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군 경계강화 조처 등 밝혀 군사 보복 가능성은 언급 안해

전문가 남북관계 매우 위태로워 군사충돌 없게 정부 적극 행동을

 

북한 당국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의 대표적 상징을 스스로 부숴버린 것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3일 밤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로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북쪽이 실행에 옮긴 대남 조처는 지금까지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난 9일 남북 사이 모든 직통 연락선을 차단한 행동이고, 두번째는 16일 오후 250분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다.

가장 큰 관심은 북쪽의 최고 존엄과 전체 조선 인민을 모독한 탈북자 쓰레기들의 삐라 살포에 대한 분풀이성 폭주가 어디까지 계속되느냐다. 북쪽의 4일 이후 공식 담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4일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북남군사합의 파기 등 세가지를 열거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선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이른 아침 공개보도를 통해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인민들의 대규모 대적 삐라 살포 투쟁 적극 협조등에 필요한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곤 이런 의견을 신속히 실행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계획들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북쪽의 세번째 대남 조처는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 삐라 살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쪽의 분풀이성 폭주가 남북 군 사이의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단 16일 인민군 총참모부 공개보도대남 군사경계 강화 조처만 언급했을 뿐 대남 군사 보복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애초 북쪽은 남쪽에서 (대북전단 금지)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이라고 공언했다. 북쪽의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9<조선중앙통신> 보도)이 이 범위 안에 있는지, 이를 벗어날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북쪽의 최근 대남 강경 발언·행보는 그 궁극적 지향점이 모호하다. 무엇보다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와 같은 파괴적 조처를 취하면서도, 판문점선언을 포함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 합의를 파기한다선언하지 않는 게 그렇다.

북쪽의 최근 행보에서 주목할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염두에 둔 관중이 둘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는 남쪽이고, 다른 하나는 분노한 인민들이다. 북쪽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부터 이례적으로 인민 필독 매체<노동신문>에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우리 군대가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15<노동신문>우리 돌격대가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인지 뭔지를 콱 폭파해치웁시다라는 북창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남덕청년탄광 김혁청년돌격대분노한 목소리를 전했다. 그리고 16일 오후 5<조선중앙방송><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신속하게 내부에 알렸다. 요컨대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는 대남 행동이자 인민의 분노를 식혀줄 분풀이이기도 한 셈이다. 관련해 북쪽은 폭파 주체를 해당 부문이라고 했을 뿐, 인민군이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여지가 있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북쪽이 이른바 인민의 분풀이를 어디까지 하고 남쪽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숨고르기에 들어갈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매우 위태로운 경계선에 선 상황이라며 북쪽의 대남 행보가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제훈 기자 >

, 2시간만에 NSC 긴급회의판문점 선언 위반강한 유감 표명

문 대통령 대화제안 다음날 당혹, 남북 정상간 맞대응 구도는 피해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을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충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이 16예고대로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자 청와대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2시간16분 만이었다.

회의 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에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행동을 한 데 대한 당혹감이 깔려 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선언의 결과물이자 남북 대화와 상시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8천만 겨레에 대한 약속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원칙이 훼손됐기에 엄중 경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이처럼 신속하게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설 것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메시지에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의 직접적인 비판 성명이 나오지 않자 북한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진지하고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30분 전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밝힌 남북 협력 사업의 예를 들며,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유효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북한이 이보다 11분 전인 오후 249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흘 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경계를 느슨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허를 찔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청와대는 오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동영상을 제공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청와대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남북 정상이 직접 맞대응하는 구도는 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사전·사후 보고를 받았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서 대남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해 직접 대북 엄중 경고와 대응을 선언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네차례나 만난 남북 정상이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정상들이 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 성연철 기자 >

비무장화 지대 재진출예고한 북개성·판문점 재무장하나

북 총참모부 전선 요새화뜻 밝혀 요충지 개성·판문점 병력 주둔?

1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대에서 바라본 북쪽 초소에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걸려있다.

북한은 애초 예고한 대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해 대남 공세를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앞으로 어떤 카드로 대남 공세를 이어갈지에 쏠리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얼마 전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남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날 단행한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철폐와 함께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9·19 군사합의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이에 비춰보면, 북한의 행보는 크게 민간 차원에선 개성공단 철거, 군사적 차원에선 무력시위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남한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2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가동 중단 상태에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아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열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는 등 개성공단 재가동을 희망해왔다. 그러나 남한이 유엔 제재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북-미 관계가 경색되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북한이 한때 남북 협력의 옥동자로 통했던 개성공단을 완전 철거한다면, 남북관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군의 군사적 대응은 총참모부가 공개보도를 통해 밝힌 대로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사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군은 북남합의로 비무장화된 지대가 어디인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개성과 판문점 주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개성공단을 착공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과 판문점 주변에 주둔하던 2군단 소속 6사단 전 병력과 64사단의 3개 대대 병력, 62포병여단의 증강된 1개 중대 병력 등을 후방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가까운 군사적 요충지로, 철수했던 북한군 병력이 다시 이곳에 진주하게 되면 우리 군의 수도권 방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2018년 남북 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초소와 무기를 철수시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도 병력 재투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남북은 2018년 말까지 공동경비구역에 매설됐던 지뢰를 제거하고 쌍방 초소 4곳을 봉인·폐쇄했으며, 권총을 제외한 자동화기 등을 모두 철수했다.

남북이 2018년 말 각각 철거한 비무장지대(DMZ) 내 지피(GP·감시초소) 11곳도 주목된다. 다만 당시 남북은 철거 대상 지피 10곳에 대해선 상호 검증하에 철저히 파괴된 것을 확인한 바 있어, 즉각 복구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당시 남북 각각 1곳씩은 관광 자원 및 역사적 목적 등을 위해 보존하기로 합의해 남겨놓았다. 이곳은 언제든 병력 배치 등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총참모부는 남한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각계각층의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남전단 살포에 나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접경지역 등 민감한 군사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남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민간단체가 한 일이라고 해명했던 것을 모방한 전술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남삐라를 보내게 된다면 이는 명백히 판문점 선언 위반으로 볼 수 있다남북은 모두 남북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병수 이제훈 기자 >

폼페이오, 양제츠 중 외교 국무위원과 북한 관련 회담

미국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밀접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16우리는 북한이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알고 의식하고 있고, 한국과 밀접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날 이 사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한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 관리인 스티브 비건 부장관이 이 문제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이날 하와이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폼페이이오 장관이 하와이에서 중국의 외교 담당 국무위원 양제츠와 만나 북한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을 놓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의길 기자 >

남북 상설 대화창구’ 21개월 만에 콘크리트 잔해만 남아

2005년 문 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201897억 들여 개·보수해 사용

2018914일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남북은 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성 연락사무소 운영 잠정중단에 합의하고, 서울-평양 통화로만 소통 창구 기능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16일 오후 249분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설치에 전격 합의한 곳으로 20189월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열었다. 개소 당시에만 해도 남북을 잇는 상설 대화 창구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1개월 만에 콘크리트 더미로만 남게 됐다.

3.3규모의 개성공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05년 문을 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개·보수한 건물이다. 지상 4,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고 연면적이 4498.57에 이른다. 연락사무소 건물 1층에는 교육장과 안내실이 있었고 2층과 4층에는 각각 남쪽, 북쪽 사무실이 따로, 3층에는 회담장이 마련돼 있었다. 남과 북의 상주 인원들은 각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 면담 등이 필요할 때는 중간층에서 만나 대화했다. 2005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시공 당시 80억원이 들었고 2018년 연락사무소로 새단장을 할 때는 개·보수 비용으로 978천만원이 들었다. 토지 자체는 북한 소유이고 건설비와 개·보수 비용은 남쪽 당국이 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4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판문점 선언 13) 개성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해 914일 개소한 뒤 남쪽의 통일부 차관과 북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연락사무소장을 맡았다. 애초 남북 소장은 매주 1차례씩 소장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쪽 소장이 계속 불참을 통보해오면서 최근까지도 열리지 못했었다. 지난 130일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쪽 인력 58(당국자 17, 지원인력 41) 전원이 철수했고 그 뒤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남북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던 2018~2019년만 해도 산림·체육·보건의료·통신 등 각종 회담이 열린 바 있다. 서해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주검 인도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에 대한 협의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에서 소장·부소장 회의, 연락대표 및 실무협의 등을 포함해 2018년 남북 간 협의가 327차례, 2019607차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연락사무소는 개성만월대 발굴과 금강산 관광 20주년 공동행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 이희호 여사 서거 관련 조의문 전달 등 민간·지방자치단체의 교류사업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 노지원 기자 >

최악의 상황개성공단 기업인들 망연자실

무력한 정부도, 압박하는 북한도 참 원망스러워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둘 다 참 원망스럽습니다.”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사실이 알려진 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의류업체 에스엔지 대표)<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입을 뗐다. 정 회장은 미국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무력한 우리 정부도, 그런 상황을 좀 더 이해하면서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 북쪽 당국도 원망스럽다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가 이익 측면에서나 국민들을 위해서나 북쪽과 갈등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보다 화해하고 협력해서 윈윈 할 게 있다면 해야 하는데, 미국에 가로막혀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며 허탈해했다. 협회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9·19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 정 회장은 “3·1절에도 대통령이 직접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는데도 이행되는 게 없으니 북한이 우리와 대화도 필요 없다고 압박하는 것 아니겠느냐“4·27 판문점선언이든 9·19 공동선언이든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결국 선언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장도 공동선언 이후부터 하노이 회담 전까지의 기회를 놓쳤던 것 같다지금은 반전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입장과 정부에 대한 요청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금강산기업협회, 내륙투자·교역기업 소속 기업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정부에는 남북공동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촉구한 내용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6210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뒤, 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4년 넘게 공단이 재개되기를 기대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지난해에는 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설비를 둘러보려고 방북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북한 당국이 답하지 않아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개성공단 공장 설비 등이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박수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