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미국 이름 카라 보스)씨와 그녀의 딸.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강미숙씨 “가장 큰 목표는 어머니 찾는 것…
36년만에 고국서 부모 찾기… 입양인 정체성 찾을 권리 보장해야”
“엄마, 만나고 싶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냥 오세요.”
1984년 미국에 입양된 강미숙(39살 추정·미국 이름 카라 보스)씨가 마흔을 앞두고 어렵게 찾은 아버지를 상대로 낸 친자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뒤 더듬더듬 꺼낸 우리말이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이 세월에 잠들어 있던 그의 모국어를 서툴지만 또박또박 끌어냈다. 강씨는 부친 ㄱ씨를 상대로 법적으로 ‘친자’임을 인정받으려고 낸 소송에서 해외 입양인으로는 처음 승소했다. 강씨는 아버지를 만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1983년 11월 충북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서 발견된 강씨는 이듬해 9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당시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수는 79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강씨는 네덜란드인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고, 자신의 딸을 기르며 친엄마를 찾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그 뒤로 강씨는 충북 괴산을 찾아 전단을 뿌리고, 언론에도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강씨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친부모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계 입양인 유전자정보(DNA)로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에 자신의 디엔에이 정보를 공유해 두었는데, 지난해 1월 한 한국인 유학생이 자신과 유전자정보가 일치해 사촌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강씨는 이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ㄱ씨를 찾을 수 있었지만, 자신이 아버지의 혼외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게 됐다. 아버지 ㄱ씨와 그 가족은 강씨와의 만남을 원치 않았다.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될 당시 강미숙(미국 이름 카라 보스)씨. 강씨 법률대리인 제공.
강씨는 법적으로 ㄱ씨와의 부녀관계를 확인하려고 지난해 11월 ㄱ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사소송법에서 ‘인지’는 혼인외 출생자에 대해 생부나 생모가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성립하면 친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될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 진행된 유전자 검사 결과 강씨와 ㄱ씨가 부녀일 확률은 99%를 넘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는 12일 “원고 카라 보스는 피고(부친)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며 강씨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 판결 내용을 들은 강씨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씨는 “마침내 법적으로 아버지의 딸임을 인정받았다. 가족들에게 연락할 권리조차 없었는데 누구도 내가 겪었던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며 “한국 정부는 입양인들이 정체성을 발견하고, 또 가족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권리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아버지 ㄱ씨를 만나기로 한 강씨는 어머니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누구인지 찾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나의 어머니가 보고 계신다면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의 양정은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씨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어머니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입양인 문제는) 아동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될 수 있는 자동출생신고제 도입 등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 장예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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