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6·15 선언’ 20돌 유일 생존 주역 ‘청년과 대화’서 밝혀
“남북대결·북미적대·북핵·정전체제 4대요소, 남북 주도 포괄 해결해야”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 하며 지그재그식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하면 앞으로 나가기 어려우니 인내심·일관성·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임동원(86)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 기념 ‘6·15 주역과 2030 청년의 대화’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한반도 냉전구조의 4대 요소’로 △남북한 불신과 대결관계 △미-북 적대관계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군비 경쟁 △군사정전체제를 꼽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2018년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와,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냉전구조의 4대 요소에 대한 해체 합의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냉전을 떠받쳐온 4대 요소가 △남북관계 개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함으로써 해소의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남북, 북·미 정상이 이미 합의했으나 실천이 지지부진한 탓에) 4대 요소가 서로 얽혀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어느 한 요소만 분리해 해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북관계 활성화를 통해 미-북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비핵화도 이뤄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협력해 4자 평화회담 개최를 주도하고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이 협력·주도하는 ‘돌파·견인론’이다. 그는 “남북관계는 미-북 관계의 영향을 받으며 전진과 후퇴, 좌절과 성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며 “일희일비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인내심·일관성·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분단사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역 4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비서(대남담당)는 이미 고인이다. 임 전 장관은 북한의 최고지도자 3명(김일성 주석, 김정일·김정은 위원장)을 모두 만나 대화한 국내 유일한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다.
임 전 장관은 이날 특별강연에서 6·15 공동선언의 의의를 네가지로 추렸다. 평화와 통일의 길을 밝혔고, 화해와 교류의 새 시대를 열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추동력을 만들고, 우리 운명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민족자존의 원칙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남북 정상이 “무력통일과 흡수통일을 배제한 평화통일”과 “(목표이자)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공통 인식”을 도출해 고질적 통일 논쟁을 종식시킨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첫 남북정상회담은 △햇볕정책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평화 프로세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한 신뢰 조성이라는 세 요인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몇 사람의 비밀접촉으로 성사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의 5대 합의(6·15, 10·4, 4·27, 9·19 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화해와 협력 정신을 공유하며 연속선상에서 계승·발전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6·15 선언이 향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평화를 만들며 통일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이제훈 기자 >
청와대 “대북전단 살포, 범정부 차원 엄정 대응” 공식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에 대한 정부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가 11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철저히 단속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 긴장을 막고,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회를 열었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남북 합의와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과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청와대가 대북전단 살포에 관해 공식 반응을 낸 것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비판 성명을 내고, 9일 남북 연락선을 모두 끊은 뒤 처음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2018년 판문점선언과 박정희 정권 때인 1972년 합의된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부속합의서 등을 들며 전단이나 물품 살포는 남북 합의에 따라 중지하기로 한 행위라고 밝혔다. 지금 정부와 과거 보수정부 시절 맺은 남북 합의를 두루 인용해 근거를 밝힘으로써 보수 쪽의 반발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했다. 김 처장은 “(대북전단·물품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준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직접 브리핑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한 것은 최근 남북관계 상황이 위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9일 통신 두절에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 9·19 군사합의 파기 등 추가 조처를 예고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전단·물품 문제가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가로막는 주요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남북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서로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면에 등장해 “남북 간 모든 합의 계속 준수” 의지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지만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정부의 대북전단 행위 처벌 조처 등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공개 비판할 만큼 우리 정부의 대처가 뒤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이날치 1면 머리로 다룬 개인 논설에서 “북남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 대한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게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대남 강경 기조를 쉽사리 바꿀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 성연철 노지원 이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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