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제재안 빼곡"홍콩보안법 탓 '국가비상사태'"

홍콩주민 난민수용 확대·본토 인사 겨냥한 자산동결

여권우대·범죄인 인도협정·장학생 프로그램 등 철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겠다며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529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 강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없애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지 46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철회하고 중국 본토와 똑같이 대우하는 한편 홍콩 민주화를 약화하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전방위 제재 부과가 골자다.

"홍콩은 이제 중국이다" 홍콩인 본토인과 동등대우

행정명령은 첫 항부터 '홍콩에 대한 차별화된 특혜 대우를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 외교 정책, 국가 안보에 맞춰 중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과제'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 서명을 발표하면서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우대 조치가 철회된다.

중국이 '일국양제'를 사실상 '일국일제'로 되돌렸다고 판단한 만큼 홍콩 여권 소지자를 중국 본토 인사들과 동일하게 대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협정을 중단하고, 경찰 및 안보기관 요원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교육훈련을 끝내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콩간 수형자 이송에 관한 협정도 파기하기로 했다. 사실상 사법 기관 간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밖에도 미 국무부가 그간 진행해온 풀브라이트 장학생 프로그램을 철폐하기로 했다.

지금은 만료된 미국 내무부 지질조사국(USGS)과 홍콩대 우주지구 정보과학연구소 간의 지속적인 협력도 중단키로 했다.

홍콩 난민신청 받고 홍콩탄압 본토관리는 제재

특정 개인에 대한 제재 강화 방침은 물론 특히 홍콩 거주자를 위한 난민 수용 규모를 '재할당'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당국의 박해를 피해 도미하는 이들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그 수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행정명령은 이와 함께 홍콩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명시했다.

특히 국무부나 재무부 또는 양 기관이 협의해 정한 개인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는 그 대상으로 홍콩보안법 도입, 채택, 발전과 관련되거나 책임이 있는 자 홍콩보안법 하에서 개인의 체포, 구금, 억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자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홍콩보안법과 관련이 있는 중국 정부 인사를 타깃으로 한 조항이다.

아울러 홍콩의 민주화 절차나 민주화 기관에 해가 되는 행동이나 정책 수립 홍콩 자치권이나 안정성, 안보, 평화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정책 행위 홍콩인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 행사를 금지·제한·처벌하는 등의 검열 및 기타 활동 등과 관련이 있는 그 어떤 외국 인사도 다 재산 동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절차 밖에서 이뤄진 용의자 인도나 임의 구금, 고문이나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등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개인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같은 행위와 관련이 있는 당사자 및 가족의 미국 입국도 금지했다.

이에 더해 행정명령을 위반한 개인에게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재 대상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이들까지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미 정부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했다.

중국 위협 강조하지만 일부 언론시선은 '싸늘'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홍콩보안법을 미 국가안보·외교정책·경제에 비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국가 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15일 이내에 마련하라고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주문했다.

또한 "홍콩에 대한 특별 조건과 우대조치를 끝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추가 조치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홍콩의 차별화된 대우를 정당화할 만큼의 충분한 자치권을 보장한다면" 이런 조치를 재고할 수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중국 정부 관리 및 홍콩 자치권 침해를 거든 이들, 그리고 홍콩 탄압에 일조한 이들과 거래한 금융 기관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때문에 11월 대선 승리가 불투명해지자 그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고 한다고 행정명령의 저의를 의심했다.

홍콩 '금융 허브' 직격탄 맞나홍콩 '탈출 러시' 조짐도

해외로 유학 신청·이민 문의 급증, 이전 추진 기업 늘어

홍콩이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첨예한 전선으로 떠오르면서 홍콩의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가 직격탄을 맞고, 인재와 기업의 '홍콩 탈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한 중국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겠다며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홍콩 민주화를 약화하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홍콩의 수출 관련 우대 조치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우대 조치를 철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콩 시민들이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진을 벌이며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 모여들자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한 여성을 제지하고 있다.

"특혜도 없고, 홍콩보안법도 불안해" 기업들 짐 쌀 채비

경제, 무역 부문의 특별 혜택이 없어지는 데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불안에 떠는 홍콩 진출 외국기업들이 홍콩 밖 이전을 검토하면서 홍콩의 '글로벌 금융 허브' 위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홍콩은 총수출액 5498억 달러, 총수입액 5893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750만 명에 불과한 도시인 홍콩이 이 같은 막대한 무역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 거래의 편리성, 관세 혜택, 규제 위험 회피 등의 이유로 수많은 기업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관세 혜택을 박탈하고 각종 규제를 가한다면 중계무역 도시로서 홍콩이 가졌던 이점은 사라지고, 홍콩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홍콩에 머물러야 할 이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무역전쟁 전인 20181월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평균 3.1%였지만, 무역전쟁 후에는 19.3%로 치솟았다. 반면에 홍콩은 평균 2%의 낮은 관세율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은 이제 본토 중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없고, 특별한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밝혔다.

홍콩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에 서명한 것에 대해서도 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홍콩보안법에 관여한 홍콩 정·관계 인사들이 거래하는 홍콩의 주요 상업은행 중 한 곳만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도 홍콩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들이 겹치면서 홍콩을 떠날 채비를 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주홍콩 미국 상공회의소가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등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0%가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홍콩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 고려 지역으로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대만 등을 꼽았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내 취재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면서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NYT 외에도 그동안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뒀던 미국, 유럽 등의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 등이 아시아 본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홍콩 내 인력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8일 홍콩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전담 부서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 사무실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홍콩에서 못 살겠다" 유학 신청 크게 늘고, 이민 문의 급증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박탈됐으며, 홍콩이 더는 자유시장들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날 것으로 나는 의심해 마지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고를 입증이라도 하듯 홍콩에서는 유학, 이민 등으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홍콩 대입시험(DSE)을 치르는 홍콩 학생의 수는 52천여 명으로 2012년 새 대입제도 도입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에 대만, 유럽, 호주, 미국 등으로 해외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은 크게 늘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올해 대만에서 학사학위 과정을 밟길 원하는 홍콩 유학생의 수는 크게 늘어 지난해보다 69% 급증했다.

홍콩 학생의 영국, 호주 유학을 지원하는 기관인 애스턴 에듀케이션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의 고등학교, 대학교 등으로 유학을 원하는 홍콩 학생의 수는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미국 대학 한 곳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한 홍콩 고등학생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내가 학문을 연구하다가 (홍콩보안법이 금지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홍콩 생활을 접고 아예 이민을 떠날 것을 고려하는 홍콩 시민의 수도 크게 늘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한 지난달 '양민증'(良民證)으로 불리는 무범죄 기록 증명서를 발급한 건수는 2782건에 달해 전월보다 63% 급증했다.

양민증이 해외 이민에 필요한 서류라는 점에서 이는 이민을 떠나려는 홍콩인의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 해외 이민 컨설팅업체 대표는 동방일보에 "지난 5월 말 홍콩보안법 추진이 가시화한 후 캐나다, 호주, 미국 등으로 해외 이민을 문의하는 사람의 수가 그 이전보다 3배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홍콩인의 대규모 해외 이주가 현실화하지는 않아 홍콩보안법 시행과 미국의 맞대응이 불러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미국의 홍콩 제재에 보복 천명"관련자와 기관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이 보복을 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련 인원과 기관(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이 최근 중국의 엄중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홍콩 자치법안이라 불리는 법을 통과시켰다"면서 "이는 미국이 홍콩의 국가안보 입법을 악의적으로 폄훼하고 대()중국 제재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어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것으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홍콩보안법의 제정과 시행은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부합한다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홍콩의 장기적 번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홍콩은 중국의 특별 행정구로 홍콩의 사무는 중국 내정으로 외국이 간섭할 권리가 없다"면서 "중국의 국가 주권 수호, 홍콩의 번영, 외부 세력의 홍콩 개입에 대한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 시행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면서 "미국이 홍콩을 포함한 중국 내정에 어떤 식으로든 간섭하지 말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기 위해 관련 행정명령과 함께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에도 서명했다.

중국은 최근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2주 사이 5건 넘게 쏟아내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