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53년 휴전협상 때 유엔군 통역관 문익환 목사가 찍은 사진. 미군 헌병이 회담장에서 유엔기와 북한 인공기의 크기를 비교해 보이고 있다.

         

휴전협상 때 유엔군 통역관으로 참관

통일의집, 오는 9월말까지 땅의 평화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한 늦봄 문익환(1918~94) 목사가 한국전쟁 때 직접 찍은 사진과 부인 박용길(1919~2011) 장로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처음 선보이는 전시회가 차려졌다. 서울 수유동 문익환 통일의 집에서 지난 1일부터 한국전쟁 70돌 기념전 <땅의 평화>를 열고 있다.

만주 명동촌에서 월남한 반공 기독교인 집안 출신인 문익환은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유학중 한국전쟁이 터지자 도쿄의 맥아더 사령부에서 통역관으로 복무했다. 1951~53년 휴전협상 때 유엔군쪽 통역을 맡아 한반도가 3·8선에 이어 휴전선으로 분단되는 역사적 과정을 지켜봤다.

전시장에 처음 나온 컬러 슬라이드 사진은 통역관 시절 직접 찍은 것들이다. 휴전협상이 진행된 판문점 회담장과 유엔군·북한군 장성들, 서로 크기 키우기 경쟁을 벌였던 회담장의 인공기와 유엔기,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판문점에 가던 중 기내 창 밖으로 찍은 군용기 비행 장면, 헬기를 타고 판문점에 내리는 문익환의 모습 등 색다른 구도의 사진이 여럿 나왔다.

헬기로 판문점에 내리는 휴전협정 통역관 시절의 문익환.

따로 떨어져 피난 생활을 하던 부인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교감하면서 주고받았던 편지들과 박 장로의 육아 일기, 문익환의 평화 사상이 잘 드러난 1982년 작 옥중시 평화를 정서한 카드 등도 볼 수 있다. 통일의 집 쪽은 전쟁의 체험이 1989년 방북을 결행한 문익환의 평화 통일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출품된 사진과 편지들은 전쟁의 고뇌 속에서 일상을 지키고자 했던 절절한 흔적이 엿보이는 기록들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930일까지. (02)902-1623. < 노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