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은 정녕 안녕할까…“트럼프의 속셈이 수상하다”
‘2020년 미국 대선이 치러진 11월3일 자정이 되자, 개표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전국 득표수에서 앞서고 선거인단 확보도 252명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240명에 앞선다. 하지만 당선 확정에 필요한 270명에는 모자란다. 박빙의 개표가 진행되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인단 46명이 관건이다.
이 주들은 투표를 마감해야만 우편투표를 집계한다. 이전처럼 우편투표 집계를 최종적으로 완료하려면 며칠, 몇주가 걸릴지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자정 때까지 이들 주에서 근소하게 앞서자,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은 민주당이 우세한 대도시 지역에서 우편투표가 많아서 트럼프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표 확정이 지연되자,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 쪽은 법무부까지 동원해 우편투표 수만개가 마감시한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무효표로 처리돼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다. 온갖 소송과 논란으로 개표가 지연되다가 최종 결과는 바이든의 근소한 승리로 판명된다.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부정이라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화당이 장악한 세 주의 의회는 트럼프의 승리를, 반면 민주당원인 세 주의 주지사들은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한다.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는 2021년 1월6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세 주의 의회들은 트럼프를, 주지사들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선거인단 확정 명부를 보낸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바이든 승리의 선거인단 명부를 승인하고,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그 반대다. 양당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나, 1887년의 선거개표법에 따라 의회에서 논의된 선거 분규는 법원이 다룰 수 없다고 기각된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트럼프는 반란법을 발동해 군을 투입하고는 권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는 내란으로 치닫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대선 연기의 이유로 주장하는 우편투표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워싱턴주 렌턴에서 처리되고 있다.
애머스트대학교의 로런스 더글러스 교수가 최근 영국의 <가디언>에 기고한 올해 미국 대선의 음울한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19일 <폭스뉴스>와 한 회견에서 패배할 경우 대선 결과 불복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그는 30일 일련의 트위터 글에서 대선 연기를 제안하고, 우편투표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제안일 뿐이라고 물러났지만, 더글러스 교수가 밝힌 음울한 대선 시나리오의 핵심인 우편투표 문제에 자락을 까는 것이 그의 의도로 보인다.
그는 트위터에서 “선거 결과는 며칠, 몇달, 몇년 뒤가 아니라 선거 당일 밤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선거 당일 개표로 승리를 선언하겠다는 시도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바이든이 득표수나 선거인단에서 과반을 자정까지 확보하지 못하고, 경합주에서 엎치락뒤치락을 한다면 트럼프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글러스 교수의 시나리오가 비슷하게 현실화된 적도 있다. 새뮤얼 틸든 민주당 후보와 러더퍼드 헤이스 공화당 후보가 대결한 1876년 대선 당시 세 주에서 각 후보를 지지하는 상충되는 선거인단 확정 명부가 2개씩 제출됐다.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했고, 혼란이 극에 달하자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고려했다. 막판에 공화당은 남부에서 연방군 배치 철수 및 흑백 인종분리를 인정하는 짐 크로 법을 내주고, 민주당은 대통령 자리를 양보했다. 2000년 대선에서도 플로리다에서 투표용지 문제로 개표가 한달 이상 지연되며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다가, 결국 대법원 판결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결정됐다.
2000년 대선 때 나타난 미국 대선 관리의 후진성은 여전하다. 많은 주에서 개표 결과를 확정하는 데에 길게는 한달이 걸리기도 한다. 우편투표 자체가 부정의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처리 과정이 주마다 다르고 엉망인데다 인력도 부족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약 3190만표가 우편투표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월 뉴저지 지방선거에서 우편투표의 10%가 무효표 처리됐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투표관리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해, 현재 논의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구제법안에서 올해 대선의 선거 보안 및 투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자금을 편성하려 한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각 주들에 적절한 투표관리를 위해 4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의회는 고작 4억달러를 책정했다.
올해 대선에서 어느 한 후보가 자정 전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1876년과 2000년 대선 혼란의 종합판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미국의 난맥상과 극심한 당파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정의길 국제부 기자 >
우편투표 조작 가능성? CNN "사실상 불가능"
"부재자투표는 OK, 우편투표는 NO"라는 트럼프 주장 팩트체크
전문가들 "두 투표는 같은 것"…과거 우편투표 부정사례 '0%대'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편투표의 신뢰성에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우편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약 1억8천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77%로 추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트위터에 이번 대선을 우편투표로 진행한다면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엉터리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돌연 '선거 연기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이어지는 트윗에서 "우편투표는 이미 대재앙으로 판명 났다"라거나 "외국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손쉬운 방식"이라고 문제로 삼으면서도 "부재자투표는 괜찮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부재자투표와 우편투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선거혁신연구센터 설립자 데이비드 베커는 "우편투표든, 부재자투표든, 뭐라고 부르든 두 제도는 근본적으로 같다"며 "투표용지를 신청, 수령해 투표하고 발송하면 안전한 곳에 보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브레넌센터의 웬디 와이저 민주주의프로그램 국장도 "미국에서 치러지는 부재자투표와 우편투표는 모두 안전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선거 공무원, 공화당, 민주당 모두 이 제도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우편투표로 치르면 사기극이 벌어지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과거 연구 결과들은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6∼2018년 총선거에서 우편으로 투표한 1천460만표 가운데 중복해서 투표했거나, 사망한 사람 대신 투표한 사례는 372건으로 0.0025%에 불과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이 지난 20년간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적발된 범죄사례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도 143건 유죄판결로 총투표수의 0.00006%에 그쳤다.
각 주(州)정부가 우편으로 배달된 투표용지를 추적할 수 있고, 투표용지에 적힌 서명과 당국이 보관 중인 문서의 서명을 비교하고 있어 조작은 물론 외국의 개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방대한 투표용지 물량을 전역에 제때 배달할 수 있느냐, 투표용지가 늦게 도착하는 등 물류 과정에 문제가 생겨 무효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와 같은 우려들은 남아있다.
WP는 현시점의 각주 투표 규정을 고려했을 때 우편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1억8천여만명으로 전체의 77%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34개 주와 워싱턴DC가 누구라도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점 등을 반영한 추산치다.
대규모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전달하는 문제 등은 예산이 충분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정부들이 우편투표를 적절히 준비하는 데 40억달러(약 4조7천648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공화당이 예산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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