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이사회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서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위기에 직면한 WTO 체제를 정비하고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특별 일반이사회의 후보자 정견 발표에서 WTO가 협상 기능 정지, 분쟁 해결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마비로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무역 관련 긴장 고조에 따라 어려워지는 상황을 목도해왔으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초래된 세계적 위기는 재화와 용역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는 WTO의 목표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TO가 보다 적실성 있고(relevant) 회복력이 있으며(resilient) 대응력을 갖춘(responsive) 기구로 거듭나 전 세계적 신뢰를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핵심 비전으로 '3R'을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 목표로 12차 각료회의에서 수산보조금 및 전자상거래 협상의 성과를 도출 WTO 규정 갱신과 분쟁해결시스템 복원, 협정의 이행과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WTO 개혁 포용적 통상과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실무 지식과 전문성을 쌓아온 동시에 통상 장관으로서의 경험과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단단한 기초 작업이 협상의 기본이며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정치적 의지라는 점을 배웠다""무역협정의 기술적 세부사항을 다룰 수 있는 실무를 경험한 동시에 통상 장관으로서 주요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넓고 깊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WTO의 복원과 부흥에 필요한 식견과 창의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이날 15분 동안 정견을 발표한 후 75분 동안 회원국의 질의에 응답했다.

전날 시작한 후보자 8명의 정견 발표는 후보자 등록 순서에 따라 17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후보자들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2개월 동안 선거 운동을 펼치게 된다.

이후 회원국은 협의를 거쳐 늦어도 11월 초순까지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WTO, 통상 6개월 절차 4개월로 단축하기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여부가 늦어도 11월 초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는 10일 보도 자료를 내어, 각 후보의 선거 운동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고, 회원국의 합의 도출 과정도 2개월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오는 831일 돌연 사임하기로 하면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처다.

선거운동은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던 78일로부터 2달 뒤인 97일까지만 한다. 이후 의장단이 회원국과 협의를 통해 각 후보의 선호도 평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통상 3개월이 걸렸던 이 기간도 최대 2개월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은 지난 8일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을 비롯해 영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후보가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회원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갈등에선 중견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릴 예정이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이 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과 최근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흐름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여성 사무총장은 그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무역 싸움은 유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출신 중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의장이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의장은 나이지리아 재무·외무장관, 세계은행 전무 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로이터>그동안 사무총장이 유럽, 타이, 브라질, 뉴질랜드에서 나왔다아프리카 수장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는 세계무역기구 164개 회원국 중 약 3분의 1에 이르는 54개국이 소속돼 있다. 아프리카에선 이외에도 이집트 외교관 출신인 압둘하미드 맘두흐 변호사와 케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미나 모하메드 전 세계무역기구 총회 의장 등 총 3명이 나왔다.

선진국 입장을 대표할 유럽 후보도 만만치 않다. 앞서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6명 중 3명이 유럽 출신이다. 영국이 후보로 내세운 리엄 폭스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이끌던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다만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힘든 싸움을 하게 되리란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몰도바 외무장관을 지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와 멕시코에서는 고위 통상 관료인 헤수스 세아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마지아드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이 후보로 나왔다. < 전정윤 김소연 기자 >

유명희, 통상전문 여성 리더십WTO총장 경쟁 뚫을까

8개국 사무총장 출사표, 영국 막판 가세로 경쟁 치열해져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8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등록 마감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영국에서 후보를 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은 8일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한국과 영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후보가 지원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회원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갈등에선 중견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릴 예정이다. 특히 유 본부장이 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과 최근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흐름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여성 사무총장은 그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무역 싸움은 유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출신 중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의장이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의장은 나이지리아 재무·외무장관, 세계은행 전무 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로이터>그동안 사무총장이 유럽, 타이, 브라질, 뉴질랜드에서 나왔다아프리카 수장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는 세계무역기구 164개 회원국 중 약 3분의 1에 이르는 54개국이 소속돼 있다. 아프리카에선 이외에도 이집트 외교관 출신인 압둘하미드 맘두흐 변호사와 케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미나 모하메드 전 세계무역기구 총회 의장 등 총 3명이 나왔다.

선진국 입장을 대표할 유럽 후보도 만만치 않다. 앞서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6명 중 3명이 유럽 출신이다. 영국이 후보로 내세운 리엄 폭스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이끌던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다만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힘든 싸움을 하게 되리란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몰도바 외무장관을 지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와 멕시코에서는 고위 통상 관료인 헤수스 세아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마지아드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이 후보로 나왔다.

세계무역기구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지난 5월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현 사무총장이 8월 말 사임하기로 밝히면서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 김소연 기자 >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 중견국 역할 강조 표심 공략

영국·사우디, 막판 지원아프리카, 후보 단일화 실패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출신 후보가 지원했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 한국과 아프리카 후보의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접수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유럽 국가에서 후보를 내면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으로,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전문가라는 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로 잡을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점을 알리기 위해 다음 주 정부 대표단과 함께 WTO 본부를 찾을 예정이다.

다만 유 본부장의 출마 선언 이후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일본의 대응은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에 맞선 아프리카 출신 후보 중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오콘조-이웰라 의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전무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Gavi를 이끌며 WTO 본부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Gavi 본부도 제네바에 있다.

더욱이 그간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데다 여성이 이 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도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전직 WTO 관리 출신으로,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입후보한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도 케냐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프리카 출신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은 단일 후보를 내서 WTO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결국 실패했다.

선진국 입장을 대표할 유럽 출신 후보도 만만치 않다.

영국이 후보로 내세운 리엄 폭스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이끌던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폭스 전 장관을 추천하면서 "글로벌 교역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갖춘 다자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추켜세웠다.

영국 외에도 유럽에서는 몰도바 외무장관을 지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가 입후보했다.

이 외에도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서도 각각 후보를 냈다.

멕시코에서는 고위 통상 관료인 헤수스 세아데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WTO 사무총장이 같은 중·남미 국가인 브라질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TO에서 지역 안배 규정은 없지만, 연달아 같은 대륙에서 수장을 배출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마지막 날 후보 등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은 은행·금융 분야에서 주로 일해온 인물이다.

앞서 WTO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514일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각국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공식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질문을 받는다.

유 본부장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 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새 사무총장 앞에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봉쇄 조치로 멈춰선 글로벌 교역의 재개,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 재정비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유명희 도전에 한국 출신 WTO 사무총장 막겠다는 일본

 적극 저지 태세... 통상장관 선출 과정 확실히 관여할 것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데 이어, 일본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도전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태세다.

일본 정부는 7일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하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과 세계무역기구 개혁 등 (사무총장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인지가 중요하다그런 관점에서 일본도 선출 프로세스에 확실히 관여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무총장 입후보 마감은 8일이다. 마감 전날 오후까지 유 본부장을 포함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한국인 첫 사무총장 배출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본의 견제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전세계 외교망을 총동원해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회원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유 본부장에 대해 명확한 찬반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수출규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의 사무총장 후보를 향해 경계심을 갖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현재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인 만큼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일본 언론도 유 본부장의 출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유 본부장에 대해 한국과 수출관리 강화를 놓고 대립하는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지통신>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사무총장이 나와 국제적 발언력을 높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한국 출신 사무총장이 탄생할 경우 일본의 통상정책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일 기싸움도 치열하다. 세계무역기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원국의 무역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했고, 6일 일본 차례가 됐다. 40여개 국가·지역 대표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한국 대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원자재 등 수출관리를 강화한 조치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가 보도했다.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셈이다.

일본 수출규제를 논의하는 심사 과정도 일본이 대놓고 방해를 하면서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지난달 29일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기구(DSB)가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다룰 재판부에 해당하는 위원회(패널) 설치를 추진했으나 일본 반대로 무산됐고, 이달 29일 위원회 설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기구 규정을 보면, 피소국이 거부하는 경우 늦어도 그다음 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거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패널이 설치된다. < 김소연 기자 >

WTO 사무총장 입후보 8일 마감이번엔 승산 있다정부 총력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이 8일 마감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일찌감치 한국 대표선수로 출전시킨 우리 정부는 본격적으로 선거 캠페인에 돌입할 태세를 갖췄다. 정부는 전 세계 외교망을 총동원해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WTO 회원국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7WTO에 따르면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한국의 유 본부장을 비롯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던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출마 포기의사를 밝혔다.

마감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선진국이 후보를 내지 않고, 현 구도대로 간다면 '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배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각국 후보들은 WTO 일반이사회 공식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한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 시켜 한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이걸리지만,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으로, 정부 안팎에선 '해볼 만하다'는분위기가 형성돼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판세 자체가 한국에 불리한 편은 아니다. 멕시코 헤수스 세아데 후보의 경우 현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멕시코 출신인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주요 국제기구 2곳의 수장을 한 국가가 가져간다면 회원국들 사이에서 견제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WTO 164개 회원국 가운데 약 3분의 1에 달하는 54개국 회원을 거느린 아프리카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와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가 각각 후보로 나서서 초반 아프리카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향후 단계별 투표를 거쳐 후보가 2명에서 1명으로 압축된다면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은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중재자론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양측으로부터 "정체성을 명확히 하라"는 공격을 받을 소지도 있어서다.

유 본부장이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통상전문가라는 점, 최근 코로나 19 사태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로 잡을 수 있다. 역대 WTO 사무총장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워싱턴포스트(WP)"제네바 무역 대표단은 처음으로 WTO를 이끌 여성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이 있다"면서 "다만 자유 무역 지지자들은 WTO 회원국들이 선거 과정에서 성별 제약을 두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한국인 사무총장 후보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반대하고 나선다면 일본이 감정적으로 편협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일본은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을까 봐 한국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을 당연히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에 대비해 우리도 자원을 총력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전문가들은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가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는 등 특별대우를 하고, 미국은 나쁜 대우를 했다"WTO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왔다.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 원하는 후보를 밀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줄 세우기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데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만큼, 편 가르기를 강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