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정농단 수감 1년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83%나 증가

2000~2018년 총수 11명 사례봐도 실형 때 주가 큰 변화 없어

되레 집행유예 판결 때 주가 하락 보여 경영 악화 근거 부족

          

총수가 없으면 기업 경영은 위태로워지고 주가는 하락할까?

지난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데는 삼성과 재계가 주로 퍼뜨린 경제위기 속 이재용 역할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나 실제 사례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으로 2017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경영에 이상신호는 오지 않았다. 영업실적은 외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회사의 2017년 영업이익은 536459억원으로, 전해에 견줘 83%나 증가했다. 물론 단기 실적은 전반적인 업황 등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터라 총수 부재의 영향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총수 부재가 곧 경영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이 부회장이 불법 합병 혐의 등으로 기소되더라도 당장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경영실적이 급감할 것이라 전망하는 금융시장 전문가는 드물다.

그간의 여러 연구도 총수의 사법처리와 기업 경영 사이에 의미있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이 다수다. 지난 1월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가 그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2000~2018년 동안 총수 11명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 해당 총수가 지배하는 기업집단(대기업그룹)의 주가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총수가 실형을 받은 경우엔 주가에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으나 집행유예 등 관대한 판결이 내려졌을 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증 분석 결과는 재계의 주장과는 달리 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 외려 기업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외 실증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견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최고경영자(CEO)가 배임이나 사기로 처벌을 받은 경우 그 이후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들이 적지 않다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회계 분식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회계 처리와 같은 기업 경영의 기본 규칙을 허물어뜨린 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시장 전체의 발전과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취지다.

이런 연구 사례와는 달리 여론 시장에선 여전히 총수 부재가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이 부회장이 석유화학 매각과 하만 인수 등 그동안 포트폴리오 조정을 잘했다고 본다“(기소되면) 이 부회장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총수 공백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지며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지만, 지난 10여년간 총수 부재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 보고는 없었다. 이창민 교수는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송채경화 기자 >

[시론] 총수 구속이 국가 위기? 삼성공화국 경영학 교수의 자괴감

<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과잉 수사 및 제 식구 감싸기 등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지난주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운영지침 제4)에서 위촉된 위원들은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 제도는 약자 구제책인데, 이 부회장은 약자인가? 양창수 위원장은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과 친구라며 회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그는 대법관으로 200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임 건에 무죄 의견을 냈고, 지난달엔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신문 칼럼을 썼다. 무죄에 동조한 다른 대법관 김지형은 현재 법원의 맞춤형 봐주기 숙제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삼성의 법무를 총괄한다. 법조계 최고의 전관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은 이 부회장 변호팀이다. 전관들이 모여 회장님을 위해 약자 보호 시스템을 악용한다.

삼성물산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은 수사기록만 20만쪽, 공소장도 150쪽이 넘는 복잡한 사안이다. 사회 각 분야 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안건을 숙지해 반나절에 결정할 성격이 아니다. 결국 삼성 측 표현처럼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위원회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총수의 구속은 나라 경제의 위기로 번지는가? 근거가 없다. 과거 한화, 에스케이(SK), 씨제이(CJ), 태광은 물론 지난번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 동안 이들 회사의 설비투자, 순이익,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검찰이 권고를 따르지 않아 생긴다는 여론의 비난은 근거 없는 기우다. 반면, 검찰이 권고를 따르면 앞으로 중요한 기업범죄 피의자들이 국민 정서를 방패로 비전문가들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면죄부를 구할 길이 열린다.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기소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경제의 주역이다. 그러나 무리한 승계 과정의 불법들은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많은 회사 임원들과 전문가들이 범법자가 되어 기업윤리가 파괴되었다. 자본시장의 질서가 훼손되고, 회계 투명성이 악화되었다. 나는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합니까? 초엘리트 삼성 사람들은 답한다. 상속세 내고 어떻게 경영권을 승계합니까?

외국 학자들은 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형 경영권이란 무엇인가? 현대 주식회사 제도의 기업 지배구조를 무력화해 상장회사를 개인 금고, 사병 집합소로 만들고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행사하는 경제권 이상의 특수 권력이다. 총수 지위를 전근대적 신분으로 치환해 군림하되 어떠한 잘못도 책임지지 않을 권리다. 회사를 공공선을 위한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사익 편취와 인격 지배의 장으로 활용할 권리다.

자본주의적 지배구조는 권한과 책임, 위험과 보상의 비례를 요구한다. 자본주의적 정의는 무엇인가? 나심 탈레브의 말처럼 “1%의 부자들도 자신의 판단 결과로 현재 위치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하는 동적 평등(ergodicity)이다. 그래서 회사는 회장님 것이며 케이(K)-경영권은 디엔에이(DNA)에 따라 세습이 가능하다는 인식은 전근대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다. 국민들이 삼성 잘하는데 딴지 좀 걸지 말라는 단순 논리로 정의에 눈감으면 우리는 신분 사회로 퇴행한다.

경영학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바른 윤리 기준을 가지고 치열한 혁신 활동을 통해 최고의 인재가 되어 기업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을 성장시키자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2020년 삼성공화국의 경영학자는 조신한 회사생활, 영민한 사내정치, 빠른 가신그룹 진입이 현실의 성공방정식임을 알려야 하는 자괴감에 괴롭다.

경제를 챙기며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인 이 부회장을 열번 이상 만났다. 경제는 경제고 정의는 정의다. 일개 위원회의 불투명한 절차를 악용해 범죄혐의자가 사법절차를 우회하는 길이 열리면 나라의 기강과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는 근본부터 무너진다. 재판 후 유죄 확정에도 국민 대다수가 선처를 원하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지고 사면을 하면 그뿐이다.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