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가입 70돌을 맞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
70년 전, 우리는 6·25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엄혹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민국은 다시 전화의 잿더미에서 힘겹게 일어서야 했다. 70년 후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로 전세계에 막대한 인명 손실과 경제·사회적 피해를 주고 있는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을 넘어 국가 간 갈등을 심화하고 범세계적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위협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취하고 있는 각자도생의 조치들과 세계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신뢰는 국가와 사회, 개인을 막론하고 모든 상호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손상된 기본 가치의 하나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 사회와 세계를 재건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70년 전, 6·25전쟁 발발 불과 11일 전 대한민국은 유네스코에 가입했다. 유네스코는 2차대전의 비극이 인간 사이의 불신과 무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defences of peace)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깨달음으로부터 출발한 기구이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의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 해답의 단초를 75년 전 유네스코의 창설자들이 제시한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개방성, 투명성과 민주성에 기초한 방역 성과로 국제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 우리 국민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도 연대와 포용의 정신을 발휘해 마스크를 나누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구·경북으로 달려갔던 것처럼, 서로 불신의 장벽을 쌓는 대신 어떠한 위기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의 방벽’을 우리 마음속에 단단히 쌓아 올리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를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세계에 증명하였다.
혐오와 차별을 치료하는 백신은 교육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함양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지난달 말 유네스코에서 ‘연대와 포용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우호국 그룹’을 주도적으로 출범시켰다. 또한,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 ‘케이(K)-방역 웹세미나’를 개최해 세계 각국과 함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불신과 무지와 싸우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트러스트’(TRUST) 캠페인을 전개하여 편견에 맞서 모두가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6·25전쟁의 폐허 속에 절망해 있던 우리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제안한 것도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의 방벽을 쌓아 나가고자 하는 유네스코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신뢰와 평화를 재건해 나가는 공동의 노력이 시급한 지금,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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