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수사자문단 소집 말라·언유착 의혹 독립적 수사 요구

대검, 2시간 뒤 곧바로 반박 입장 혐의 보완 지휘 여러차례 불응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윤 총장이 소집을 결정한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항명성 공문을 보내자 대검이 곧바로 반박문을 보내는 등 윤 총장 최측근 수사를 놓고 검찰을 대표하는 핵심기관 2곳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오후 330분 대검찰청에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자문단 소집이 부적절하다며 대검에 두차례 이의제기서를 제출했지만, 대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위원 추천 요청을 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이 이에 불응했다29일 수사자문단 위원 추천 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공문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기와 수사 보안등의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도 건의했다.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최종 결과만 보고하는 특임검사와 같이 별도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하게 해달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공문을 보내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지 약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40분께, 대검 대변인실은 이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채널에이 이아무개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는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서는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야 한다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하였고, 풀버전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했고,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검찰총장은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보고가 부실해 한 검사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이 설득이 안 된 탓에 수사자문단을 소집하게 됐다는 취지다.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수사는 인권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날 선 반응을 내놨다.

윤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수면 위로 폭발한 배경에는 한 검사장의 존재감이 있다.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 때부터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고 박영수 특검팀의 국정농단 수사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때에는 특수부를 관할하는 3차장검사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의 선봉에 섰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는 데 한 검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이 검찰수장이 된 뒤에는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여권에서는 한 검사장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불렀다는 불만이 팽배했고, 한 검사장은 결국 지난 1월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좌천성 인사를 자신에 대한 여권의 견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윤 총장으로서는 조국 수사 이후 거세지고 있는 정치적 공세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언 유착 의혹 사건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공언과 달리 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윤 총장의 무리수가 검찰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수사를 하게 하고 총장은 검찰청법에 부여된 권한으로 기소·불기소를 지휘하면 됐을 일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총장의 기소·불기소 지휘에 따르지 않는다면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를 청구하는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그런 적법한 절차를 피하려고 하면서 모양새는 이상해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사설] -언유착 수사팀의 항명부른 윤석열 총장의 독단

<채널에이(A)>와 한동훈 검사장의 -언 유착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이의 제기에도 수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을 강행하자 서울중앙지검이 30일 소집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는 요구도 했다. 건의 형식을 띠었지만 항명에 가까운 강한 문제 제기다.

서울중앙지검은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 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검은 “(채널에이 기자)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하였으면서 이제 와서 실체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한 검사장 소환 조사는 대검의 제동으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의 핵심 길목을 막아놓은 채 수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문단은 대검과 수사팀이 각각 자문단원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는데, 수사팀의 참여 거부로 대검 추천 인사만으로 구성된 상태다.

윤 총장은 유난히 이 사건 수사에 방어막을 쳐왔다. 대검 감찰부 배제, 채널에이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 공개 질책, 구속영장·소환조사 제지, 자문단 회부 독단 결정, 자문단 구성 강행 등이 모두 그렇다.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이면 뒤로 물러서 있는 게 합당한 태도인데, 주요 국면마다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의 종합판을 보는 듯하다. 이래서는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외양조차 갖출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타당하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중대한 범죄 혐의를 수사할 때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최종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검사 비위 사건에 여러 차례 적용된 바 있다. 검찰 고위직이 관련된데다 총장의 측근 감싸기비판이 제기되는 이번 사건이야말로 특임검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내부 갈등만 불거지는 검찰의 모습은 지켜보는 국민들이 지칠 지경이다. -언 유착 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한 뒤 결과를 갖고 평가받게 하는 게 옳다.

최강욱, 윤석열 야권 주자 부상에 "기가 막히는 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지지층을 흡수하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한 것과 관련,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참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대한민국 보수를 자임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지지 의사가 갈 곳을 못 찾다 보니 가장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정부와 맞서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며 가진 역량이 총장이란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면서 "총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계속 평가받을 것이므로 일단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이 된 후부터 정치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볼 수 있는 상대방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대선에 도전할 뜻이 아주 없는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서는 "장관의 적절한 지시를 윤 총장이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며 "명백히 하급자인 총장이 잘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민주화 진행과 더불어 법에 근거하지 않은 물리적 폭력의 행사 여지가 많이 줄어드니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검찰이 부상하게 된 것이고, 검찰총장 같은 사람이 본인이 장관급이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군부독재의 잔재"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이 때려서 윤 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올랐다는 평가는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너무나 무리한 정치적 수사와 추 장관의 정당한 지시를 어긴 계속된 항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정말 큰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말도 안 되는 수사를 한 것인지. 정말 멀리 내다보고 추 장관의 지시를 잘라먹고, 일부러 충돌하는 것인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필요하다. 제발 신중하고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