 헐값에 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됐지만 당시 대법원은 대법관 6 대 5 의견으로 면죄부를 줬다. 당시 양창수 대법관 등 6명은 “저가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 소유 주식의 가치 하락은 해당 주주의 손해일 뿐 회사의 손해가 아니므로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라는 동일한 성격의 사건을 다루는 수사심의위 심의에 양 위원장이 참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위원장은 현안위 의장으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회의를 주재할 뿐 아니라 무작위 추첨의 현안위 구성 과정에서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과 이 부회장 쪽 모두 민감한 사건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로 어느 한쪽이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양 위원장 본인이 회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에게서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형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했다. 86억여원의 뇌물이 오간 ‘경영권 불법 승계 작업’의 실체를 대법원이 거듭 확인한 것으로 “승계 작업은 미래전략실이 알아서 했을 뿐”이라는 이 부회장 쪽 방어전략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 김정필 임재우 기자 >
[사설] 양창수 심의위원장, ‘이재용 사건’에서 손 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다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양창수 위원장이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대법관 재직 시절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서 무죄 판결 쪽에 선 것이 입길에 오른 데 더해, 최근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두둔하는 글을 신문에 발표한 일로 더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양 위원장 스스로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 말고 선택지가 없다고 본다.
논란이 된 글은 양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이 글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하여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며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교묘하기 이를 데 없는 언술이다.
양 위원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수동적인 존재라고 간주하면서, 그의 무죄를 단언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안에는 이번에 수사심의위에 오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까지 포함돼 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다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 위원장의 주장은 사건의 선후관계를 교묘하게 비튼 왜곡이다.
시민의 상식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수사심의위의 수장이라면 해당 사건에 대해 사소한 예단도 가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양 위원장의 글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법률 대리인이 쓴 변론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가 기고한 시점이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전이었다는 건, 엄정한 심의를 위해 그나마 다행이다.
양 위원장이 무죄 의견을 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이번 수사심의위 사건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그는 사건을 맡지 않는 게 마땅하다. 더구나 그는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동문이며, 그의 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심의위 운영 지침에는 이런 경우 ‘회피’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사심의위 전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인 만큼 책임자다운 선택을 하기 바란다.
정의당 “‘삼성맨’이 이재용 수사심의…양창수 사퇴해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5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양창수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양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를 지휘할 자격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양 위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판결부터 삼성을 옹호해 왔다”며 “한 달 전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기고했고, 최근에는 양 위원장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의 눈이 아니라 시민의 눈으로 기소 적정성을 심의하는 기구”라며 “공정한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삼성맨’인 위원장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지휘한다면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시민들은 왜곡됐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나서서 양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 김원철 기자 >
‘이재용 기소 여부’ 수사심의위, 26일 열린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가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린다. 최근 삼성 총수 일가를 두둔하는 내용의 칼럼 기고 등으로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이 위원장 업무를 수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삼성 쪽 이야기 등을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수사팀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 양쪽에 오는 26일 수사심의위를 열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일 부의심의위원회 회부 결정(위원 15명 중 찬성 9명, 반대 6명 의견) 내용을 담은 수사심의위 의결서와 소집 요청서를 다음날인 12일 오전 대검에 보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앞으로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사건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수사심의위 위원 150~2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심의기일에 출석 가능한 현안위원 15명을 선정한다. 현안위원 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고려해 위원 15명의 추첨은 오는 26일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은 심의기일 전날까지 에이(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심의기일에는 현안위원들이 의견서를 검토한 뒤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양쪽은 30분 안에 사건을 설명해야 한다. 현안위원들은 양쪽에 질의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심의기일에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의결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할 현안위 날짜가 결정되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양창수 위원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무죄 선고와 최근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옹호하는 내용의 칼럼 기고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주임검사와 신청인은 위원장이나 현안위원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위원장이 기피 신청 당사자가 된 경우에는 임시 위원장을 현안위원들 중에 뽑아 위원장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 < 김정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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